영화음악세상 OST-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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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이나 이제 막 흥미를 느껴가는 사람들이 결정적으로 영화음악에 빠지기 시작할 때 공통적으로 겪는 일반적 현상중 하나는 다른 음악도 아닌, '영화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혹은 특정음악이 '영화속에서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라는 자의적인 판단이 섰을 때이다.
예를 들어 채찍을 휘두르면서 그 화려한 영웅담을 뽐내는 인디아나존스 박사의 모습과 존윌리엄스가 작곡한(사실 작곡가가 누군지를 아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우렁찬 '레이더스 마치'의 익숙한 선율이 오버랩된다면 분명 그 사람은 영화음악에 대한 흥미를 느꼈거나 이미 영화음악 매니아 둘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이런 결과가 있기까지에는 웬만한 히트곡 못지않게 친근한 선율을 창조해낸 작곡가의 공이 가장 클 것이고 우리는 그런 영화속의 히트곡(?)들을 수도없이 접해왔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그 익숙하고 박진감 넘치는 멜로디는 위에서 언급한 요소들을 완벽히 충족시키는 좋은 예이다. 심지어 영화음악에 약간의 흥미를 가지는 사람들이라면 [미션 임파서블]의 메인테마 도입부에 제시되는 그 리듬부(본격적인 멜로디가 등장하기 전에 말이다)를 대충이라도 흥얼거릴 수도 있을 정도인데, 영화속의 음악이라는 것이 히트곡을 양산해내기위한 것은 비록 아닐지라도 그 확실한 임팩트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는 것은 영화의 느낌을 스크린밖에서도 지속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테마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인기있는 고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작품성과 대중성에서의 성공이라는 명제를 동시에 만족시킨 좋은 실례이기 때문이리라.
지금 소개하는 랄로쉬프린은 바로 [미션 임파서블]의 오리지널 테마를 작곡한 장본인으로써, 현재 70이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헐리우드 영화음악계의 산증인이다. 그리고 수많은 선후배작곡가들에 의해서 다양한 형식으로 응용되고 있지만 영화음악속에 재즈의 느낌을 이질감없이 조화롭게 엮어낸 모범적 성공사례를 제시해준 명작곡가이기도 하다.
1932년 아르헨티나에서 출생한 랄로쉬프린은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하게 된 초기시절부터 국제적인 재즈페스티벌과 텔레비젼 시리즈, 각종 음악회등을 통해 명성을 쌓게 되는데(1950년대 중반은 스탄겟츠등의 전설적 뮤지션들과 활발한 교류를 쌓아갔던 시기이다) 아마도 그것은 콘서트마스터이자 재즈계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고 있던 부친 루이스쉬프린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마음껏 음악을 즐기면서 주말마다 잼연주회등을 통해 실력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었는데, 그때 익힌 피아노연주력은 훗날 친근한 대중적선율을 창조해내는 작곡가로의 자질을 키워주었고 지휘법의 습득은 음악전반을 일관성있게 아우를 수 있는 통제력을 동시에 키워나가는데 결정적 도움이 되었다.
또한 뮤지션이라면 일생에 한번은 꿈꿔본다는 무대인 카네기홀을 시작으로 링컨센터, L.A. 뮤직센터등 최고의 무대를 순회하면서 메이저급의 재즈페스티벌 참여를 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고, 클래식계에서 내노라하는 아티스트들과의 많은 협연을 통해 음악적 영역을 더욱 확장하게 된다. 특히 이 시기에 주목할 만한 성과(사실 성과라기보다는 랄로쉬프린이 국내에서 비교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탓에 뭔가 솔깃한 걸 찾다보니라는 표현이 맞겠다)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공식행사중 피날레행사의 음악부분을 맡기도 하는 등 그 지명도를 더욱 확장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 행사는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도밍고, 호세카레라스, 루치아노파파로티의 합동공연이 펼쳐져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영화음악가 랄로쉬프린의 역사는 더 화려하다. 100여편의 영화/텔레비젼 시리즈에 사용된 오리지널스코어들의 작곡을 통해 20여번이 넘게 그래미상에 노미네이트 - 4번 수상을 했다 - 되었으며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도 여러번 올라(수상경력은 아쉽게도 없다) 전문 영화음악가들조차도 이루기 힘든 화려한 경력을 쌓은 것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대로 재즈적감성을 영화음악에 적절히 가미하여 대중들의 구미를 자극했던 스코어들을 계속 내놓게 되는데 이를테면 [미션 임파서블] [더티해리]의 스코어들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미션 임파서블]은 영화음악가 랄로쉬프린에게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원래 텔레비젼 시리즈였던 탓에 대중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지속적으로 음악이 노출되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탄력있고 박진감넘치는 음악 그 자체에 더 많은 공이 돌아가야 할 듯 하다. 때문에 이 음악은 [미션 임파서블]의 트레이드마크나 마찬가지로 인식되었고 그 영향력은 너무나도 커서 훗날 톰크루즈가 영화화한 작품에서 그 압도적인 물량공세와 스타시스템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 1편의 대니앨프먼, 2편의 한스짐머도 랄로쉬프린이 이미 구축해 놓은 음악을 뛰어넘지 못했다 - 시간과 세대를 뛰어넘어 영화음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스탠다드넘버가 된 것이다.
그리고 랄로쉬프린의 팬들이 선호하는 스코어중 하나인 [더티해리]시리즈는 기복이 심한 극의 구성과 사건들을 충실하게 서포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Sudden Impact'와 같은 넘버의 경우 영화에 젊은활력을 불어넣는데 부족함이 없는 뛰어난 곡 구성을 들려준다.
[더티해리]의 사운드트랙은 모음곡형식으로 발매된 바 있는데 랄로쉬프린이 재즈를 비롯한 여러장르의 음악을 두루 섭렵해 온 인물이라는 것을 반증해주듯 다양한 느낌과 역할이 연상되며 한 트랙, 한 트랙의 완성도가 고루 우수하여 그에게 관심이 있는 영화음악팬들이라면 필청의 아이템이다. (브루스리의 최고 걸작이라고 칭송받고 있는 [용쟁호투]의 사운드트랙에서 들려준 호쾌한 스코어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에는 활동이 뜸한 감이 있지만 랄로쉬프린은 최근까지도 1년에 최소 서너개의 영화음악을 담당할 정도로 정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비교적 최근작중에 우리에게 알려진 작품으로는 성룡의 헐리우드 성공신화를 이어가는 시리즈물 [러시아워]와 스코어와 [탱고]등의 작품이 있다.

<사족>
랄로쉬프린의 디스코그래피를 보고 있노라면 그 화려한 면면에도 불구하고 LP 시절의 사운드트랙 음반들이 CD 재발매가 이루어지지않아 빛을 못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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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가/국외 l 2009/06/2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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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oolka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쉬프린 대형의 음악을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인데요. 이분 기저에는 정말 인종적 요소의 용광로라고 해도 좋을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이 담겨있는 것 같아서 경이롭습니다. 영화음악도 좋지만 Verve ~ Columbia시기를 관통하는 Brazillian, Ochestral Pop, Jazz-Funk블렌딩의 압도적으로 경이로운 순간들 역시 무척이나 매력적이지요. 글 잘 읽었습니다.

    2009/06/29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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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혼돈과 과도기의 시대를 정면으로 관통하면서 영상미학의 완성을 음악으로 표현해낸 음악가들이 있다. 한국에서 영화음악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척 고된 일이라는 것을 이미 여러번에 걸쳐 밝힌바 있지만(이들에겐 헐리우드 시스템에 볼 수 있는 전속 오케스트라와 같은 개념은 꿈같은 이야기다) 개선된 영화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상황이 썩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작곡가 송병준은 우리들에게 아주 낯설지만 익숙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시대를 관통하면서 보여주었던 적극적인 음악인으로서의 모습은 소홀하게 취급되어왔다.
TV에서 보여졌던 그의 모습과 작곡가로서의 모습을 비교한다는 건 방금 말한 아이러니한 표현을 대변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에 다름아닌데, 서글픈 것은 아직도 그의 모습이 기억되는 주된 공간이 아침 TV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고정패널이나 간간이 출연했던 드라마(그가 CF퀸이라는 이영애씨와 열연을 펼쳤다는게 과연 믿어지는가?)에서, 심지어 신사복광고에서 멋들어진 포즈를 취하던 모습이라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의 음악만을 이야기하는 '작곡가 송병준'의 시간을 마련할까 한다.
80년대의 끝자락에서부터 90년대를 정면으로 돌파한 패기만만한 작곡가로서의 모습 - 그래서 오늘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멋진 턱수염을 이야기할 시간은 없을 것이다.

작품의 질과 작업과정, 결과를 논하기전에 송병준이 영화음악을 접하는 태도는 합리적이다. 단순히 합리적이라는 말은 작업결과 그 자체에 대한 태도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할 표현이지만, 그의 합리적 태도는 음악을 통해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첫 번째, 흥미로운 것은 그가 영화음악을 대하는 개념이다.
송병준은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영화음악을 통해서 찾았다. 어린시절부터 시작된 영화음악가에 대한 집착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또는 아무나 해서도 안되는) 영화음악이라는 - 다소 오만하기까지한 정의를 스스로 내리게 했지만 이것은 영화음악을 영화비즈니스와 연계시켜 학습한 미국에서의 경험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오케스트라와의 작업을 최고라고 생각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일견 평범한 작곡가로서의 모습도 연상시키게 되지만 불행한 것은 당시 한국의 영화음악 상황으로, 음악작업을 위해 할당받은 단 3일의 시간이 그에게 준 것은 현실과의 첫 번째 괴리였다. 비즈니스도 아니고 작품도 아닌, 오직 급조만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무엇을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양질의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시간내에 그저 만들어내는 것이었고 이 도구로 컴퓨터가 사용되었는데 시나리오 검토라든가 연주자선정 따위는 이미 물건너간 상태였을지라도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들은 계산보다는 즉흥연주의 개념으로 영상속에서 충분히 그만의 영역을 확보하게 된다.

두 번째, 송병준의 음악은 철저하게 영상을 창조해내는 감독이나 연출자의 감성에 따른다.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는 이들에게는 스탭들간의 간섭없음이야말로 창의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주범으로 찍히겠지만 그의 음악은 냉정할정도로 연출자의 지시과 느낌에 기반한다. 이것은 그가 영상과(영화를 포함한) 조우한 매체가 TV라는 사실에 기인하는데 황인뢰 프로듀서와의 작업은 이미 익히 알려진 작곡가 송병준의 이력이기도 하다.
TV에서의 음악이란 순간순간의 포착에 능해야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빠른 해석을 요구하는 순발력있는 작업형태이다. 송병준은 TV라는 열린매체에서의 작업을 통해 영화와 드라마에서 요구되는 호흡법과 영상연출자가 원하는 바에 충실하게 서포트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두가지 이득을 얻게 된다. 그러나 TV를 통한 다수의 작업들은 그의 음악이 다소 단조롭고 깊이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TV에서 쌓은 명성을 기반으로 송병준의 영화음악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놀랍게도 그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작품의 수는 현재까지 20여편을 상회한다.
그의 영화음악 경력이 신승수감독의 89년[빨간 여배우]부터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상당한 다작이라는 것을 어렵지않게 확인할 수 있는데 그중에는 한국영화의 역사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이 많이 발견되어 흥미롭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결혼이야기] [첫사랑]등의 작품들은 작가주의와 한국영화의 본격적인 흥행지향주의라는 전혀 다른 명제에서 출발했으나 나름대로 큰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다.
논리적인 접근방법을 가지고 있는 박종원감독의 영화에서는 악기선택에서부터 음역대로 분리하는 공을 들였으며, 정돈된 세트시스템과 음악적콘티를 갖고있는 이명세감독과의 작업에서는 영화의 감정을 우선적으로 중시했다. 무엇보다 그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 작품은 1992년에 발표된 김의석감독의 [결혼이야기]와 [미스터맘마]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영화자체에서 중시되었던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느낌과 감독의 스타일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었다. 다소 뻔한 설정처럼 보일지 몰라도 결혼행진곡을 재즈풍으로 변주시킨 센스는 전적으로 그의 몫이다.
이후에 발표된 [재즈바 히로시마]라든가 [장미의 나날]등에서는 당시 그의 관심사였던 현대음악적 뉘앙스와 효과음이 주가 되는 긴장감넘치는 사운드를 연출해내어 호평을 받았고 이명세감독과 작업한 또 하나의 영화 [지독한 사랑]은 1997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음악상을 수상하여 송병준의 전성시기를 이루었다.

중견작곡가로, 한국영화음악 역사의 과도기를 지나온 증인으로서 앞으로 그가 짊어져야 할 선배로서의 짐과 가능성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의 영화음악이 개선되어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만 드높이기보다는 불리한 여건을 딛고 그만의 센스와 실천의지로 이루었던 한 작곡가의 작은 몸부림이 시간에 묻혀 흘러가버린다면 우리는 또 하나의 젊고 패기있는, 실력있는 뮤지션을 잃어버리게 된다.
현재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란 고작 모음집형태로 발표된 2장의 음반과 영화 [투맨]의 사운드트랙앨범이 고작인데 이 사실은 그동안 우리가 한국영화음악의 유산이기도 한 그에 대한 대접이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반증해주는 부끄러운 증거에 다름아니다.
더 늦기전에 그가 우리에게 나지막히 들려주었던 - 시대를 대표했던 젊은 감각과 그만의 작업들을 재평가한다면 한국영화음악의 더나은 발전을 이끌수 있는 작은 원동력이 될 것이다.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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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가/국내 l 2009/06/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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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홍대앞'으로 상징되는 바로 그 인상적인 울림은 언더그라운드와 클럽문화의 산실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들이 파격적으로 제시한 개념들은 지리한 토크쇼와 절망적인 립싱크에 질린 대중들을 서서히 포섭해나가기 시작했는데 지금, 되돌아본다면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라는 표현이 딱 맞을 듯 하다.
여기서 한가지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사실은 이들의 울림이 결코 공허하지않다는 사실 - 곧 진지하게 사고할 수 있는 개념의 여지를 남겨주었다는 것이고, 변방의 움직임이라고 생각되던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정립시켜주었다는 값진 결과들과 동의어라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때문이리라.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장르와 장영규, 백현진이라는 두 인물에 의해서 기획되고 만들어지며, 잊을만하면 뜬금없이 나타나 들려주는 이들의 절규는 언더그라운드의 그것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에(사실 홍대앞과 별 관계가 없더라도 말이다) 더욱 의미 있다.
이제 그들의 외침은 이제 영화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결코 영화음악가는 아니지만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느낌을 음악만으로 빚어내는 '어어부 프로젝트' - 지금 이 시간은 이들의 지능적인 두뇌로의 탐험이자 우리가 추구할 재미이다.

영화라는 종합예술은 다양한 장르와 사상을 포함할 수 있다는 특성으로 인해 작가들의 많은 경험이 곧 그 퀄리티를 결정짓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세션맨, 뮤지컬, 무용등의 작업을 하는 장영규와 조각가, 화가, 설치미술가로 알려져있는 백현진의 이력은 장르의 자유분방함에서도 입증되듯 한가지 작업을 하더라도 마치 카멜레온처럼 수많은 모습과 형태를 띈다. 이들이 마치 토해내듯 내탵아 온 메시지들은 평범한 시각에서만 본다면 다분히 반사회적이고 일탈적이며, 부정적인 사고를 은근히 조장하는 악성 바이러스처럼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유의지 불능자를 위한 감상용 음악'이라는 코멘트를 붙여놓은 그들의 앨범 <손익분기점>이 단적으로 말해주듯(사지결박 당한 트위스트김의 모습이 꽉 채우고 있는 앨범의 커버이미지는 대단히 유명하다) 그들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면서 할 말은 다하고, 전혀 음악적이지 않은 듯한 소리를 능청스러운 방법으로 음악적인것으로 치환시키며, 앨범의 전곡방송금지라는(당연한 결과겠지만 판매량은 말할 필요도 없다) - 대중과 가까워질래야 가까워질 수 없는 치명적인 족쇄마저도 그 이름도 거룩한 '어어부'의 이름으로(?) 한편의 전위예술로 승화시킨다.
비견한 예로 각종 도구들(비누방울, 이부자리에 우주복까지 등장한다)이 요란하게 등장해 한바탕 법석을 떠는 이들의 '알려진' 공연은 감당할 수 없는 이들의 예술적인 욕구와 정당하게 볼 권리마저도 때때로 억압당해온 이땅의 관람자들이 가지는 잠재적인 표현욕구와 절묘하게 맞물려 총체적인 충격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다분히 상업적인 색채를 띄는 영화라는 매체를 통한 이들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어어부 프로젝트'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대중적인 것으로 만들며 연합세력을 구축한다는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버린다. 대신 이들은 자신들이 줄곧 추구해온 사회적인 작업들(퍼포먼스, 무용, 뮤지컬 모두 발표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사회적이다)을 대중들에게 서서히 학습시키고 영역을 넓혀나가며 영화에서조차도 같은 목소리를 숨기지 않는다.
이렇듯 '어어부 프로젝트' 행동방식과 사고는 대단히 신화적이지만 모든 값싼 평가를 거부하고 있으며, 대중들과 친화적이지 않지만 언제나 대중적인 음악사고방식을 취한다는 끊임없는 순환고리의 시작과 종결점에 서있다. 이들이 비범한 것은 바로 이런 부분들 때문이다.
곧 언급하게 될 [반칙왕] [나쁜 영화] [링] [강원도의 힘] [복수는 나의 것]등의 다분히 대중적인 작업에서 이들이 거둔 수확은 바로 자업자득에 다름아니며, 그들이 거둔 작은 성공은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그들의 동명앨범이 해내지 못한 것을 말이다.

가면뒤의 진실. 그 뒤에 숨은 어어부 프로젝트의 음악: 영화 [반칙왕]

송강호와 박상면의 박제화된 이미지(엄청난 스타덤에 올라앉은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다 하더라도)는 코미디와 드라마라는 장르를 흡수하면서 영화의 방향이 결정되는 듯 했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를 독립된 매체이자 하나의 예술로 인정하는 지극히 일반적인 접근방식은 멀어지고 확장된 TV버전, 혹은 스타의 만들어진 이미지에 집중하고 있던 것이 당시 한국영화계의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지운 감독은 한물간 기억속의 스포츠이자 쇼인 프로레슬링을 수면위에 띄워놓고 나약해진 한 인물이 어떤식으로 내면속에 숨은 자아의 모습을 찾아가는지에 집중했다. 이 노련한 시각은 혼재된 장르의 잡종교배마저도 새로운 느낌과 감동으로 거듭나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정말 뜻밖의(?) 선택인 영화음악을 총괄한 '어어부 프로젝트'는 훌륭하고 상징적인 음악으로 화답했다.
영화 [반칙왕]의 사운드트랙앨범은 '어어부'의 일원인 장영규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작업으로 예전 청년문화의 기수이자 노래한곡 잘못 만들어 표현의 자유자체를 거세당했던 희생양 한대수님의 반가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미 발표되어있던 '사각의 진혼곡'을 제외하면 다른 수록곡들과 영화 [반칙왕]의 연관성은 다소 극히 미약해 보인다. 그 이유는 영화의 스코어로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1분이 못되거나 살짝 넘어가는 짤막한 러닝타임의 브릿지(Bridge)성 연주곡들의 느낌만으로는 앨범의 일관된 컨셉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에 기인한다. (물론 이것은 감상자의 입장에서이다)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을 장식하는 '팡파레'나 '사각의 진혼곡' '선수입장'등의 구체적인 제시곡들은 다소 과장된 느낌으로 다가오는 곡들이지만 [반칙왕]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정서인 지나간 것들에 대한 추억과 적당한 촌스러움을 더욱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윤활유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어어부표 음악'이라는 것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키치를 더욱 공고히 하기데 충분하다. '어어부'의 음악이 앨범속에서만이 아니라 영화라는 매체속에서 기능하기 때문에 더욱 그 파급력은 더 큰 것이다.

영화속의 어어부 프로젝트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다: 영화 [휴머니스트]

팝컬럼니스트로 유명한 이무영님은 박상면, 안재모, 강성진이라는 이미지를 거부하고 거의 마음대로 영화 데뷔작인 [휴머니스트]를 완성했다.
사실 영화자체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이무영 감독은 '마음대로 만들었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이 무책임한 자괴성 발언인지, 아니면 진정한 평가는 관객들에게 달렸다는 논지를 남긴 것인지 - 영화를 본 사람들만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인 듯 싶다.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답게 음악에서만큼은 그 무엇보다도 기괴하고 전위적인 무엇인가를 찾았고 이 영화의 느낌을 대변할 수 있는 곡으로 선택된 것은 '밭가는 돼지' - 곧 '어어부 프로젝트'의 그것으로 이어졌다.
'돼지들의 합창' '미지근한 물' '슈퍼 휴머니즘'등, 제목만으로도 이들의 작업임을 단번에 간파할 수 있는 트랙들은 고유한 '어어부 프로젝트'만의 음악적 색채들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이며, 주류음악 특유의 안일함을 철저하게 배격하며 그 자체로 살아움직이는 음악임을 증명하고 있다.
지배권력이 안정된 삶의 형태나 지위를 유지하기위해 줄곧 해왔던 것을 재탕하면서 영욕을 누리듯이 음악성과는 관계없이 주류를 이끌어가는 절망적인 흐름을 이미 거부해온 '어어부'들은 [휴머니스트]의 사운드트랙에서 돼지라는 - 또는 거의 그와 유사한 값싼 이미지를 차용하여 절규를 거듭한다. 사실 필자역시 몇 개의 트랙을 접하면서 이 앨범의 느낌을 희극적인 것, 혹은 단순한 풍자정도로 평가하는 오류를 범할 뻔 했다.
영화음악이라는 것이 오리지널 스코어의 느낌만으로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있다보니 매체에 대한 이해, 내러티브를 중요시하는 영화관점은 다소 경직되거나 관념하된 스코어를 생산해내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휴머니스트]의 음악은 전위를 이해하고 있는 감독과 최전방에서 전위를 실천하고 있던 뮤지션이 만나 한바탕 굿을 벌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의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고들은 것은 약간 뒤틀려놓은 2시간짜리 퍼포먼스에 다름아니다.

진실과 아이러니, 그리고... 전위는 나의 것: 영화 [복수는 나의 것]

도대체 박찬욱 감독은 어디까지 가는 것일까? [삼인조]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미 그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찬란한 2.35:1의 화면비를 - 바로 영화자체가 가지는 희열과 감동을 우리에게 안겨주지 않았던가.
그러나 기다림끝에 나온 [복수는 나의 것]은 이전 작에 젖어있던 일반적인 관객들의 고정관념과 기대심리를 완전히 저버렸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을 절망시킨다. 이것은 단순히 '스타들이 줄줄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은...?' 또는 '왜 이 영화는 잔혹한 이미지에 이끌리는가?'의 차원에서 될 문제가 아니다. 박찬욱 감독이 선택한 것은 오버하는 감성과 타성의 난무보다는 영화자체를 사랑하는 열렬광인의 정열과 흥행논리에 이끌려 주제의식마저 희박해지는 근본의 불분명함을 일거에 거부하고자하는 기본적인 몸짓이기 때문이다. 사실 작가라면 당연히 가져야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복수는 나의 것]의 음악을 '어어부 프로젝트'가 담당한 것은 영화의 기획초기부터 계획되었다. 전혀 다른 계급간의 충돌(영화속 인물들은 '복수'로 인해서 만나고 자멸한다. 애초에 이들사이의 인과관계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과 그속에서 벌어지는 아이러니를 음악으로 표현할 요주의 인물(!)로 '어어부'가 선택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섣부른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선택은 매우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며 무엇보다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봤을 때 훌륭한 성과를 획득한다.
[복수는 나의 것]의 티저 예고편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던 짤막한 곡은 전혀 '어어부'답지않지만 영화의 모호한 제목과 내용을 종잡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주는데 큰 일조를 했고(여기에는 영화의 카피문구로 쓰였던 '하드보일드'라는 말이 가세하면서 더욱 힘을 발휘하게 된다) 사운드트랙의 첫 번째 트랙을 장식하는 동명타이틀곡은 그 음악만으로 영화의 아이러니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희/비극의 느낌이 공존하는 동명타이틀곡 '복수는 나의 것' - 이곡은 영화속에서 직접 사용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인연으로 모두가 파멸하는 삶의 아이러니를 역설적으로 부르짖고 있어서(보컬부는 노래가 아니라 거의 절규의 수준이다) 음악의 효율적인 기능적 의미를 한층 선명하게 한다.
이런 식으로 영화에서 거의 기능하지 않지만 극의 성격을 더욱 종잡을 수 없게 만드는 곡이 몇 개 더 있는데 열두번째트랙인 '시시한 개'와 같은 트랙이 그렇다. (마치 독일의 전자/테크노그룹 Kraftwerk의 초기사운드같은 패턴과 전위적인 가사로 일관한다)
이전작 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부분으로는 사운드트랙에 실린 모든곡들은 영화의 직접적인 내용전개와 관계가 있다는 것인데 특히 다섯 번째와 일곱 번째 트랙에 위치한 짧은 곡 '황급한 슬로우모션'이나 '무거운 신발'의 음악적센스는 대단히 뛰어나며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을 상징하고 있다. 특히 이 사운드트랙에서는 짤막하게 수록된 연주곡들의 느낌 - 바로 그것은 관객들의 심정을 안전한것에서 불편한 것으로, 진실된 것을 아이러니하게, 평범한 것을 전위적인 것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감독이 계획했던바를 그 어떤 요소들보다 충실하게 실천해주고 있는 셈이다.
뒤에 들은 이야기지만 박찬욱 감독은 [복수는 나의 것]에서의 '어어부'들의 음악을 극찬했다고 하는데 사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애초부터 관객들과의 안정된 약속을 저버린 감독의 의도를 완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음악, 그것을 구사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그들은 간택된 것이었고 이미 '어어부'는 평범한 대중진리를 저버린지 오래된 - 말하자면 일반대중들과 골수매니아들과의 지리멸렬한 복수의 순환고리의 정점에 서있던 인물들이다. 따라서 이 영화의 진정한 복수는 '어어부 프로젝트'의 괴이한 음악으로 인해서 진정으로 완성을 본 셈이다. 물론 그 파급력은 컸다.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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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xworld
영화음악가/국내 l 2009/06/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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