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관희
영화음악은 기본적으로는 영화 속에 삽입된 요소 중 순수하게 영화자체만을 위해 만들어진 모든 음악을 통틀어 정의하며, 사운드트랙으로 명명되는 영화 속의 모든 음향효과 중에서 일반적으로 영화음악 전문작곡가들의 작업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적인 범위 속의 영화음악들은 비교적 근래에 저장/재생매체가 발달하면서 하나의 상품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지만, 영화음악 음반의 발매가 지속적인 일로 받아들여진 시점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순간 그것은 뜻밖에도 우리의 상식밖에 존재한다.
이렇듯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영화음악의 일반적인 모습은 친숙함과 생소함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영화음악이라는 장르가 완전히 독립된 매체적 특성을 확보하기까지에는 숨은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1) 영화음악의 발생
영화음악의 탄생을 몇 가지로 구분해보면, 그 첫 번째는 영화음악을 무성영화 시절의 '필름뮤직(Film Music)'으로 구분하는 시각이다.
아무런 음향도 없었던 초기 무성영화시절, 극적인 효과를 위해 극장 내에서 생으로 음악이 연주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영화음악의 시초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무성영화의 시대가 지나고 필름의 사운드트랙에 영화 속에 사용된 모든 음향효과, 배우들의 대사, 음악이 포함되기 시작한 토키영화의 시대이다.
이 토키영화의 시대의 영화음악 개념을 무성영화시절의 그것과 비교해 볼 때, 어떤 형식의 음악이라도 항상 고정적인 상태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서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음악이 기본적으로 영상과 함께 맞물리는 유기적인 관계라는 사실을 생각해볼 때 이 두 시각은 기술적인 진보에 의한 자연스러운 변화일 뿐, 개념상으로는 동일하다.
2) 현재의 영화음악의 역할과 과거와의 변화
영화음악은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형식의 차이를 보여왔지만 본질적인 특성만큼은 큰 변화없이 오랜 시간동안 지속되고 있다.
그것은 영상만으로는 표현의 한계에 직면하거나, 미묘한 감정적 이입이 필요한 경우 이미 익숙한 매체인 음악으로서 해결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더 나아가서는 적절하게 배합된 이상적 형태 - 영화가 시청각 예술이라는 입지를 확보하게 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것이 '왜 영화음악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모범답안으로 생각될 수 있다.
비교적 근자에 속하는 80년대 이후부터는 영상매체의 강력한 매력을 흡수할 수 있다는 이 장점이 하나의 독립적인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사실로도 자연스럽게 연계되고 있다.
때로는 무분별한 팝 음악의 남발이라는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영상과 음악의 조우라는 틀에서 영화만을 위해 작곡된 오리지널 음악, 즉 스코어(Score)뮤직의 중요성을 각인시킨 시기이기도 하다.
3) 유명한 영화음악의 소개
시대를 초월한 매력을 선사해 온 영화음악의 역사답게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명반과 그 배후를 조율하는 작곡가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들의 등장은 영화가 양적인 팽창에 의한 불균형(헐리우드로 대변되는)이라는 풀기 힘든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었다.
한국의 영원한 '문화교실'용 영화로 각광받았던 [벤허]에서 영화가 끝날때까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웅장한 미크로스로자의 음악이 없었더라면?
황야를 총 한자루로 멋지게 평정하는 클린트이스트우드의 마카로니 웨스턴 무비에 엔리오모리코네의 음악이 없다면? 이 상상할 수도 없는 질문 속에는 그 배후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였던 음악의 힘이 있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70년대 이후에는 '헐리우드의 제국화'에 지대한 역할을 수행하는 존윌리엄스의 독보적인 활동을 간과할 수 없는데, 그의 많은 작업들은 루카스/스필버그라는 이름과 함께 이 시기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고, 제국의 팡파레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8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는 비교적 신진세력이자 3세대에 해당하는 인물들의 등장이 부각되는데, 전세계를 침몰시킨 거함 [타이타닉]을 음악으로 연출해낸 제임스호너가 들려주는 풍부한 오케스트레이션, 현대 기계문명의 산실인 신디사이저의 음색을 인간적인 따스함으로 보듬는 감성적 소유자 한스짐머의 음악은 가히 폭발적인 호응을 받아 내었다.
이들의 지속적인 공동작업형태는 음악운영자로서의 지능적인 자격요건도 겸비했음을 반증해 주는데, 앞으로의 영화음악 산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향해 갈지를 제시해 준다.
4) 한국의 영화음악의 현황
한국의 영화음악 역사는 과도기에 해당하는 70, 80년대를 되돌아 본다면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시도의 연속으로 평가될 수 있는데, 전문 작곡가의 부재라는 사실을 차치하고서라도 영화음악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상황은 질적으로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양산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국악과 양악을 접목하는 선구적인 시도를 지속적으로 전개, 영화에 적용시키는 작업에 몰두해 온 김수철의 활동은 전문 영화음악가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던 80, 90년대를 돌이켜 볼 때 작품으로서의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
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는 전문 작곡가들의 잇단 등장과 지속적인 음반발매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특히 감각적인 영상세대의 수혜자인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들은 세련된 멜로디와 다양한 시도를 통해 현대적인 성향을 강하게 띄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은행나무 침대] [쉬리] [유령]등의 음악으로 상당한 입지를 다진 이동준과 [8월의 크리스마스] [정사]의 조성우 등이 대표적인 경우로, 이들 작품들을 감상하다보면 한국적 색채의 부재라는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코 헐리우드의 대형 작업들에 뒤지지 않는 열정과 스케일을 느낄 수 있다.
테크놀로지에 종속되지 않고 적절한 대안과 해결점을 제시, 결코 국수적이지 않은 - 이 모든 것은 한국 영화음악이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쉽지 않은 숙제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영화음악계는 발전적인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시대가 바뀌게 되면 자연스럽게 매체도 변화한다.
때문에 영화음악의 고전과 현대를 정해진 기준하에 구분짓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며, 전자음악이등이 주류로 등장한 최근의 경향을 변절되었다고 보는 발상도 경계되어야 한다.
하지만 영화음악이라는 매체가 엄연히 대중적인 범위내에 존재하는 이상 이를 긍정적으로 계승시키려는 노력만큼은 수반되어야 할 것이고, 그 중에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은 영화음악을 전달하는 입장에 있는 제작/홍보인들의 꾸준한 인식 개선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발전적인 사고는 영화음악들을 접하는 대중들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우선 영화음악이 특정 매니아들의 전유물이라는 단편적 사고로부터 벗어나야 할 것이고,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급 음반에 기울였던 습관적인 관심을 매장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익숙치 않은 음반에도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가 필요하다.
그것은 이미 팽창해 버린 영화음악 시장에 양질의 음악이 여전히 존재함을 확인시켜 주는 계기로 작용하며,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촉매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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