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이나 이제 막 흥미를 느껴가는 사람들이 결정적으로 영화음악에 빠지기 시작할 때 공통적으로 겪는 일반적 현상중 하나는 다른 음악도 아닌, '영화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혹은 특정음악이 '영화속에서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라는 자의적인 판단이 섰을 때이다.
예를 들어 채찍을 휘두르면서 그 화려한 영웅담을 뽐내는 인디아나존스 박사의 모습과 존윌리엄스가 작곡한(사실 작곡가가 누군지를 아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우렁찬 '레이더스 마치'의 익숙한 선율이 오버랩된다면 분명 그 사람은 영화음악에 대한 흥미를 느꼈거나 이미 영화음악 매니아 둘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이런 결과가 있기까지에는 웬만한 히트곡 못지않게 친근한 선율을 창조해낸 작곡가의 공이 가장 클 것이고 우리는 그런 영화속의 히트곡(?)들을 수도없이 접해왔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그 익숙하고 박진감 넘치는 멜로디는 위에서 언급한 요소들을 완벽히 충족시키는 좋은 예이다. 심지어 영화음악에 약간의 흥미를 가지는 사람들이라면 [미션 임파서블]의 메인테마 도입부에 제시되는 그 리듬부(본격적인 멜로디가 등장하기 전에 말이다)를 대충이라도 흥얼거릴 수도 있을 정도인데, 영화속의 음악이라는 것이 히트곡을 양산해내기위한 것은 비록 아닐지라도 그 확실한 임팩트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는 것은 영화의 느낌을 스크린밖에서도 지속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테마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인기있는 고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작품성과 대중성에서의 성공이라는 명제를 동시에 만족시킨 좋은 실례이기 때문이리라.
지금 소개하는 랄로쉬프린은 바로 [미션 임파서블]의 오리지널 테마를 작곡한 장본인으로써, 현재 70이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헐리우드 영화음악계의 산증인이다. 그리고 수많은 선후배작곡가들에 의해서 다양한 형식으로 응용되고 있지만 영화음악속에 재즈의 느낌을 이질감없이 조화롭게 엮어낸 모범적 성공사례를 제시해준 명작곡가이기도 하다.
1932년 아르헨티나에서 출생한 랄로쉬프린은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하게 된 초기시절부터 국제적인 재즈페스티벌과 텔레비젼 시리즈, 각종 음악회등을 통해 명성을 쌓게 되는데(1950년대 중반은 스탄겟츠등의 전설적 뮤지션들과 활발한 교류를 쌓아갔던 시기이다) 아마도 그것은 콘서트마스터이자 재즈계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고 있던 부친 루이스쉬프린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마음껏 음악을 즐기면서 주말마다 잼연주회등을 통해 실력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었는데, 그때 익힌 피아노연주력은 훗날 친근한 대중적선율을 창조해내는 작곡가로의 자질을 키워주었고 지휘법의 습득은 음악전반을 일관성있게 아우를 수 있는 통제력을 동시에 키워나가는데 결정적 도움이 되었다.
또한 뮤지션이라면 일생에 한번은 꿈꿔본다는 무대인 카네기홀을 시작으로 링컨센터, L.A. 뮤직센터등 최고의 무대를 순회하면서 메이저급의 재즈페스티벌 참여를 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고, 클래식계에서 내노라하는 아티스트들과의 많은 협연을 통해 음악적 영역을 더욱 확장하게 된다. 특히 이 시기에 주목할 만한 성과(사실 성과라기보다는 랄로쉬프린이 국내에서 비교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탓에 뭔가 솔깃한 걸 찾다보니라는 표현이 맞겠다)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공식행사중 피날레행사의 음악부분을 맡기도 하는 등 그 지명도를 더욱 확장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 행사는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도밍고, 호세카레라스, 루치아노파파로티의 합동공연이 펼쳐져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영화음악가 랄로쉬프린의 역사는 더 화려하다. 100여편의 영화/텔레비젼 시리즈에 사용된 오리지널스코어들의 작곡을 통해 20여번이 넘게 그래미상에 노미네이트 - 4번 수상을 했다 - 되었으며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도 여러번 올라(수상경력은 아쉽게도 없다) 전문 영화음악가들조차도 이루기 힘든 화려한 경력을 쌓은 것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대로 재즈적감성을 영화음악에 적절히 가미하여 대중들의 구미를 자극했던 스코어들을 계속 내놓게 되는데 이를테면 [미션 임파서블] [더티해리]의 스코어들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미션 임파서블]은 영화음악가 랄로쉬프린에게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원래 텔레비젼 시리즈였던 탓에 대중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지속적으로 음악이 노출되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탄력있고 박진감넘치는 음악 그 자체에 더 많은 공이 돌아가야 할 듯 하다. 때문에 이 음악은 [미션 임파서블]의 트레이드마크나 마찬가지로 인식되었고 그 영향력은 너무나도 커서 훗날 톰크루즈가 영화화한 작품에서 그 압도적인 물량공세와 스타시스템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 1편의 대니앨프먼, 2편의 한스짐머도 랄로쉬프린이 이미 구축해 놓은 음악을 뛰어넘지 못했다 - 시간과 세대를 뛰어넘어 영화음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스탠다드넘버가 된 것이다.
그리고 랄로쉬프린의 팬들이 선호하는 스코어중 하나인 [더티해리]시리즈는 기복이 심한 극의 구성과 사건들을 충실하게 서포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Sudden Impact'와 같은 넘버의 경우 영화에 젊은활력을 불어넣는데 부족함이 없는 뛰어난 곡 구성을 들려준다.
[더티해리]의 사운드트랙은 모음곡형식으로 발매된 바 있는데 랄로쉬프린이 재즈를 비롯한 여러장르의 음악을 두루 섭렵해 온 인물이라는 것을 반증해주듯 다양한 느낌과 역할이 연상되며 한 트랙, 한 트랙의 완성도가 고루 우수하여 그에게 관심이 있는 영화음악팬들이라면 필청의 아이템이다. (브루스리의 최고 걸작이라고 칭송받고 있는 [용쟁호투]의 사운드트랙에서 들려준 호쾌한 스코어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에는 활동이 뜸한 감이 있지만 랄로쉬프린은 최근까지도 1년에 최소 서너개의 영화음악을 담당할 정도로 정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비교적 최근작중에 우리에게 알려진 작품으로는 성룡의 헐리우드 성공신화를 이어가는 시리즈물 [러시아워]와 스코어와 [탱고]등의 작품이 있다.
<사족>
랄로쉬프린의 디스코그래피를 보고 있노라면 그 화려한 면면에도 불구하고 LP 시절의 사운드트랙 음반들이 CD 재발매가 이루어지지않아 빛을 못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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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프린 대형의 음악을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인데요. 이분 기저에는 정말 인종적 요소의 용광로라고 해도 좋을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이 담겨있는 것 같아서 경이롭습니다. 영화음악도 좋지만 Verve ~ Columbia시기를 관통하는 Brazillian, Ochestral Pop, Jazz-Funk블렌딩의 압도적으로 경이로운 순간들 역시 무척이나 매력적이지요. 글 잘 읽었습니다.
2009/06/29 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