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이 영화속에서 자신의 음악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선 전문 영화음악가들의 경우는 스스로의 능력과 자신들이 익혀온 영화기술과 테크닉을 녹여넣는 그 자체에 희열을 느낄 것이고, 그속에서 기능하는 음악에 매료될 것이다.
하지만 영화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비전문 영화음악가들의 경우는 다소 상황이 틀려진다.
이런 경우는 솔로든 그룹이든간에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미리 구축하고 있는 예가 대부분으로 이들에게는 여러가지 핸디캡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은 영화에 대한 이해부족이다. 굳이 뮤지션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 가령 TV에서 공전의 히트작을 양산한 연출자가 영화에 와서는 쫄딱 망하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이것은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몰이해와 다소 느슨한 긴장감으로 영화를 접한 결과이며, 영화음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두번째는 영화음악으로 옮겨가기전 분명히 자신만의 음악적토양을 갖고 있는 뮤지션의 입장에서 본다면 영화라는 매체앞에서 중립을 지키면서 새로운 체계를 만든다는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를 닥달하고 부정해도 분명히 자신의 음악은 나오게 마련이고 그것이 영화와 웬지모를 이질감을 생성하게 되면 문제가 야기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뮤지션들은 영화속에서 자신을 숨기면서 어줍잖은 객관성을 흉내내느니, 아예 자신의 음악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안전한 전략을 취한다.
이러한 예는 너무나도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 다이어스트레이츠의 기타리스트 마크노플러나 재즈피아니스트 허비행콕을 보라. 그들은 자신의 음악을 드러내놓는 일에 인색하지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영화속에서 그것을 더 노골화시키는 경우마저도 있지 않았던가.
'기타의 신'이라는 닉네임이 아마도 평생을 따라다닐 에릭클랩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느릿느릿하지만 필이 충만한 그의 기타플레이는 전세계를 열광시켜왔으며 수많은 그룹과 솔로활동을 병행하면서 다져진 음악정체성에는 양보라는 미덕과 여전히 진행중인 음악에 대한 열정이 동시에 존재한다.
우리는 그의 노래와 기타플레이에 오랜기간동안 찬사를 보내왔다.
그가 받은 수많은 수상경력과 화려한 공연경력, 일생동안 참여해온 수많은 앨범들은 에릭클랩톤이라는 이름을 개인의 것이 아니라 음악계의 큰 획으로 인식되게 만들었다. 때문에 그가 작업한 사소한 작품들이나 단지 세션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다른 평가를 받기도 하니(그것이 다소 맹목적인 믿음일지라도), 어찌보면 에릭클랩톤은 정말로 축복받은 뮤지션인지도 모르겠다. '야드버즈'와 '크림'등의 슈퍼밴드를 거치면서 그가 만들어낸 대중음악계의 새로운 음악사조는 역사를 여러번 바꾸었지만 영화음악에서의 변화까지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속에서 새로운 시너지효과를 생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이유때문이지는 몰라도 그의 사운드트랙들속에서 이른바 '에릭클랩톤표 기타'소리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한때 인기절정을 구가하던 배우 미키루크의 얼굴이 커버에 실렸던 [홈보이]의 사운드트랙과 에릭클랩톤이 지속적으로 참여했던 시리즈물 [러셀웨폰]에서는 고인이 된 마이클카멘과 호흡을 맞추어 오케스트라의 선율속에 자신의 전매특허인 나른한 기타선율을 얹어놓은 독특한 뉘앙스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오케스트라와 협연해온 뮤지션의 모험적이거나 목적자체가 상실된 무의미한 시도가 아니라 영화음악속에 선명한 색깔을 부여하는 의미로서의 형식을 띄고 있다. 마이클카멘이 제시해놓은 스코어의 기본뼈대위에 에릭클랩톤의 기타연주가 개입되는 순간 전체적인 구조는 맛깔스럽게 바뀌게 되고, 다른 영화음악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이상적인 협연형태가 만들어지니 - 이것은 목적이 성취되는 순간에 다름아니다.
그리고 한때 언플러그(Unplugged)의 물결을 주도한 선구자답게 영화 [러쉬]의 주제곡 'Tears In Heaven'를 동일한 감성으로 불러주어 팬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다.
워낙 유명한 곡인지라 부연설명이 필요없을 듯 한데, 바로 이곡이 에릭클랩톤을 국내에서도 '인기뮤지션'으로 만든 장본인이며, 사고로 죽은 아들에게 바치는 애틋한 노래이기도 하다.
사실 1999년의 [스토리오브어스]의 음악이 가장 최근작이니 근자의 활동은 뜸한 편이다 - 물론 영화 [페노메논]에 삽입된 주제가 'Changed The World'로 대중들에게 가깝게 다가선 적이 있긴 하지만 - 그가 음악감독을 담당한 작품들중에서 후한 평가를 받고 있는 [홈보이]라든가 [러셀웨폰]시리즈, [러쉬]등은 영화음악적인 가치로서도 충분한 의의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록음악에서 시작된 그의 과거를 미처 이해하고 있지 못한 대중들에게 좋은 참고가 된다. 영화음악을 즐기면서 록음악의 한시대를 선두에서 치열하게 이끌었던 위대한 대가 에릭클랩톤의 과거를 자연스럽게 알아간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경험이다.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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