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그리고 OST-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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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관희

살다보면 자주는 아니지만, 분명 행운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 행운은 기회일 수도 있고, 자신만 즐기는 은밀한 것일수도 있으나 여하튼간에 자주 다가와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이벤트이기도 하다.
필자는 영화음악을 듣고 소개하기위해서 매달 꽤 많은 시간과 금전적 지출을 하는 편이다. 때로는 가족들의 압력이 있기는 하지만 술한잔정도의 가격만으로 훌륭하게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메리트는 생각보다 커서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음악을 즐기는 것은 필자의 생활일 뿐, 막상 가족들과 함께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던차에 DVD라는 매체는 그것을 훌륭하게 메꾸어 주었다.
특히 DivX의 악순환과 슬슬 보급되기 시작하는 DVD 레코더의 위협으로 인해 - 그리고 무엇보다 '무료'로 봐도 된다는 정말 이상한 분위기로 인해 이해가 가지않을 정도로 헐값에 나오는 작품들을 보면 그 아이러니함이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그 예로, 매장에 도착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36,000원 정도의 가격에 구입했던 키에슬롭스키의 '삼색시리즈'가 장당 4000원에 팔리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모르겠다. 물론 이 억울함은 5장짜리 [십계]를 24,000원에 구입하면서 풀리게 되었다.
분명 보고싶은 작품들만 구입함에도 불구하고 한장한장 쌓여가는 DVD들이 이제 200장을 조금 넘어가고 있는데(매니아들은 안다. 이게 별로 많지 않은 양이라는 것을) 오늘 컬럼에서 이야기하고자하는 세장의 DVD는 필자에게 '재수'나 '운좋음'의 차원을 가뿐하게 넘게 해주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 하나! 이 세장의 DVD는 모두 음악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더더욱 기쁨을 주었다.

첫번째는 시내의 S모 음반점을 습관적으로 들렀던 필자의 눈에 띄인 것이다.
한창 불법 Rip 타이틀에 대한 사건으로 DVD 커뮤니티 사이트들의 게시판이 뜨겁게 달아오를 때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장당 5,000원도 아니고 4,900원이라는 대단한 가격에 팔리고 있는 일명 '떨이'코너에서 필자가 집어든 알란파커의 초기작 [미드나잇익스프레스]였다.
사실 지금 냉정하게 본다면 그닥 100% 동의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작품이지만 조르지오모로더와 알란파커, 올리버스톤 - 게다가 데이빗푸트넘의 열정까지 녹아있는 추억어린 작품이었다는 이유로 '그냥 질러버릴수 밖에' 없었다. 바로 옆 코너에서 카사블랑카 라벨의 [미드나잇익스프레스] 사운드트랙 앨범이 16,000원에 팔리고 있었고 이 영화의 음악을 듣기위해 20,000원을 주고 VHS를 구입했던 필자의 과거가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음은 물론이다. 더군다나 필자는 [미드나잇익스프레스]의 DVD를 아마존에서 구입하려고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기 바로 직전이었던지라 그 기쁨은 더더욱 클수밖에 없었다.

두번째 행운도 역시 S모 음반점에서 이루어졌다.
앞서 언급한 [미드나잇익스프레스]와 같은 재수가 또 한번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나를 비롯한 수많은 경쟁자들(?)이 떨이코너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는데 필자의 눈에 또 다시 확 들어오는 문구 - '장콕토'가 눈에 띄는 것이다. 세상에나!
설레는 마음으로 집어든 디스크의 케이스에는 [미녀와 야수]라고 선명히 적혀 있었고 마음속으로 '유레카!'를 외치는 순간, 케이스의 뒷면에는 더더욱 경악할만한 문구가 눈에 띄인다. 4,600원짜리 [미녀와 야수]도 감지덕지한 판에 '스페셜피쳐'까지 무장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 놀랍게도 오디오세팅을 필립글래스의 오페라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역시 크라이테리언에서의 구입예정에서 4,600원짜리 가판대구입으로 옮겨지는 놀라운 순간이었다. 이게 두번째이다.

세번째 행운은 한달치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들렀던 W 대형할인점에서 가족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집어든 프리츠랑의 [메트로폴리스]이다. 경악을 넘어 코드 1번의 환상을 확 깨게 해주었던 [메트로폴리스]의 조악한 화질과 뭐가 다를까 싶어 호기심에 집어든 7,900원짜리(커버에 1926 Original Orchestra Score라고 적힌 것이 결정적인 구입메리트였다) 음반은 집에서 플레이버튼을 누르는 순간 희열로 바뀌었다.
역시 7~8년전 이 영화의 Laser Disc를 11만원에 사느냐 마느냐를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던 필자의 과거가 영화의 한장면처럼 오버랩되었다.
알고보니 이전의 유실되었던 필름까지 죄다 모아서 현재 발표된 것들에 비해 월등한 화질로 리마스터링을 거친 궁극의 [메트로폴리스]였던 것이고 웅장한 오리지널스코어까지 수록 - 게다가 전문가의 오디오커멘터리까지 싣고 있어 7,900원이라는 가격을 의심케 했다. 아마 [메트로폴리스]의 팬이자 프리츠랑의 광적인 팬인 필자는 이것이 79,000원(칠만구천원)이었다고 하더라도 구입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식으로 기회를 노린다면 뜻밖의 횡재는 계속될 것 같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이런 운좋은 경우도 예전에 한장의 음반을 구하기위해 시내를 싸돌아다니면서 발품을 팔았던 열정과 비례하는 것 같다. 약간의 마우스 조작만으로 쉽게 얻고, 그만큼 쉽게 버리는 - MP3와 DivX로 초토화의 길을 걷는 디지털컨텐츠 시장속에서도 값진 매체를 저렴한 가격에 소유할 수 있다는 기쁨은 분명 보람있는 일이었다.
필자가 느꼈던 작지만 소중한 행운이, 분명 영화와 음악의 애호가이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행운이 골고루 노출(?)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했을 때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한다면 그것은 더더욱 보람있는 일일 것이다. 적어도 마우스를 굴리면서 쉽게 찾아낸 자료보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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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4box@hanmail.net) boxworld
OST-BOX/BOX 컬럼 l 2008/07/2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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