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그리고 OST-BOX

'영화를 어떻게 만드는지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건 없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이 점잖게 영화는 이렇게 만드는거야 라고 말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정말 웃긴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 작자들이야말로 영화를 어떻게 만드는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번 카메라를 들려 줘보십시요. 벌벌 떨게 분명합니다. 영화는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라고 고민하면서 만드는 것입니다. 다들 다를 바 없는데도 그걸 솔직하게 말하기가 너무 창피해서 말을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용기를 내서 당신의 영화를 만드십시오. 그리고 그 다음에 어디에 가서 제발 영화는 이렇게 만드는거야 라는 말 따위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오랜만에 꺼내어 본 영화 월간지 키노(지금은 폐간된)에서 읽은 피터잭슨의 말이다.
악명높았던 데뷔작 [고무인간의 최후]적 뉘앙스를 복선으로 깔아놓은 피터잭슨의 모습과 오버랩시킬 필요가 없다. 그가 표현한 방식은 무엇보다 진실했고 진심이었다. 얄팍한 기술들과 흥미거리로 전락한 댓글평론으로 도배되는 영화'판'에서 진심을 발견하기란 기실 어려운 일이 되지 않았던가.
흔히들 말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3단계 - 첫번째가 반복해서 보는 것이면 두번째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 세번째는 직접 만드는 것이라고. 아마도 피터잭슨의 말은 지금 필자에게, 혹은 무언가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가장 와닿는 말인듯 싶다.
무한한 애정과 관심은 맹목적인 집착과 충성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솔직하고 진심어린 비판을 전제로 하며, 서툴게나마 그것을 만들고 고민해 보는 과정에서 생겨난다는 당연한 사실말이다.

필자는 지난주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열린 영화음악가 마스터클래스 프로그램에 모더레이터로 참여하여 조성우 음악감독과 가와이켄지 음악감독을 만나는 영광스러운 자리를 가졌다. 평소에 존경해왔던 작가들과의 만남도 설레이는 것이었지만 무엇보다 영화음악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길 자청한 사람들(참석자들)의 정체도 궁금했고, 그 시간이 영화음악을 즐겨왔던 매니아의 입장에서 봤을 때 어떠한 긍정적인 의미가 될 수 있을지 - 분명히 궁금한게 많았던 행사였다.
궁금함과 흥미가 더 많은 애착을 갖게 하고 그것을 느끼고 즐기는 가운데 진심어린 관심이 증폭될 것이다. 영화음악이 그런 계기와 과정의 한중간에 놓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 물결에 휩쓸렸으면 하는 바램, 그것을 소수가 아닌 다수의 힘으로 이끌고 동참해 나갈 때 아마도 더 멋진 뭔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시발점은 고민에서 시작된다는 사실과 용기. 이 두가지였다.
환상적이었던 전주국제영화제의 2박 3일은 고민과 용기를 동시에 상기시켜준 멋진 시간들이었다. (2005년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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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4box@hanmail.net) boxworld
OST-BOX/BOX 활동 l 2008/07/2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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