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그리고 OST-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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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로니 웨스턴 영화 [황야의 무법자]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영화음악가 엔리오모리꼬네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전후 이탈리아 영화의 대표적인 작곡가의 계보는 알렉산으로 치코니니, 니노 로타, 카를로 루스티켈리, 마리오 나침베네, 리즈 오르톨라니, 엔리오 모리꼬네, 스텔비오 치프리니아로 이어져 내려오지만 그중에서도 대중적인 인기와 실력의 양면에서 제 1급의 작곡가는 엔리오모리꼬네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우선 맨 먼저 우리에게 강렬하게 어필한 그의 음악은 [황야의 무법자]였다.
[황야의 무법자]는 엔리오모리꼬네가 명장 세르지오레오네감독과 컴비가 되어 만든 첫번째 작품으로 그에게 움직을 수 없는 인기를 가져다 주었다. 작품이 좋았던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향수를 달래는듯 하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에 싸여 있는 주제곡의 선명한 매력이 선풍처럼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저 유명한 '방랑의 휘파람'인데 FM방송 영화음악 프로그램의 인기 레퍼토리로 우리가 자주 듣게 되는 독창적인 명곡이다. 이곡의 원래 제목은 '티톨리(Titoli)'로 이탈리아 말인데 티톨리란 영어의 타이틀에 해당한다. 즉 타이틀 음악인 셈이다.
'방랑의 휘파람'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영화음악사에 돌풍을 일으킨 기록이 될 만한 곡이었다. 영화의 타아틀 백에 처음 사용된 이후 주인공 죠(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등장항 때마다 계속 되풀이되는 이 곡은 실로 멋진 극적 구성으로 놀랄 만한 효과를 빚어내고 있다.
기타의 리듬을 탄 휘파람의 애수어린 멜로디가 낭랑하게 황량한 서부의 정경을 그려 나간다. 그리고 이것을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가 받아들여 다이나믹한 코러스로 주제를 재현하면서 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하여 최고조에 이르면 곡은 또다시 원래의 기타와 휘파람으로 낮게 노래되면서 적막하게 사라지듯이 끝을 맺는다.
외우기 쉽고 아름다운 멜로디도 멜로디지만 시원하고 장중한 기분을 돋우는 엔리오모리꼬네의 편곡기교가 아주 뛰어나고 매력적이다. 이렇게 스산한 트럼펫의 선율은 잔혹성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비장하게, 때로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여 결국 그 밑바닥에는 인간성의 문제가 깔려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의 최대 매력은 역시 서정미 넘치는 이탈리안 멜로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폴리 민요와 이탈리아 오페라, 나아가서 칸쵸네에서 그 매끄럽고 아름다운 멜로디의 원천을 얻고 있는 엔리오모리꼬네의 음악은 그 어떤 곡이나 휘파람으로 따라 부르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 그런데 그 가락의 아름다움은 애뒤법을 효과적으로 구사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인해 더욱 돋보이며 가끔 삽입하는 신디사이저나 일렉트릭 기타, 트럼펫등의 액센트도 더할 나위 없는 매력을 자아낸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영화음악 팬들에게 인기있는 영화 [시실리안]을 보자.
냉혈의 젊은 갱 알랭들롱이 감옥에서 재판소로 옮겨 가는 도중의 광경을 차가운 철문의 효과음과 함께 깨끗하고도 소름끼치는 일렉트릭기타의 주도, 고음의 멜로디, 음산하면서도 스릴이 있는 매끄러운 현악의 타이틀 백이 된 테마곡이 흐르는 타이틀에서부터 관객들은 이미 눈과 귀를 매혹당한다.
8분의 6박자 때로는 8분의 12박자의 분산화음으로 변주되는 이 주제곡은 그 멜로디가 부점 리듬으로 일렉트릭 기타가 주도하고 이를 뒷받쳐 주는 현악의 세련된 연주도 감미로운 서정미와 함께 전원적인 맛마저 풍기고 있다. 특히 화면의 냉랭한 분위기와는 정반대인 서정적인 시칠리아노 무곡풍을 현대감각으로 따낸 주제음악은 벌써부터 극적인 갈등을 예시하고 흥미를 더해주는 것이다.
또 한가지 엔리오모리꼬네의 음악에는 여성의 스캣보컬이 자주 주역으로 등장한다.
영화 [웨스턴] [모세] [오르카]에서 구사한 여성 소프라노의 우아하고도 애수에 찬 스캣보컬의 아름다움은 실로 일품이다. 이런한 패턴은 영화음악의 방향 정립에 커다란 영항을 미치게 되었다. 그 어느 것이나 다 현악기군을 강조한 사운드와 물흐르는 듯한 편곡으로서 좋은 평을 받았고 영화음악의 진미를 보여 주었던 것이다.
재미있는 일은 엔리오모리꼬네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면서 미국 영화음악을 가장 많이 작곡한 외국인 작곡가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어떻게 해서 당신은 언어가 소통되지 않는 작품의 작곡을 준비하느냐'는 잘문에 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영화의 느낌을 소화하면 된다' 라고 대답했다.
이처럼 그가 레퍼토리를 미국 영화에까지 넓히게 되었던 것은 역시 본 고장 작곡가에 비해 작품에 적응하는 속도가 빠르고 감각적으로도 날카롭고 항상 젊음을 간직하기 때문이리라.

- Writer 서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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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4box@hanmail.net) boxworld
영화음악가/국외 l 2008/07/2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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