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세글자로 이루어진 방준석이라는 이름을 세가지의 이미지로 기억한다.
하나는 그룹 'U&Me Blue'에서 들려주던, 기존의 음악을 정면 부정한 그 낯설지만 고집스러운 선율을 -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보다도 더 아름답고 호소력있던 오리지널스코어를 작곡했던 'Original Score by 방준석'의 이미지를, 상업성없기로 소문난 시완레코드에서 발매된 미스테리한 뮤지션 한의수의 앨범 수록곡들중에서 긴박한 서플리듬에 혼을 빼앗겼던, 가장 인상적이었던 곡 '달의 광시곡'에서 절규하듯이 표출되던 그 매력적인 보이스를...
한국의 대중음악이 때로는 작품을 만들고, 때로는 천박한 상업성에 물들어 공허한 컴필레이션을 쏟아내고 표피만 번지르르했던 그 위대한 '앨범 100만장 시대'를 부르짖으며 표류했던 작금의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최전방에 서있는 뮤지션 방준석의 존재는 그저 소중하기만 하다. 이것은 [이달의 작곡가]코너에 소개되어야 하는 운명(?)에 처한 뮤지션을 띄워주기위한 과장된 제스츄어가 아니며, 또는 한 뮤지션의 과거사까지 들추면서 뭔가를 적어야하는 필자의 상황을 그럴듯하게 감싸보려는 - 그래서 이것은 진정 그냥 해보는 소리가 아니다.
이제 뭔가 제대로 모양새를 갖추어가는, 진정 작품으로서의 영화음악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그 알찬 디스코그래피를 채워가고 있는 음악인 방준석은 분명 이 코너를 빛내줄 주목받아 마땅할 인물이다.
미국교포 1.5세대의 유학파, 뉴욕의 브룩클린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20대 초반의 나이에 음악이라는 재산하나만을 가지고 귀국한 두 청년이 있다.
그들은 정말이지 우울했던 - 참을 수 없는 암울함의 한국음악을 '충분치 않다'(Nothing's Good Enough)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로 축약시키고 '동화되고 싶은 우리의 외침'(Cry, Our Wanna Be Nation)을 연이어 발표하며 언더와 오버그라운드의 음악을 설득력있게 만들어보려던 실험집단 '유앤미블루'라는 듀오이다.
블루의 쿨한 색채는 온데간데 없고 우울하고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쏟아놓은 두장의 음반은 시장에서 완전히 저주받았으며 곧바로 잠정적 해체로 이어지는 참담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혁신적인 것으로 재평가받으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평단의 찬사 - 이런 사실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가. 겸손한 음악으로 들려지길 원했던 두 젊은이의 작품은 그들의 겸손함과는 관계없이 이미 한국대중음악사의 큰 부분을 수놓은 의미있는 역사로 자리잡고 있다.
'그 시절의 우리음악은 필요이상으로 과대평가 받고 있다'며 그 겸손함을 역사의 뒤로 숨기려고 했던 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20만원이 넘는 고가격에 거래되는 그들의 음반(이것이 과연 저주받은 걸작의 운명쯤으로 생각되는가?) - 그것이 바로 작곡가 방준석이 젊은 날 동료 이승열과 함께 했던 '유앤미블루'의 단편적인 역사인 동시에 그 시간들이 진실로 의미심장 했던 것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으며, 이렇듯 탄탄한 음악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방준석의 음악세계는 이후 영화음악 분야에서도 그대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
한국영화음악의 역사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인 음악감독 조영욱(얼마전 있었던 각종 영화상들에서도 [클래식]으로 수상으로 그 입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과의 공동작업이 만들어 낸 사운드트랙들에서 그만의 독창적이고 완성도높은 오리지널스코어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작품의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성공적인 사운드트랙의 선례를 남긴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을 비롯(이 사운드트랙에서는 유감스럽게 대부분 팝으로 도배된 컴필레이션의 성격으로 인해 방준석의 스코어를 접하기가 힘들다) 떼거지로 제작되던 슬래셔 호러무비의 유행을 타고 공개된 [해변으로 가다]에서도 그 독창성이라는 면에서는 의심할 바 없는 음악, 그것이 바로 방준석의 작품이다.
1999년과 2000년에 각각 발표된 [텔미썸딩]과 [공동경비구역 JSA]은 영화음악가 방준석의 입지를 본격적으로 구축한 작품으로, 아마도 영화음악에 관심있는 매니아들이 그를 주목하게 되었다면 가장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작품이 바로 본작들일 것이다. (물론 영화자체의 성공적인 흥행성적과 무관하지 않다)
[텔미썸딩]의 사운드트랙은 스릴러류의 영화들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중 하나인 절대적인 긴장감이 탁월하게 표현된 수작이며, 남북한 병사들의 우정과 아이러니를 다룬 그해 최고의 화제작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는 타악기를 적절히 활용한 민속적색채와 남북한의 아이러니를 설명할 때 흘러나오던 현악의 유려한 코드진행에서 느껴지는 그 능숙함 등... 필자는 이들 작품에서 들려지던 스코어를 들으면서 그 절묘한 영상과의 조화를 다시 한번 상기시킬 수 있었으며, 방준석이라는 이름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 - 그만큼 그의 음악은 센스와 앞서가는 감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의 승승장구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데 [YMCA 야구단]에서는(이 영화는 분명 시대물이다) 적어도 음악에서만큼은 현대와 고전이 성공적인 조우로 마무리됨을 목도할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시대적인 특성상 영화음악가의 독창적인 해석에 많은 것을 기댈 수 밖에 없는데 방준석의 음악은 그런 걱정을 일시에 불식시킬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접속]의 리메이크판이라고 불리웠던 [후아유]에서는 초반부에 들려오던 경쾌한 리듬의 타이틀트랙을 비롯하여 그의 음악적인 센스가 곳곳에 도사리며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최근 그가 담당했던 영화음악으로는 [오! 브라더스]와 [...ing]등이 있는데 특히 후자의 사운드트랙은 오리지널스코어의 비중보다는 모던록을 기반으로 한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송트랙들을 다수 수록하고 있다.
그의 전력을 생각해 본다면 아마도 가장 의욕적이며 재미를 느꼈을 법한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 방준석은 '복숭아'라는 영화음악 제작 프로젝트의 구성원으로 참여하여 다시 한번 의욕적인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어어부프로젝트의 장영규를 비롯 강기영, 황신혜밴드 출신의 장민승, 도마뱀출신의 이병훈등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영화음악만을 위한 팀으로 서로의 작업을 위한 세션을 기반으로 서로의 음악적인 개성을 서포터하며, 여기서 창출된 작업물을 행복한 음악적 시너지효과로 증폭시키는 생산적인 목표의식을 띄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적인 기반인 대중적코드를 영화라는 매체에 성공적으로 치환하는데 있어 서로의 장단점을 메워주고 과감한 실험마저도 '즐긴다'는 점에서 더욱 앞으로의 활약을 주목케 하는데, 이런 장난스러운 모토이면에는 '복숭아'라는 고유의 레이블을 발전시켜 질좋은 음악을 만들어내고 그것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 더 좋은 창작의 뒷받침을 가능케한다는 시스템의 구축이라는 멤버들의 공통적인 생각이 있다.
그 시스템의 구축으로 만들어진 영화음악들은 최근 한국 영화음악의 발전과 비례(당연하게도)하고 있다. 이 팀의 주축에 서있는 방준석의 존재가 주는 든든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며, 독보적인 여성보컬리스트 한영애의 신작앨범 세션 등, 지금도 계속되는 그의 쉼없는 창작활동은 기대이상의 그 무엇마저 느끼게 한다.
아마도 그의 활동은 - 우리에게, 또는 적어도 필자에게 만큼은 방준석이라는 영화음악가의 이름은 앞서 언급한 세가지 이미지이외에 한가지를 더 추가해준다.
늘 현재진행형인 뮤지션의 이미지, 바로 그것 말이다.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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