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별: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1997/1997)
작곡가: 김동성
발매사: 대성레코드
글쓴이: SL
---------------------------------------------------------------------------------
[03:20] 01. Main Title
[04:27] 02. 분노
[03:17] 03. 시어머니의 방
[05:31] 04. 고독 그리고 질투
[04:09] 05. 이상한 일들
[03:03] 06. 파국
[05:46] 07. 의혹
[03:47] 08. 수진의 가출
[04:34] 09. 불길한 징조
[03:03] 10. 혜경의 탐문
[03:10] 11. 다음 세상에서는...
[03:20] 12. Title Reprise
---------------------------------------------------------------------------------'1'이라는 숫자가 고독한 영웅의 분투기를 그리는 액션 영화의 숫자라면, '2'는 두사람의 애틋한 관계를 드러내려는 멜로 영화의 숫자다. 그리고 거기에 1을 더하여 '3'이라는 숫자가 만들어지면, 영화는 비로소 공포와 긴장이 스물스물 피어나는 그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한다.
그래서 3은 스릴러 영화의 숫자라고도 한다. 그것이 어느 젊은 연인들의 생기발랄한 삼각관계이든, 혹은 하룻밤 실수로 미지의 누군가와 엮어진 인연이든, 혹은 아들을 사이에 둔 고부간의 미묘한 갈등이든간에. 그렇기에 멜로 영화의 주인공이 결코 되지 못하는 나머지 한 사람은 고독한 액션 영화의 주인공처럼 초인적인 힘을 얻어 두 사람을 저주한다.
애정은 증오로, 웃음은 공포로 그리고 기쁨은 슬픔으로 그 낯빛은 서서히 바뀌어가고, 세상에서 가장 안락했던 그들의 공간은 이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되어 그들에게 다가선다. 조금씩 가슴을 옥죄어오는 올가미처럼.
[손톱]으로 이미 세사람 사이의 그 기묘한 역학관계를 지독하게도 그려냈던 김성홍 감독의 [올가미]는 한층 더 짙은 어둠의 그림자를 세사람 사이에 드리워놓는다. 이름없는 망령도, 얼굴없는 유령도 아닌 현실에서 가장 가까이에 위치할 수 있는, 그래서 더 끔찍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는 시어머니의 사랑 그리고 며느리에 대한 질투. 비극적인 오페라의 서곡처럼 집 안 구석구석을 훑고가는 '메인 타이틀'에서 비감서린 어느 소프라노의 음성을 따라가다보면, 바로 그것이 아들에게 들려주는 어머니의 자장가 소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참으로 재치있는, 하지만 섬뜩한 그 울림... 지금은 영화보다 방송용 사극에 주로 음악의 힘을 실어주고 있는 작곡가 김동성의 솜씨다.
이미 눈치챘을 수도 있지만, 텔레비전의 드라마 음악 중에서 사극은 다른 드라마들에 비해 상당히 웅장하고도 공들여 제작해 낸 타이틀 곡이나 테마 곡들을 선보이곤 하는데, [용의 눈물]과 [태조 왕건] 그리고 근작 [제국의 아침]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역사 드라마의 주제 음악으로 KBS 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추었고, 게임음악인 [A3 마법같은 사랑]에서는 런던 세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그리고 최근에는 김민기의 노래들을 교향곡으로 편곡하여 러시아 심포니의 섬세하고 정교한 연주로 되살려낸 그는 지금도 꾸준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의 현대음악가 중 한사람이자, 탁월한 오케스트레이션 실력으로 고전적인 스코어링을 구사할 수 있는 영화음악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보수적이고 정통적인(물론 언제나 보수와 정통 혹은 전통이 일맥상통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음악의 색깔로 KBS와 사극이라는 조건 아닌 조건을 그의 음악이 충족시킬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많은 스릴러 영화들이 전통적인 스릴러의 틀 안에서 그 구성의 섬세한 변주로서 새로운 쾌감을 주어야 하는 것처럼, 긴장스러운 현의 선율과 신경질적으로 울려대는 타악기의 리듬이 [올가미]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기본적인 음률이 되어주고 있는데, 거기에 피아노와 플룻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소프라노의 처연한 보컬은 이 스릴러의 스코어가 다른 스릴러물과 구별되게끔 해주는 작지만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낸다.
특히 영화의 처음과 끝을 수미쌍관으로 장식하고 있는 'Main Title'과 'Title Reprise'는 이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의 백미. 알 수 없는 위압감을 느끼면서 수진이 저택으로 들어서던 순간과 피로서 그 끝을 맺는 세사람의 잔혹한 운명 위에 차례로 덧씌워진 비장한 선율은 결코 쉽게 잊혀지지 않던 순간들이다. 또한 그 사이사이를 하프와 피아노의 미묘한 변주와 함께 현악기와 오보에의 묵직한 음감 그리고 신경을 자극하는 스네어 드럼과 금관 악기의 앙상블로 완급을 조절하며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가는 고전적인(그리고 보수적인) 스코어들은 이러한 장르 영화에서 음악적 컨벤션으로서 스코어가 얼마나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지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