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그리고 OST-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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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분위기 좋은 커피숍의 벽 한면을 가득 채울만한 크기의 영화 포스터는 몇가지로 정해져 있었다.
그중 전체적으로 파란색조를 띄고 화면의 아래부분으로 갈수록 나른한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는 배경앞에 턱을 괴고 있는 한 여성의 모습. 바로 80년대에 접어 들면서 프랑스의 영화 제2의 전성기를 창조하고자 했던 역동적인 물결의 선두에 있었던 장자크베넥스 감독의 [베티블루]는 이렇게 영화 포스터만큼 매우 인상적인 위치에 있었다.
여주인공 베티가 보여준 순수함 그 자체는 죽음마저도 아름답고, 느닷없는 광기도 허락될만한 카리스마를 지녔고, 한동안 많은 영화팬들은 깔깔거리며 웃어대던 그녀의 환영에서 벗어나기가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이 새로운 역사에 동참한 영화음악가 가브리엘야레는 이 영화 [베티블루] 한편의 음악으로 단번에 세계적인 지명도를 확보했다. 특히 이 영화의 음악이 대중들에게 강하게 인식될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속에서 영상을 배경으로 두고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기존 영화음악의 체계를 답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야레가 음악으로 들려주려는 주인공 베티와 조르그의 짧은 역사는 영화속에서 아무도 그들을 막지 못했던 것처럼, 다소 객관적으로 대응한다.
영화의 주제곡은 때때로 방갈로의 일꾼이 불어대는 색서폰의 둔한 음색으로 대치되기도 하고, 영화의 중반쯤에 두 주인공이 함께 치는 피아노의 소박함으로 대변되기도 한다.
사실 이 영화의 음악은 대중들에게 다소 상반된 견해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 발표된 '연인'의 사운드트랙은 기존에 그의 음악에 지지를 보냈던 팬들에게는 더 좋은 선물로, 그를 비평하기에 바빴던 이들에게는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과장이든, 실제든 현실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했던 그의 작품들은 쇼킹한 놀라움이나 체계화 된 영화음악적 논리를 펴지 않는다. 특유의 감정적인 흐름에 따라 만들어진 듯 보이는 그의 스코어는 이 작품에서의 나른함과 몽환적 느낌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반증해주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국적인 느낌이 유달리 강조되어 있지도, 그렇다고 해서 아름다운 선율을 고려한듯한 고의성마저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기존의 팬들에게는 다소 모험일 수도 있을 터인데, 야레의 스코어는 그 특유의 유려한 멜로디라인으로 훌륭히 극복해내고 있다.
최근들어 가브리엘야레가 보여주는 행보는 그의 음악이 최소한 외견상으로는 크게 진일보했음을 증명한다. 그 비견한 예로 [시티오브엔젤] [잉글리쉬페이션트]등에서 들려주는 그의 영화음악들은 초기작들이 주는 압박감에서 벗어났음을 알 수 있다.
다소 단조로웠던 현악기군들은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무장한 모습이 되었고, 국적불명이라는 악평속에서도 신선함이라는 큰 미덕을 지녔던 타악기나 색서폰과 같은 악기들의 사용을 자제했던 것이다. 1996년에 아카데미 작곡상을 수상한 [잉글리쉬페이션트]는 그런 유형을 여실히 증명하는 예가 될 것이다.
비영어권에서의 작품을 떠나 근래에 헐리우드의 몇몇 영화들에서 그가 발표한 사운드트랙들이 초기작들의 신선한 감이 떨어진다는 평은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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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4box@hanmail.net) boxworld
영화음악가/국외 l 2008/07/2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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