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많은 관심과 비판을 동시에 받는 영화제인 아카데미 영화시상식에서 영화음악 매니아들은 오랜기간동안 한 사람의 원맨쇼를 감상해왔다.
후보에 오른 모든 작품들의 음악들을 탁월한 편곡과 연주로 조율해내는, 항상 그 정점에 서있는 지휘자의 모습으로도 익숙한 빌콘티의 모습은 이렇듯 매우 익숙한 것이다.
히트를 거듭한 수많은 영화음악의 작곡가이자, 고전과 현대를 자유롭게 왕래하는 편곡의 마술사이기도 한 빌콘티의 활약... 이것은 오랜기간동안 영화음악을 사랑해왔던 이들과 비영화음악 매니아들까지도 포용하는 넓은 범주에 있기도 하다.
많은 작곡가들이 그랬듯이 빌콘티 역시 어린시절부터 음악을 접하기 쉬운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갔다. 특히 그를 매료시켰던 것은 영상과 음악이 정확한 시점에서 만나는 액면 그대로의 영화음악이 아니라, 때로는 전혀 영화음악같지않은 탈장르의 범주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빌콘티는 정통적인 사고에 입각한 영화음악의 창조자라기 보다는 다소 크로스오버적인 성향을 지닌 작곡가라고 분류되고 많은 매니아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이다.
빌콘티가 담당한 영화음악들 중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은 뭐니뭐니해도 [록키]시리즈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은 그의 이력중에서 시리즈물을 담당한 드문 예이기도 한데, 음악자체가 지니고 있는 탁월한 카리스마와 선명한 구조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영화 [록키]의 음악은 관악기로 시작하는 익숙한 테마가 울려퍼지면서 때로는 재즈취향으로, 때로는 전형적인 아메리칸팝 스타일로 자유롭게 변주되고 있다. 이것은 가장 미국적인 것을 추구했던 영화의 성격과도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국수적인 성향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영화자체와는 달리 음악은 비평가들과 대중들로부터 그야말로 뜨거운 호응을 얻어내기에 이른다.
다작을 하지않는, 또는 자신의 유명세와 영화자체를 직접적으로 연관시키지 않는 작업 스타일 때문인지 그의 작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간혹 발표되는 그의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작곡가 빌콘티가 단순한 영화음악가라는 사실을 뛰어넘은 음악 경영자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1984년에 발표된 [그랜드캐년]은 이 사실을 반증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당시 영화속의 음악이 필요이상으로 거대했던 아이맥스 영화속의 화면보다도 더 웅장했음을, 그리고 그 배후에는 빌콘티라는 걸출한 작곡가의 힘이 절대적이었음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이다.
또한 1983년에 발표되어 그에게 오스카상의 영광을 유일하게 안겨준 [The Right Stuff]는 SF의 음악이 쓸데없이 과대포장되거나 지나친 난해함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준 좋은 본보기이기도 하다.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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