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역사를 따라가다보면 프랑스라는 나라의 위상이 실로 대단함을 알 수 있다.
규모나 시스템으로만 판단한다면 이미 기업화의 길을 오랜 세월동안 구축해 온 헐리우드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프랑스의 영화사랑은 국가적 자존심과도 맞물려 있다.
대부분 나라들이 처참하게 헐리우드의 공세에 넉다운 된지 오래지만 프랑스는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자국의 영화점유율이 높은 나라이다.
이렇게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 나라인만큼 자국내의 영화역사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탄탄한 길을 걸어오고 있는데 여러세대를 거쳐오면서 그 구조는 더욱 단단해져가고 있다. 물론 최근의 작가주의 영화들이 다소 퇴보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프랑스의 입지가 약해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자기나라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 나라인만큼 그들의 영화에는 어김없이 지속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을 펼쳤던 스탭이 있게 마련. 그중에서도 미셸르그랑의 위상은 돌이켜 생각해보아도 압도적이다. 프랑스내의 활동은 세세한 거론이 필요없을 정도로 방대해서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일일이 나열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며, 그의 정력적인 활동은 전성기때의 엔리오모리코네의 그것에 필적할 정도이다. (무려 200여편에 육박할 정도이다.)
이런 결과는 기본적으로 미셸르그랑의 재능과 가장 연관이 있으며, 마치 당연한 수순처럼 미국영화의 자본이 들어간 영화들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뚜렷하게 각인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그의 작품들 중에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몇몇 작품들을 위주로 살펴보자.
미셸르그랑의 작업패턴중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가 음악을 통해서 들려주는 부드러운 감성이다. 물론 이런 정의가 전체적인 그의 작업패턴에 해당되는 것은 절대 아니며,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왔던 미셸르그랑의 몇몇 작품들을 위주로 봤을때이다.
그의 음악은 보컬이 포함된 주제곡에서 빛을 발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왕년의 액션스타 스티브맥퀸이 주연한 69년작 [토마스크라운어페어](최근에 새롭게 리메이크되기도 했던)의 주제가 'The Windmills of Your Mind'는 아름다운 멜로디로 대중들에게도 많이 알려졌으며, 그해 오스카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 경력에 날개를 달아준 작품이 [옌틀]인데 노래 잘하고 끼가 농후한 만능 엔터테이너 바브라스트라이샌드가 감정을 추스리면서 노래하는 'Papa Can You Hear Me' 'The Way He Makes Me Feel'등의 멜로디는 미셸르그랑이 단순한 작곡자의 재능을 넘어선 대가의 위치에 올랐음을 반증해 주는 훌륭한 넘버이다.
72년에는 영화 [Summer of '42]의 스코어를 담당했는데 이 음반은 시카고의 주제곡이 더 유명해진 탓에 미셸르그랑의 음악이 다소 홀대받는 경향이 있지만 엄연히 그의 대표작이며, 국내에서 한때 쉽게 구입가능했던 명작이기도 하다. 또한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도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을 해서 그의 이력에서는 절대로 빠트릴 수 없는 목록이다.
미셸르그랑의 뛰어난 재능은 프랑스가 낳은 또 한명의 걸출한 작곡가 프란시스레이와 곧잘 비교되기도 했는데 이 둘은 경쟁관계가 아닌 동반자의 관계에서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국내제목이며 TV에서 방영)의 음악을 함께 담당해 애호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기도 했다.
최근 활동이 다소 뜸해진 경향이 있지만 그의 재능을 기억하는 수많은 팬들이 있기에 새로운 작품이 언제나 기대되는 작곡가, 그가 미셸르그랑이다.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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