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별: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1991/1991)
작곡가: Giancarlo Bigazzi
발매사: Mercury Records
글쓴이: SL
---------------------------------------------------------------------------------
[01:43] 01. L'arrivo
[02:43] 02. Il tempo passa
[00:27] 03. I fratelli Munaron e la pastorella
[02:10] 04. Aziz il turco
[02:55] 05. Stelle sull'egeo
[00:58] 06. Ritorno di un vecchio tenente
[02:40] 07. Ballo in piazza
[01:00] 08. La realt?che torna dal cielo
[00:52] 09. L'asino e la luna
[02:41] 10. Progetti per il futuro
[00:44] 11. Il mare degli archi
[00:33] 12. Cornamuse
[02:23] 13. Tema di Vassilissa
[01:37] 14. Il paese dietro i lenzuoli
[00:50] 15. Scene di vita in un'isola dell'Egeo
[04:10] 16. Mediterraneo
[00:51] 17. Il mare dall'alto
[03:04] 18. Lontani
[00:42] 19. Noventa scompare nel blu
[02:58] 20. Il ladro
[00:38] 21. Il pope
[00:50] 22. L'incontro
[01:42] 23. Lo sbarco
---------------------------------------------------------------------------------하늘 빛깔과 바다 빛깔이 맞닿아 선연한 대비를 이루는 에게해.
그 틈을 비집고 육중한 몸체의 군함 한 척이 다가선다. 2차 세계대전의 긴장 속에 잔뜩 움츠린 여덟 명의 이탈리아 병사들을 싣고, 인간의 이성이 만들어낸 모든 법칙과 이데올리기 그리고 욕망과 일상사로 듫끓는 전쟁이 뭍을 온통 휩쓸고 있건만 뭍과 뭍 사이 고여있는 지중해는 가만히 그들을 감싸안는다.
인간의 문명이 시작된 이래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와서 생각하건데 난니 모레띠의 영화 [나의 즐거운 일기]의 두 번째 에피소드 [섬]을 보면서 이 영화 [지중해]를 떠올렸던 것 아마도 두 영화가 비슷한 맥락으로 읽혀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섬과 섬 사이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모레띠의 교훈은 비록 소소한 일상이긴 하지만 바로 문명에서 떨어져 나온 삶이 주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였으니까.
그 행복에 대해 영화의 서두에서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이런 시대에 살아남아 꿈을 꿀 수 있는 길은 도피뿐이다’라고.
문명과 문화, 비슷한 듯 다른 두 단어는 서로 대척점에 놓여있는 관계는 아니지만, 적어도 영화[지중해]에서만큼은 문명(혹은 이성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들)과 동떨어진 자연 그대로의 삶이자, 지중해의 외딴 섬 미기스티에서 허용되는 문화 그 자체다.
창녀라는 말을 차마 내지 못해 얼굴만 붉히는 병사들에게 할머니도 어머니도 창녀였기 때문에 자신도 창녀가 되었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아가씨나 파르티잔이 되어 전쟁에 나간 남편 대신 병사와 사랑에 빠진 유부녀, 알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한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두 남자의 모습 등은 규범과 이성이 지배하는 뭍에서 허용되기 어렵지만 이곳에서는 자유롭고 또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그런 시대’에 병사들이 주인공이 되어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는 대신 전쟁 자체를 잊는 영화가 선택한 것은 바로 그런 문명과 문화의 대비다. 그런 점에서 지앙카를로 비가찌Giancarlo Bigazzi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매우 흥미롭다.
영화 전면에 흐르는 음악이 유럽문명이나 일정한 장르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스코어가 아니라 지중해의 풍광과 잘 들어맞는 에게해의 민속음악을 토대로 삼고 있으며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탈리아 병사들의 관점이 아닌 지중해의 섬 자체에 전체적인 영화음악의 톤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음악은 이 영화에서 문명의 대척점에 놓여있는 문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병사들을 태운 군함이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낼 때 흘러나오는 ‘L'arrivo(도착)’는 팽팽한 바이올린의 멜로디로 시작되지만 이내 리라와 부주키, 투벨레키(들고 치는 북의 일종)등 그리스의 악기들과 어울려 이탈리아 병사들을 이국의 낙원으로 안내한다.
인상적인 점이라면 60년대 이탈리아 최초로 트래시 밴드 ‘스퀄러'에 참여, 7-80년대 이탈리아 팝의 전성기를 꽃피웠던 지앙카를로 비가찌가 이런 종류의 음악을 선보인다는 점인데, 84년을 기점으로 서너편의 영화음악 작업에 참여하긴 했지만 사실 그의 스코어는 이렇다할 주목을 받진 못했다. 그러나 짧은 메인테마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지중해]에서 그의 스코어는 민속 현악기 연주의 대가 아돌포 브로엑과 리라 연주자 가브리엘 루소, 그리고 투벨레키 연주를 맡고 있는 마우리지오 피쵸 등 거의 장인급으로 꼽는 연주자들을 끌여들여 사운드트랙을 지중해의 뜨거운 햇볕으로 가득 채워 놓는다.
섬과 동화된 이탈리아 병사들이 주민과 함께 술을 마시며 흥겹게 춤을 추는 ’Ballo in piazza(광장의 춤)‘이나 늦은 밤 바다 위에서 반짝거리며 별들을 그리는 ’Stelle sull'egeo(에게해의 별)‘ 그리고 비록 몸을 파는 창녀지만 문명의 때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바실리사에게 바치는 ’Tema di vassilissa(바실리사의 테마)‘에서 이국의 정취가 물신 풍겨나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