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그리고 OST-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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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품이 전개될 무대를 찾기위해 로마의 각 유적지를 찾아 다녔고, 폐허속에 있는 건물들을 살피면서 온종일 걷곤 했다. 그리고 원형극장에서는 로마시민들이 바람에 날리는 토가를 걸치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이곳에서 나는 '전차들의 행진'을 위한 음악을 작곡한 것이다. 나는 본능적으로 인간드라마의 현란한 장관을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로마라는 환경으로부터 자연적으로 연상되거나 그 환경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음악이 필요함을 느꼈다...'

- 미크로스로자

이것은 [글라디에이터]의 음악을 작곡하기전 한스짐머의 회고록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전보다 훨씬 더 이전인 - 그러니까 리들리스코트가 [글라디에이터]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던 영화 [벤허]의 음악을 담당했던 미크로스로자의 말이다.
이제 곧 탄생 100주년이 되는 1907년에 태어난 이 대작곡가는 음악의 깊이라면 둘째가 서러운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어린시절부터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보인다. 수차례의 수상경력, 이런 것들은 오히려 그의 대가적인 업적을 초라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음악적으로 비범한 모습을 보이는데 20대 초반이라는 약관의 나이에 음악원졸업을 하고 피아니스트겸 작곡가로 여러 유럽악단에서 협주곡, 실내악곡등을 발표하며 활동하였다는 사실을 보면 과장이 아닌듯 하다.
그러나 그에게 영화음악은 우연히 다가오는데 프랑스의 영화감독 자크페데가 그의 발레곡을 듣고 크게 감명을 받아 영화음악 작업을 권하는 - 어찌보면 필연에 가까운 사건이 벌어진 이유 때문이다. 이 사건은 결국 미크로스로자의 음악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자크페데 감독의 [갑옷없는 기사]의 음악으로 영화음악의 인생을 열게 되었다.
이후 [정글북] [리디아] [바드다드의 도둑]등의 영화음악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은 미크로스로자는 영국에서의 성공적인 음악인생을 정리하고 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미국 헐리우드의 영화에서 음악인생을 시작한다. 사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미크로스로자의 음악여정인데, 이 과정에서는 빌리와일더라는 미국영화의 전설적인 감독이 개입되어 그의 성공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주었다.
[잃어버린 주말]의 성공이후 [망각의 여로]에서는 히치콕의 흑백영화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준 것이 음악이었다는 호평을 얻으며 더욱 승승장구하였고 결국 이 작품은 1945년 미크로스로자가 미국에 진출한 후 첫번째로 거머쥔 아카데미음악상으로 여러모로 뜻깊은 작품이었다. 미크로스로자는 이미 이때부터 연륜과 실력을 겸비한 유려한 작곡기법으로 출중한 완성도를 지닌 오리지널스코어를 잇달아 발표하여 그가 참여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성공적인 흥행이 보장될 정도로 지명도를 확보하고 있었으며, 이것은 그의 상당수 작품들이 시대극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도 안정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던 기틀이기도 하다.
미크로스로자가 MGM 영화사와 계약을 맺고 발표한 [쿼바디스]을 시작으로 [줄리어스시저] [원탁의 기사] [왕중왕] [엘시드] [소돔과 고모라]등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벅찬 작품 리스트에서 확인되듯 그의 영화음악들은 동시대의 훌륭한 작곡가들과 분명히 구별되는 큰 스케일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전개되는 오케스트레이션의 편성등 - 당시 영화들의 대작주의가 가능했던 배후에 그의 음악적 일조가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미크로스로자 사운드에 방점을 찍어 준 작품이 [벤허]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하다. 앞에서 언급된 많은 시대극 사운드의 패턴을 훌쩍 뛰어넘는 완벽한 완성도와 주인공의 굴곡많은 인생궤적을 훌륭하게 묘사한 그의 음악이 없었다면 [벤허]의 완성도는 아마도 많은 부분에서 허술함을 노출했을 것이다.
전차부대의 퍼레이드와 메인테마, 사랑의 테마등에서 비장하게 흘러나오는 로자의 오리지널스코어는 그 자체로 이미 시대와 공간, 기술을 뛰어넘는 감동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한데, 필자가 인터넷을 비롯한 자료에서 확인한 바로는 [벤허]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음반이 거의 50여종이 넘었다. 한 영화의 음악이 이렇게 추앙받는 경우는 정말 드물 것이다.
최근 대부분의 영화, 음악들이 상업적인 코드와 맞지않으면 시장에서 사장되어 버리거나 많은 앨범을 팔기위해 스코어와 팝컴필레이션의 형식으로 분리 출시를 하는 등의 한심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그리워 하는 것은 상업성이라는 추악한 모습이 아닌, 미크로스로자처럼 영화속에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하는 음악 - 바로 '장인'의 손길인지도 모른다. 그런면에서 그의 역사는 더욱 존경스럽다.

- Writer 김관희, 서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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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4box@hanmail.net) boxworld
영화음악가/국외 l 2008/07/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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