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별: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1982/1991)
작곡가: Dave Grusin
발매사: Capitol
글쓴이: 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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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2] 01. It Might Be You(Theme from Tootsie) - Stephen Bishop
[04:33] 02. An Actor's Life(Main Title)
[04:05] 03. Metamorphosis Blues(Instrumental)
[03:54] 04. Don't Let It Get You Down
[03:24] 05. Montage Pastorale - Stephen Bishop
[04:15] 06. Tootsie - Stephen Bishop
[03:51] 07. Working Girl March
[04:21] 08. Sandy's Song
[03:58] 09. Out Of The Rain
[02:20] 10. Media Zap - Stephen Bishop
---------------------------------------------------------------------------------때때로 나도 모르게 '아, 이게 그 음악이었어?'라고 탄성짓게 되는 음악들이 더러 있다.
어릴적 즐겨보던 [요술공주 밍키]에 삽입된 클래식 음악이 쇼팽의 그 유명한 녹턴 중 하나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을 때나, 라디오 시그널 혹은 모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짤막하게 흘러나왔던 멜로디의 실체를 우연히 어떤 앨범에서 온전한 모습으로 맞닥뜨리게 될 때. 지금까지 그런 짜릿한 감흥을 안겨줬던 순간들을 일일이 헤아릴 수는 없지만, 내겐 엔니오 모리코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와 영화 [투씨]의 사운드트랙이 유난히 그랬다.
[원스 어폰...]의 경우는 영화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아름다운 멜로디의 진원지를 알아내기 어려웠고(이 음악을 처음으로 들은 건 10년도 더 전의 일이지만 그 제목을 알 게 된 것은 최근이다), [투씨]의 경우 영화의 인기나 음악을 맡은 데이브 그루신의 이름값에도 불구하고 그 앨범을 접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탓이다. 앞서 [구니스]의 리뷰에서도 잠시 언급한 적이 있지만, 데이브 그루신은 스코어링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음에도 90년대 이전에 그가 작업한 영화음악 앨범들은 [졸업]과 몇몇 앨범을 제외하고 대다수 LP 혹은 컴필레이션 앨범을 통해 한정적으로 일부만 만날 수 있을 뿐이다(미국 내에서도 LP로만 제작된 [투씨]의 유일한 CD버전은 91년 일본에서 복각한 것이다).
이 영화의 음악은 게리 멀리건과 리 라이투너와 함께 일렉트릭 키보드를 연주하며 컨템포러리 재즈의 지평을 열었던 데이브 그루신이 GRP레코드를 통해 수많은 프로젝트와 앨범을 정력적으로 선보이던 시기와 포개져 있다. 뉴욕의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마이클의 삶과 애환이 담긴 메인 타이틀, 'Actor's Life'에는 키보드 위를 꿈틀거리는 그런 그루신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후배를 가르치는 연극 선생으로, 배우로 그리고 식당 웨이터로 하루하루가 바쁘지만 그런 마이클의 현실이 고달프다기보다 생동감 넘치는 인생처럼 다가오는 건 재즈의 발랄한 리듬 덕분이다(사실 전통적인 재즈의 선율이 늦은 밤 칵테일 바에 어울린다면, 아침 방송의 주식 시세는 늘 컨템포러리 재즈를 배경음악으로 깔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그루신과 이미 다섯 번에 걸쳐 작품 호흡을 맞춘 시드니 폴락은 이 '젠더 플레이(Gender Play)' 영화 속에서 흐르는 음악이 기존의 관습적인 스코어에서 벗어난 것이길 바랬다.
빌리 와일더 감독의 [뜨거운 것이 좋아] 이후로 젠더 플레이의 계보를 잇는 일련의 코미디 영화 속에서 어떤 차별을 꾀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결국 코미디 같지않은 코미디를 의도했던 감독의 재치와 영화음악가의 재기발랄한 스코어는 아귀가 꼭 맞는 톱니바퀴처럼 영화 속에서 맞물린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뉴욕, 연극과 방송계를 감싸고 도는 치열한 분위기 뿐만 아니라 젠더 플레이의 옷을 입은 진지하고도 로맨틱한 코미디의 색깔이 가벼운 컨템포러리 재즈의 음율로 화룡점정을 이룬 셈이다.
[투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매력적인 선율은 바로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It might be you'. 스테판 비숍의 말캉말캉한 보컬에 실려 마이클과 줄리의 행복한 결말을 장식하는 이 곡은 생계를 위해 여장을 감행하는 마이클의 몽타쥬 시퀀스를 위해 만들어진 스코어지만, 감독의 부탁으로 앨런 버그만과 마릴린 버그만의 가사가 더해져 완성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바로 눈 앞에 두고 있지만, 쉽사리 다가서기 어려운 마이클의 속내를 색소폰으로 쓸쓸하게 연주하는 'Metamorphosis Blues'와 비교해 본다면 같은 멜로디임에도 꽤나 색다르게 들린다(얼마전 발매된 그루신의 영화음악 컴필레이션 [Now Playing]에는 피아노 솔로로 연주되는 그 또 다른 버전을 들을 수 있다). 한편 그루신은 마이클 뿐만 아니라 도로시를 위한 씩씩한(?) 음악도 잊지 않았다.
여자로 분장한 채 맨해튼 거리를 당당하게 걸어가는 그의 발걸음에 흥겨운 일렉트릭 사운드로 보폭을 맞추고 있고, 매스미디어의 조명을 받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을 위한 송가, 'Tootsie'엔 유쾌한 캐러비언 리듬으로 장단을 맞추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퓨전 컨템포러리 재즈'라는 장르 자체에서 읽혀지는 퓨전 스타일과 현대적인 느낌은 차치하더라도, 마이클과 도로시를 위해 제각기 다른 느낌의 스코어를 선사한 데이브 그루신은 스코어에 공통적으로 일렉트릭 키보드의 사운드를 불어넣는다.
이 영화에서 그 일렉트릭한 사운드의 커다란 매력은 다소 중성적으로 들린다는 점이 아닐까. 물론 그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사족>
이 영화의 음악을 듣는다면, 누구나 분명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 이게 그 음악이었어?'라고. 스테판 비숍의 그 유명한 주제가 말고도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에는 한국사람이라면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음악이 있다(특히 비디오를 좋아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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