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그리고 OST-BOX

글: 김종철

평론은 죽었다고 했다. 그 속 내용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할 말은 없지만, 그 말이 맞는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적어도 현재의 영화 팬들이 만족할만한 평론을 접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오프라인 잡지와 온라인상의 영화 웹진을 다녀보면 알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영화 평론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란 힘이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왜 평론을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별스럽지도 않는 영화에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는 건 기본이고, 때론 그 자신이 쓴 글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고는 있는지 의심스러운 글 역시도 적지 않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 vol. 1]이 공개되었다.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감도 컸지만, 그 보다는 이 B급 영화에 대한 평론이 과연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게 될는지가 더 궁금했다. 적어도 한국에서 B급 영화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가진 평론가를 찾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다루지 않으면 그만이고, 혹은 슬쩍 소개를 하면 끝이지만, [킬 빌 vol. 1]은 그 성격이 다르다. 타란티노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작품에 대한 소개는 다루어지는 것이 당연시된다.
예상대로 개봉을 앞두고 [킬 빌 vol. 1]에 대한 기사는 앞 다투어 소개가 되었다. 지금 웹을 통해서 확인을 해보라. 정보들이 넘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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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글들의 대다수는 생각했던 그대로다. 작품에 대한 평론이 우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글 조합에 대한 능력을 따지는 경연장과도 같은 모습이다. 이미 나와 있는 정보들도 너무 많고, 숙련된 웹 서핑과 기본적인 보도 자료, 기타 등등을 통해서 정보들을 긁어모은 후 자기 것으로 가공을 한다. 그리고 그 글들이 현재 우리가 접하게 되는 [킬 빌 vol. 1]에 대한 기사들이다. 거의 대부분이 영화 자체에 관한 이야기 보다는 어떤 영화들을 인용을 했으며 영향을 받았다, 또 어떤 장면들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식의 기사가 많다.
그들은 쇼브라더스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사무라이 시대를 넘어 야쿠자 영화로 향한다. 마치 그 모든 영화들을 모조리 꿰고 있다는 식이다.
정보를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어떻게 평론에 대한 글 대다수가 비슷한 색깔의 글을 쓸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중에는 인종차별에 대한 턱없는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튀는 작자도 있었다. 글이야 쓰는 사람 마음이지만 적어도 평론은 죽었다는 현 상황에서 이런 식의 글들은 곤란하다. 그들에 대한 신뢰가 더더욱 떨어지는 일이며, 이것은 예정된 결과였다. [킬 빌 vol. 1]이란 영화가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흔해 빠진 B급 영화”이기 때문에 평론을 하기가 더 어려운 것이다. 뇌를 비우고 스크린에 펼쳐지는 폭력의 과잉을 즐기면 그만인 영화 한 편을 가지고 뭐가 그리도 할 말이 많은 것인지 놀라운 일이다.
그중 하나쯤은 “B급 영화가 무엇인가?” 쯤은 포함이 되어야 정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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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그들이 영향을 받았다고 구구절절 써대는 영화 목록들 가운데 “진짜로 본 영화가 몇 편인가?”라는 의문이다. 평소 B급 영화에 대해서 별 애정도 없는 이들이 그런 영화들을 꼬박 챙겨볼 일도 없으며, 하물며 갑작스레 기사를 써야 할 상황이라도 구해다 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킬 빌 vol. 1]에 관한 글 대부분이 글쓴이의 작품에 대한 이해나 B급 영화에 대한 지식이 없는 단순한 정보 취합으로 끝나는 것이 전부다. 이것이 한국에서 활동을 하는 평론가들 대부분의 모습이다.
그들 모두가 장르 영화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일관된 모습을 보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평소에 공포 영화에 대해서 좆같다는 식의 얘기를 하는 인간이라면 침을 튀기며 [킬 빌 vol. 1]에 대해서 얘기할 필요가 없다.
이번 [킬 빌 vol. 1]로 인한 여러 평론들은 코미디에 가깝다.
이 영화에 타란티노라는 이름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겠지. B급 영화에 대해서 그 많은 지면을 할애할 이유도 없는 것이고, 평소에는 다루지도 않던 싸구려 영화들 목록까지 죄다 꿰차면서 지면 채우느라 정말 고생들 많이 하는 것 같다.
서로가 더 많이 알고 있다는 듯이 한 편이라도 더 인용이 된 영화들을 찾느라 마우스와 눈알이 바쁘다. 평소에 그들 영화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다루었다면 모르겠지만, 이거야 원 너무나 웃긴 일이 아닌가. 살다 보니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 만들어진, 눈요기 그 이상의 것이 없는 B급 영화 한 편에 왜 이리들 난리법석인지. 그냥 보고 즐기고 재미있다, 혹은 없다면 그만이다. 평론도 그렇게 해라. 영화인용에 대한 얘기는 이제 그만 보고 싶다. 그 인용조차도 제대로 파악을 못하면서 왜 그리 목을 매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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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은 이제 서른이 막 넘은 인간들이 쇼브라더스의 로고를 보며 기뻤다와 같은 표현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쇼브라더스의 그 많은 영화를 보면서 자라났단 말인가!  그 제작사의 로고를 보면서 기쁨을 느끼려면 적어도 그에 준하는 세월을 끼고 살아야 가능한 일이다. 적당히 몇 편을 보고 느낄만한 감정의 수준이 아니다.
구라를 쳐도 통할만 한 나이가 들면 그때서야 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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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4box@hanmail.net) boxworld
OST-BOX/BOX 컬럼 l 2008/07/2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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