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별: 표기없음 (1995/1995)
작곡가: 송재일, 백영규, 오봉준, 최귀섭, Michael Staudacher
발매사: Seoul Records (SRCD-3391)
글쓴이: 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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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01. 마지막 사랑을 위하여 - 이병헌
[04:12] 02.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 강미희
[04:44] 03. 가을날의 소외감 - 강미희
[04:39] 04. 하늘빛 사랑 - 강미희
[02:08] 05. 바하의 미뉴엣 1
[03:00] 06. Last Scene Ending Theme 1
[03:18] 07. 종두의 테마 1
[01:11] 08. 주영의 테마
[00:21] 09. 바하의 미뉴엣 2
[00:30] 10. 종두의 테마 2
[02:30] 11. Last Scene Ending Theme 2
[04:24] 12. 마지막 사랑을 위하여(반주곡)
---------------------------------------------------------------------------------그러고보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를 '슬프게'하고 또 '미치게'하는 것들은 별로 달라진 것도 없는 것 같다. 몇 푼의 돈을 더 벌어볼 요량으로 음식으로 장난을 친다거나, 차떼기니뭐니하는 요상한 뉘앙스의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단어가 어지럽게 돌아가는 정치판을 이해하기 위한 시사용어가 된다거나, 혹은 '단식투쟁'도 아니고 '단식투정'을 부리는 아저씨들의 얼굴이 저녁 식탁 너머 켜놓은 TV에 보인다거나 할 때, 때깔 고운 도라지를 씹던 나는 무심코 이것도 표백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새삼스레 내 주변의 삶을 돌아보며 이런 불경스러운 시선을 내비칠 수밖에 없는 건, 사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을 각종 '찌라시'에 실려있는 정치, 사회, 경제와 관련된 기사들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언제 잠입했는지도 모를 스파이웨어 때문에 가끔씩 핍쇼를 보여주는 모니터를 지켜 볼 때, 사람을 밀치고 아무 말도 없이 총총걸음으로 사라져 버린 어느 낯선 이의 등 뒤에 눈을 흘길 때, 혹은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몇몇 일들에 대해 따지는 순간 '쪼잔한 사람'으로 오해받아야 할 때(아, 치밀어 오르는 나의 혈압!) 나 역시 세상을 향해 주먹을 이죽거리며 살짝 '미치는' 경험을 한다.
허나 이전에 비해 뭐든 용서가 될 것 같은 '문민정부'라는 정치 무드가 아니고서야 결코 그런 발칙한 제목을 붙이기 어려웠을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는, 사실 위에 열거해 놓은 나의 혈압을 올리는 것들에 관한 얘기를 계속해서 끄집어 낼만한 내용이 실려있는 영화는 아니다(오히려 이 영화 자체가 내 혈압을 올리는데 일조를 했다면 모를까). 마치 실을 감다가 팽개쳐버린 실패처럼 영화는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하려다 말았고, 코미디의 텍스트 자체로 웃기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이상한 방식으로 '웃겼으며', 먹다만 밥같은 종두의 로맨스를 물에 말아 훌훌 삼키는 것처럼 썰렁한 해피엔딩으로 겨우 그 끝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구입하기 위해 음반점을 찾아갔던 이유는 영화의 라스트에 흐르는 그 '특이한 음악'을 제대로 들어보고 싶은 욕심때문이었다. 신디사이저의 가파른 호흡과 실로폰(혹은 마림바?)의 리듬으로 신경을 자극하며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묘한 긴장감과 함께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음악. 바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영화음악가로서는 최초의 외국인일 미하엘 슈타우다허의 스코어다.
경음악을 스코어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과거 국내의 영화음악계를 떠올려 보면, 대중가요 작곡가의 노래와 경음악들이 사운드트랙 앨범을 채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영화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의 앨범도 그런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병헌이 직접 부르는 영화의 주제가 '마지막 사랑을 위하여'는 작곡가 최귀섭이 맡았고(그는 원준희씨의 '사랑은 유리같은 것'이나 최호섭씨의 '세월이 가면'을 작곡했으며, 이후 뮤지컬 쪽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을날의 소외감'은 작곡가 백영규가, 그리고 영화 [구미호]에도 참여했던 정체불명(!)의 작곡가 오봉준 역시 이 앨범에 두 곡의 삽입곡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주영의 테마'와 바흐의 '미뉴엣'을 편곡한 송재일의 연주곡을 제외하고 나면, 정작 영화 안의 흐름을 꾸준히 끌고 갈만한 마땅한 선율이 없었기에, [애니깽]의 영화음악을 담당했던 미하엘 슈타우다허가 4곡의 스코어로서(엄밀히 말한다면, 2곡의 스코어로)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미하엘 슈타우다허의 스코어는 이 코미디 영화에 가장 근접하고 정직한 음악을 들려준다.
'조금 야한(?) 코메디'정도로 규정할 수 있는 이 영화에서 일련의 삽입곡들은 때때로 다소 우울하기까지한 멜로디나 가사로 영화를 멜로적인 느낌으로 채색해 놓는 반면, 그의 스코어는 서정적인 선율 중심의 '종두의 테마'를 통해 삽입곡들의 노랫말로도 담아낼 수 없는 어느 소시민의 쓸쓸하고도 착잡한 속내를 그려내고 있으며, 신디사이저의 전자적인 리듬 중심으로 작곡된 'Last Scene Ending Theme(엔딩 테마)'를 통해서는 별볼일없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고마는 영화를 코믹한 엔딩곡으로 나름대로 수습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슈타우다허가 이 영화를 위해 작곡해 낸 스코어는 그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스코어들과 비교해 볼 때 그 악기구성이나 멜로디에 있어서 그리 뛰어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영화음악의 개념이 더없이 빈약했던 당시의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이 앨범에 실린 다른 작곡가들의 삽입곡에 비해서 꽤 과감하고 인상적인 스코어였음은 분명하다.
특히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익은 바흐의 '미뉴엣'이 편곡된 스코어로 영화에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역시 이 영화의 음악으로서 별로 기억에 남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슈타우다허의 스코어가 얼마나 더 설득력을 갖추고 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Composed by 송재일, 백영규, 오봉준, 최귀섭, Michael Staudacher
Arranged by 변성룡, 오봉준, 최귀섭, 송재일, Michael Staudacher
Recording Studio at 예성, Wave, Is Melody
Recording & Mixing Engineer 이정배, 최장원, 현경환, 이유억, 최의준, 유영희, 현진윤, 임석무
Producer 박창훈, 김유철
Produced by (주)예음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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