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그리고 OST-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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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별: Original Soundtrack (1993/1993)
작곡가: 김수철
발매사: Seoul Records (SRCD-3215)
글쓴이: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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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43] 01. 천년학(대금타이틀)  
[00:55] 02. 유봉집 마루
[01:23] 03. 소리길
[01:25] 04. 한량 술자리
[05:22] 05. 길
[06:18] 06. 폐가움막
[03:36] 07. 소리길(소금, 대금)
[04:15] 08. 이산 저산(길)
[01:55] 09. 천년학(대금솔로)
[03:17] 10. 소릿제 폐가방안
[07:43] 11. 선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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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아이러니와 만감이 교차하는 영화이다.
제대로 된 배급망과 홍보에 대한 체계가 갖추어지기도 전의 영화인 [서편제]는 요즘 자주 쓰는 표현인 '국민영화'라는 극상의 칭호를 이미 얻었으며, 단관 개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초 100만 관객돌파라는 기적적인 흥행실적을 달성하여 영예의 전당에 헌정되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물론 평단에서까지 찬사는 끊이지 않았으며, 민족정서가 더해지면서 완전한 동의하에 걸작의 반열에 올랐으니 일부 집단무의식에서 나온 밀어주기식 결과가 더해졌다 할지라도 이것은 차라리 축복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서편제]는 정말로 흥행을 할 만한 영화였는가?
훗날 많은 사람들은 극장에서 관람했을 당시에도, 10년이 넘은 지금도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이 영화 곳곳에 깔려있는 비흥행적 요소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민중들의 고단한 삶을 달래주던 판소리는 결국 역사의 흐름속에 몰락하고, 소리를 고집하던 판소리꾼은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피붙이인 딸의 눈을 멀게 한다.
뿐만 아니라 다시 만난 남매는 서로를 알아보지만 기약없는 이별을 하고... [서편제]는 끝내 그 어느것도 해피엔딩에 이르지 못한다.
게다가 이 영화는 판소리의 낭만과 그들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상업영화에서 금기시되던 롱테이크를 등장시키기까지 하는데 결국은 비극으로 끝나는 영화의 정서와 익숙하지 않은 기술적 테크닉까지 이 모든것이 충분히 필요조건일지라도 관객들에게는 여전히 접근하기 힘든 요소가 군데군데서 발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임권택 감독이라는 거장이 창조한 [서편제]의 세계를 사랑하고 진심으로 경의를 보낸다. 그것은 한국영화계를 견인해 온 어른에 대한 예우수준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지냈던 판소리라는 위대한 유산에 대한 애정과 작가의 고집을 발견한데서 오는 숭고함의 표현이며, 단순히 영화를 찍는 기술자로 인식되기도 했던 영화인들과 한국영화 자체를 한단계 격상시킨 사건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판소리의 명인들이 살아왔던 그 고집스러운 인생의 모습과 이것을 영상으로 구현해내고 성공으로 이어지게 한 감독의 삶은 같은 선상에 있다. 임권택 감독은 고리타분하고 지겨울 것이라는 우리소리에 대한 선입견과 잘못된 지식들이 오해와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알려주었으며, 그 역시 일생동안 같은 얘기를 해온 영화계의 장인이었음을 고백한다. 
일생을 통해 풀지못한 장인의 업보는 자식에게 대물림되고 그것으로 눈이 멀게 된 누나를 찾은 남동생이 함께 하는 소리는 결국은 맺힌 한(恨)을 푸는 격전장에 다름아닌데, 멀어버린 눈처럼 어두웠던 방은 마침내 응어리를 풀고 환하게 빛나는 화해의 현장이 되었다.
이 현장의 목격자인 100만의 관객은 그 한을 푸는 굿판을 함께 했던 증인이다. 

우리음악에 대한 집요한 김수철의 탐구는 당시 많은 행사음악을 통해 빛을 발해왔다.
첫번째 국악음반은 판매 1000장을 넘기지 못해 전량회수/폐기처분되어 버리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기도 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국제적 행사의 음악들이 그의 손을 거쳐  국악의 대중화에 이바지했다. 또한 영화속에서 간헐적으로 표출되곤 했던 우리소리에 대한 애정은 [서편제]를 통해 비로소 만개했다.
동편제의 기개보다는 구슬픈 감성, 바로 한의 정서를 담고있는 서편제가 주제이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영화속에서는 우리의 익숙한 가락이 넘쳐난다. 그러나 정작 [서편제]에는 주인공들의 일생에 밀착된 음악인 소리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넘어 영화 전체를 관조자적 입장에서 조율하는 초월적 기능을 가진 음악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송화(오정혜 분)와 가족이 열창하는 판소리 가락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그들의 기구한 인생과 집념에 관객들이 동의하고 감정을 움직이는 객관성의 음악이 후자인 셈이며, 김수철이 담당한 스코어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것은 곧 '한국최초'라는 거창한 서브타이틀을 달고 공개된 [서편제] 사운드트랙 앨범의 정체성과 연결되는 문제다. 전혀 다른 성격의 음악이 공존해야하고 무엇보다 조화로움의 당위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인데, 특히 한 나라의 전통이 제 3의 음악과 믹스된다는 것은 실험의 의미를 제외하면 결과론적으로는 실패한 예가 많았다는, 사실상 음악가에게 감당하기 힘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수철의 꾸준한 실험과 노련함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 바로 이 부분으로서 예전부터 새로운 음악의 돌파구로 제시되어왔지만 결코 만족할 만한 음악적 성과를 가져오지 못했던 국악은 [서편제]에서 재해석의 단계를 거쳐 비로소 모습을 갖춘다. 그리고 곧 이것은 새로운 의미를 지닌 한국적 크로스오버(Crossover)의 전형이 되어 김수철 자신의 필모그래피는 물론 후속작들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사운드트랙에서 첫번째 트랙에 배치된 '천년학'은 실질적인 메인테마로 대금 편성을 기본으로 여러번 변주와 반복을 거듭하며 [서편제]를 대표하는 곡이다. 앨범에서 총 3회에 걸쳐서 반복될만큼 그 상징성 또한 큰 이 곡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전통악기임에도 불구하고 낯설기만 했던 대금과 신디사이저의 이질적인 만남이 어떠한 방식으로 서로에게 긍정적으로 조응하는지, 그리고 여전히 음악을 통한 미학의 완성이 가능함을 일깨워준다.
또한 [서편제]의 엔딩부분인 판소리씬에서 다시 사용되는 '천년학'은 영화속에서 헤어졌던 남매가 만나 한을 푸는 동시에 김수철에게는 동양과 서양의 소리를 재회시키는 중요한 시점이다. 결정적으로 사람의 목소리를 지우고 스코어를 오버보이스처럼 배치하여 영화와 음악을 정면으로 마주보게 하는 순간,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김수철이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또 다른 [서편제]의 모습인 것이다.

<사족>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국최초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이라는 촌스러운 선전문구가 박힌 [서편제] 사운드트랙의 커버아트를 보라. 이것은 당시의 열악했던 영화음악 인프라와 인식부족에서 나온 심히 유감스러운 문구이며(음반사에서는 이 선전문구를 자랑스럽게 프린팅했겠지만) 역설적으로 '최초가 아님'을 고백하는 결과가 되었다.

Music Composed & Produced by 김수철
Recording Engineer 이용준
Mixing Engineer 임창덕, 이용준
대금,소금: 박용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LOGIN EXO
한국 OST/사 l 2008/07/3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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