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그리고 OST-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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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별: Music for Film (2004/2004)
작곡가: 장영규
발매사: T-Entertainment (TE134-01)
글쓴이: 김관희, 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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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01. 지수 Theme 1
[03:49] 02. 지수 Theme 2 
[04:12] 03. Tower - 이승열
[02:18] 04. 지수 Theme 1-2
[01:41] 05. Street
[02:22] 06. Working 1
[01:32] 07. Working 2
---------------------------------------------------------------------------------충격적인 영상과 독특한 스토리로 논쟁의 정점이 됐던 영화 [얼굴없는 미녀]의 OST가 발매되었다. 이번 OST는 영화 [해안선] [쓰리 몬스터] OST의 프로듀서로 호평을 받은 장영규 음악 감독의 지휘 아래 제작 되었다. 장영규 프로듀서의 음악은 고급스럽고 세련된, 그리고 섬세한 멜로디 라인이 매력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 이번 OST에서도 그의 매력을 여과없이 드러내어 주목을 받고 있다.
[얼굴없는 미녀]에서는 특히 U&Me Blue에서 솔로로 데뷔 [해안선] [...ing] [원더플 데이즈]로 실력파 가수로 인정 받은 이승열의 도시적인 가사와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다.
'Tower'는 극중에 언더그라운드 가수 파란머리의 노래로 불려졌던 바로 그 곡. 이승열의 팬들에게는 이승열의 다른 면모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거칠면서 럭셔리어스한 보이스의 Dye가 들려주는 '지수의 테마'는 트립팝 분위기의 곡으로 다양한 창법 변화를 주었다. 영화에서 지수의 성격에 빛을 더해 주는 음악임을 느낄 수 있다.

석원이 그토록 소유하고 싶어했던 지수가 얼굴을 잃어버린 채 그를 찾아왔을 때 그녀는 더 이상 미녀가 아니었다. 매우 흥미롭게도 영화의 홈페이지를 통해 [얼굴없는 미녀]의 사운드트랙 출시를 성토했던 많은 팬들에게 그 사운드트랙 앨범은, 어둔 밤 얼굴없는 미녀를 맞닥뜨린 석원과 꽤 유사한 반응을 이끌어 냈던 것 같다. 충분히 그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개봉 전부터 감각적인 예고편 영상에 끈끈하게 들러붙은 케렌앤의 'Not Going Anywhere'이나 리나의 'I'm Not The Enemy'와 같은 매혹적인 음악으로 사람들의 귀를 먼저 사로잡았고, 개봉 후에는 강렬한 색감, 이미지와 함께 미스테릭한 음악 그리고 라흐마니노프의 'Vocalise'와 같은 아름다운 선율로 음악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매혹적인 트레일러 뮤직과 강렬한 삽입곡으로 풍성하게 사운드트랙이 채워졌길 바랬던 관객들에게 장영규의 스코어 위주로 중무장한 '국내 최초의 싱글 사운드트랙'은 지수의 헤어스타일 만큼이나 생경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러나 개인적인 느낌을 밝히자면, [얼굴없는 미녀]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근래의 한국 영화음악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스코어 중 하나이자, 음악으로 '예술영화(혹자는 장영규가 영화음악을 맡으면 예술영화가 된다고 일갈한 적이 있다)'를 양산해 온 장영규의 스코어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고도 듣기 편한 스코어이다.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의 병에서 시작되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계선 장애를 겪는 지수의 내면을 위태롭고도 쓸쓸하게 모사해내는 여성의 보이스 허밍은 너무나 매혹적인 동시에 알 수 없는 두려움 속으로 사람의 마음을 슬며시 끌어다 놓는다.
하나인 듯하지만 두 개의 허밍으로 갈라진 이 미묘한 보이스 허밍은 강박적으로 신경을 자극하는 신디사이저 위에 얹혀 마음 한켠을 나른하게 이완시킨다. 마치 최면 앞에서 그리고 경계선 장애 앞에서 무장해제된 지수이지만, 언제라도 그 경계가 깨어져 버릴 것만 같은 아슬아슬함이 스코어의 선율엔 교차되어 있다.
동시에 영화의 모호한 이미지를 음악으로 구체화시키거나 간섭하기 보다 차라리 영화와 평행하게 놓여있기를 선택한 선율은 미스테릭한 세계를 향한 철길처럼 영화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대로 이어간다.
영화음악가로서 그리 알려진 존재는 아니지만, 그동안 여러 편의 영화음악을 작업해 온 장영규의 스코어링 솜씨가 결코 범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얼굴없는 미녀]의 사운드트랙에서 찾을 수 있는 또다른 미덕은 예고편 음악의 성격을 결정지었을, 영화의 모티브가 된 텔레비전 시리즈의 복고적인 느낌을 전자기타의 그루브한 사운드와 비브라폰 음을 연상시키는 전자음으로 효과적으로 되살리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에 70년대적 감성을 지닌' 뮤지션으로 평가되는 케렌 앤의 'Not Going Anywhere'이나 고색창연한 오보에 소리가 강렬한 비트와 함께 묘한 질감을 자아내는 리나의 'I'm Not The Enemy'로부터 찾을 수 있는 공통적인 이미지는 그 의미심장한 노래 제목과 함께 현대에 되살아난 복고적인 정서일 것이다.
지극히 모던하고 심플한 화면에 스코어링 된 장영규의 스코어는 최면을 위해 지수의 얼굴 위에서 돌아가던 유리 비즈나 남자친구를 좇아 밖으로 뛰쳐나오던 지수의 옷차림을 꽤 오래 전의 것으로(적어도 수십년 전의) 느끼게 하는, 그래서 이 영화의 시간과 공간을 모호한 것으로 느껴지게하는 마력같은 힘이 있다.
이러한 마력같은 힘은 다른 스코어에서도 전달된다. 파란머리로 등장했던 이승열의 'Tower'를 제외하고 나면, 나머지 6곡이 모두 지수를 위해 마련된 스코어인 셈인데, 화려하고도 독특한 의상을 걸치고 무채색 도시를 유령처럼 걸어다니는 지수의 'Working 1(2)'은 패션쇼의 배경음악을 연상시킬만큼 스타일리시하지만 복고적인 느낌의 '지수 Theme 2(1-2)'로부터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을만큼 일관되고 절제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러한 스코어 덕택에 영화는 시공간적인 정보는 제거되고 대신 모호함만이 남는다.
모호함. 사실 이런 모호함이야말로 미스테리와 멜로의 경계선에 선 김인식 감독의, 그리고 장영규의 [얼굴없는 미녀]가 지닌 최고의 미덕이 아니었던가.

<사족>
[얼굴없는 미녀]의 사운드트랙이 온전하게 미덕만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수가 최면에 걸릴 때마다 반복적으로 흘러나와 최고의 긴장감을 자아내던, 그래서 '최면'이라는 소제목으로 삽입곡 리스트의 한켠을 차지할 것만 같은 스코어가 슬그머니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 정체가 궁금한 이 스코어가 '영화를 대표하는' 스코어를 수록해놓은 '국내 최초 싱글 사운드트랙'에서 빠져있는 이유도 짐작하기 어렵지만,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트립합 '지수의 Theme 1'이 '국내 최초 싱글 사운드트랙'에 들어가야 할 이유는 무엇인지 정말 모를 노릇이다. 가질 수 없는 것에 관한 절망 내지 공포(!)를 그 사운드트랙으로라도 직접 느끼게 하고 싶어했던 제작사의 치밀한 속셈일까. 혹은 싱글 다음에 완전한 사운드트랙을 내놓겠다는 정말 '국내 최초'의 의도가 깔려져 있는 것일까.

Executive Producer 장민승
Album Producer 장영규
All Songs Composed, Arranged and Performed by 장영규
Recording & Mixing & Mastering by 장영규
Mixing Engineer 오영훈(Gong Studio)
Published by 복숭아 Presents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이퀼
한국 OST/아 l 2008/07/3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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