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별: Original Soundtrack (2004/2004)
작곡가: 정용진
발매사: 베어엔터테인먼트 (DVD 번들)
글쓴이: 해당발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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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6] 01. Main Title
[01:57] 02. Cafe Sante
[01:11] 03. Sad & Mad
[01:36] 04. Reminiscence 1
[01:37] 05. Reminiscence 2
[02:19] 06. Night Fall
[00:15] 07. Good Night
[00:57] 08. You and Me
[02:45] 09. Ending
---------------------------------------------------------------------------------1996년 충격적인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들고 느닷없이 찾아온 홍상수의 영화는 그로부터 아직 10년이 지나지 않은 현재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증명하면서 확고부동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영화를 상징하는 수식어는 무척이나 많아졌다. 이를테면 획일적인 영화와 획일적인 일상묘사의 틀을 벗어나 인간의 내면 깊은곳에 위치한 본성을 리얼하게 그려내는 작가라는 수식어는 이미 일반적인 것이 되지 않았던가. 하지만 홍상수의 영화는 그 은밀한 일상속의 내면을 묘사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확실하게 '까발려버리는' 초강수를 둠으로써 일반적인 연애영화의 공식이나 온갖 허구로 가득한 일상의 영화적인 묘사를 단번에 무시(기존의 영화들속에서 묘사되어왔던 틀을 완전 배반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하고 바로 이 지점에서 다른 감독들과 확연하게 차별된다.
그는 데뷔작부터 차별화되기 위한 방편으로 리얼리티를 추구한 것이 아니라, 영화라는 환상속에 현실을 녹여넣은 과정과 방법 자체를 다르게 재편하고 있다.
홍상수 영화속의 현실은 시간의 배열과 편집에 의한 리듬감의 차이만 있을 뿐 늘 예리하게 '드라마틱'한 순간이 되길 주시하고 있으며 그것이 발견되는 순간 마치 날카로운 면도날에 살을 베이듯 섬뜩한 일상의 표현을 디테일하게 늘어놓은데, 이것은 억지로 - 또는 자의반 타의반에 의해 성공(또는 성공했다고)이라는 예상을 담보로 유행처럼 만들어지는 트렌드 영화의 공식을 거부한 것이다.
그가 주시하고 있는 영화의 주제는 늘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일상이며, 때문에 그가 바라보는 시선은 '날것'과도 같은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지만 진부하지 않은 방법으로 묘사하는 홍상수의 영화는 아마도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지지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늘 같은 얘길 하면서도 말이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역시 그러한 일상을 담보로 한 영화이다. 그의 영화들이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묘한 제목을 달고 나와 관객의 기대심리를 증폭시켰으며, 무엇보다 홍상수의 영화가 세계적으로 지지받고 있다는 '현실'을 각인시켜 준 작품이기도 하다.
필자가 이 작품에 대한 정보나 크레딧을 보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 제작에 들어가기도 전,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이미 지원체계가 확정되었다는 사실과 키에슬롭스키, 고다르 등 거장들의 작품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제작했던 프랑스의 배급사 M2K가 여기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언론을 통해서 확인되듯 홍상수의 이름은 이미 유럽권과 특히 프랑스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는 작가의 위상을 세우고 있으며, 젊은 나이에 고작 4~5편의 장편을 완성했을 뿐인 그의 이름과 작품이 세계적인 것으로 지지받고 있다는 것은 팬으로써 매우 기쁘고 가슴설레이는 일이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남녀관계를 다룬 영화인데, '첫사랑' '첫여자' 하면 연상되었던 아련하고 아름다운 기억들, 또는 애절한 감정들은 홍상수 영화에서 '역시나' 통하지 않는다. 동일한 한 여자의 기억을 공유하는 두 남자의 기이한 짧은 여정을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남녀관계를 다룬 기존의 영화들을 통해 거의 암시 또는 최면을 강요받았던 우리의 기대를 확실하게 저버리고 인간의(특히 남자의) 내면속에 아슬아슬하게 숨어있는 시시한 본능을 주저없이 끄집어 낸다.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 부분들도 있는데 그것은 벌거벗은 내면에 맞닥뜨린 본능이 확인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며(나름대로 사회를 대표하는 지성들이 망가지는 모습들을 보라) 이 때문에 홍상수의 영화는 참으로 '곤란'하고 '불편'해진다. 하지만 본작역시 홍상수의 개성과 영화관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렇게 지지받는 감독 홍상수의 영화이지만 음악의 존재는 늘 미약하게 취급받아왔다.
그가 감독한 영화속의 음악들은 홍상수표 영화들의 특성상 있는듯, 없는듯 존재하고 있으며 결코 과잉의 상태를 용납하지 않는다.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오! 수정]의 음악을 작곡했던 옥길성 교수의 스코어와 선곡 또는 일부의 음악을 담당한 원일과 어어부프로젝트 - [강원도의 힘] [생활의 발견] - 의 그것들이 영화속에서 어떤식으로 반응해 왔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그의 영화들이 오버를 허용하지 않는 생생함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있기에 음악의 개입은 오히려 불필요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해석의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며, 홍상수의 영화들이 비교적 저예산에서 작업되었다는 현실적인 고려 이런것들과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이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도 마찬가지이다. 능청스럽게 흘러나오는 소박한 스코어들은 홍상수 영화와 오버랩될 때 딱 맞게 재단된 옷처럼 완벽한 기능을 발휘하는데 여기에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발견되는 해체된(표현이 좀 격한듯 하지만) 일상과 본능, 이것을 유머스럽게 처리하는 장치가 영화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설정된 상황이나 배우들의 연기 이런것 말이다) 그중에 중요한 일부분을 음악이 맡고 있다는 것이며, 무엇보다 우리가 음반으로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홍상수영화의 사운드트랙'이 바로 이 작품이기 때문이리라.
<사족 1>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사운드트랙은 정식발매가 된 것이 아니라 DVD 구입시에 번들형식으로 포함되어 있는 음반이다. 때문에 음반매장의 '사운드트랙'코너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라도 접할 수 있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워낙 안팔리는 영화에, 워낙 안팔리는 것이 '사운드트랙'이다보니 이런식으로 포함된게 아닐까 짐작해 본다.
<사족 2>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함께 깐느로 출품된 [올드보이]와 수상의 명암이 엇갈리는 바람에 본의아니게 흥행도, 비평에서도 피해(?)를 본 영화다.
깐느에서의 '심사위원대상'이 1등상쯤에 해당된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올드보이]는 1등,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탈락처럼 비추어졌는데... 그런데 영화에서 1, 2위라는 것이 과연 있긴한가? 그런 괴상한 숫자놀음 제발 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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