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2005년 3월 16일자 Movie Week에 실린 김준석 음악감독의 인터뷰에서 발췌
누가 그랬던가. 영화는 시각예술이라고.
하지만 하워드 쇼어의 웅장한 오케스트라 없는 [반지의 제왕] 속 중원을 상상할 수 없고, 엔니오 모리코네의 감수성 간질이는 멜로디 없이는 [러브 어페어]속 연인을 상상할 수 없다. 시각예술을 완전하게 완성하는 힘, 영화의 장면들과 함께 호흡하는 영화음악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오리지널 스코어(영화를 위해 작곡한 창작음악)와 적시적소에서 감동을 배가시키는 삽입곡으로 명성을 더해가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음악 전문 프로덕션 M&F를 찾았다.
[결혼은, 미친짓이다] [싱글즈] [마파도]등의 영화음악을 담당한 김준석 음악감독이 안내를 맡았다.
Op.1 시나리오 읽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음악은 사운드 작업가 마찬가지로 영화 편집이 끝난 후에 진행되는 후반 작업의 일종으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영화음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시나리오 단계부터 영화에 맞는 음악감독이 붙어 함께 작업을 하게 됐다.
국내와 같이 후반작업 기간이 짧은 것이 관례화된 경우, 음악 작업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 김준석 음악감독의 경우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음악에 상관없이 스태프로서 작품을 훑어본다. 음악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시나리오에 대한 조언을 하는 것.
[마파도]에서 갈매기가 로또 복권을 물어가는 장면이 극 초반에 있던 것을 뒷부분으로 붙이자고 제안한 것도 김준석 감독이었다.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후, 감독과 음악감독으로서 영화음악에 관한 미팅을 시작한다.
Op.2 샘플링 작업
샘플링 작업이란 영화에 맞는 음악의 방향을 정하기 위한 선곡 작업이다.
경력이 있는 음악감독의 경우는 그렇지 않지만, 경력이 부족한 음악감독들에게는 감독이 데모 테이프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김준석 감독도 데뷔작인 [결혼은, 미친짓이다]를 할때 유하감독의 요구로 30-40곡에 이르는 오리지널 스코어를 작곡해야 했고, 새로운 곡을 물색하기 위해 50장에 이르는 CD를 구입하기도 했다. 유하 감독과 함께 영화에 잘 맞겠다 싶은 음악을 찾아 화면에 붙여서 서로에게 보여주며 의견을 나눈 뒤 4-5번의 미팅을 통해 전체적인 테마를 잡는다. 서로 생각지도 못했던 음악을 그림과 맞춰보며 생기는 이외의 결과로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Op.3 뮤직 큐시트 작성
원래 뮤직 큐시트는 영화 믹싱이 다 끝나고 사용된 음악의 위치와 길이, 저작권, 출판사 등을 정리하는 기록질르 의미하지만, 보통 음악이 필요한 부분을 결정하여 기록한 스파팅 노트, 작업용 노트로 통용된다. 영화 전체에 쓰일 음악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으며 저작권 해결시에도 도움이 된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시작해 수정을 거치며 완성에 이른다.
Op.4 저작권 해결
기존의 곡을 그대로 사용하든 재녹음하여 사용하든 저작권을 해결해야한다.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첫번째는 동기화 허가로 그 음악의 발행자에게 허가를 받는 것이고, 다음은 마스터 허가로 그 음악을 녹음한 회사에서 허가를 받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영화가 저작권을 사는 경우 이 절차를 지킬 수밖에 없지만, 자체적으로 만든 오리지널 스코어의 경우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관리를 하기는 하지만, 방송사에서 무작위로 영화음악을 쓴느 것에 대해 100퍼센트 검열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방송사에서 사욜할 경우 OST를 찾아서 곡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곡들을 MP3화해 '기쁨' '슬픔' '감격' 등의 폴더에 1번, 2번이란느 제목을 붙여 무작위로 쓰는 식이다.
김준석 감독의 경우 [맹부삼천지교]에서 작곡한 '돼지아빠'라는 곡이 한 쇼 프로그램의 코믹한 실험장면에서 계속 사용되는 것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사실 '돼지 아빠'라는 곡은 어시스턴트인 원호경의 음악인데, 기자분이 그 말을 빼먹으신 건지, 아니면 잘못 들으신 것같다. 다시 말하지만 작곡가 원호경의 음악이다)
Op.5 촬영장 방문 및 가편집본 보기
현장 편집본을 보며 꾸준히 작곡을 해야한다. 기본적인 음악 컨셉은 변하지 않지만 상상했던 것과 직접 찍어놓은 것을 봤을 때는 느낌이 다를 수 있기 때문.
촬영이 진행되는 중간 중간에 감독을 만나 음악이 맞는지 회의를 해야 하는데, 이때 프로듀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촬영을 하는 동안 대개의 감독들이 현장 이외의 것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탓이다. 싸이더스의 윤상오 PD 의 경우 [결혼은, 미친짓이다] 촬영 중 감독이 쉬는 시간을 적절히 활용, 1-2주에 한 번씩 음악감독과 미팅을 갖도록 중재를 잘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에는 기자분의 착각으로 [말죽거리 잔혹사]라고 되어 있는데, [말죽거리 잔혹사]는 현재 [연애의 조건]을 프로듀서하시는 최선중 PD님이시다.)
Op.6 주요 테마 음악 작곡 및 녹음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주요 테마 음악의 작곡을 마쳐야한다. 물론 감독이 중요한 장면을 위한 선곡을 미리 해놓는 경우도 있다. 재즈에 조예가 깊은 유하 감독은 엄정화와 감우성이 여행을 떠나는 장면에 'Roda Vida'라는 곡을 쓰기 원했고, [마파도]의 추창민 감독의 경우 출연진들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즐거워하는 장면에 'See the Sky About to Rain'을 쓰기 원했다. 오리지널 스코어를 녹음하는 경우 주로 동유럽의 오케스트라를 찾는데, 적은 비용에 비해 질 좋은 연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 실제로 동유럽에서 녹음을 하고 싶어는 하지만, 적은 제작비용때문에 한국에서 녹음하는 경우가 많다)
Op.7 영화 믹스
최종 편집본에서 믹싱이 완성되기까지 주어지는 시간은 2-3주. 크랭크인 전에야 두 달 정도의 후반작업 기간을 예상하곤 하지만, 매번 촉박한 작업 일정에 시달려야 한다. 더구나 CG나 시각효과 등의 비주얼적인 면에 더 비중을 싣는 것이 관례이다 보니 애로사항이 많다.
'음악이야 그냥 만들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팽배한 것. 할리우드의 경우 편집이 끝나고 5-6개월 정도의 시간을 두고 감독과 함께 프레임 단위로 완벽하게 음악을 맞추곤 한다. 가끔씩은 가장 공들여 만든 음악이 해당 장면이 삭제되는 바람에 빠지기도 한다.
김준석 감독은 [맹부삼천지교]에서의 판타지 장면을 위해 800만원 정도의 음악제작비를 들였지만, 그 신은 결국 최종 편집본에서 삭제됐다고 한다. (내가 말한 부분은 공연부분인데, 함께 빠진 다른 부분만 언급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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