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별: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1994/1994)
작곡가: Mader
발매사: Varese Sarabande
글쓴이: 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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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01. A Love Song
[04:23] 02. You Make Me Happy and Sad
[04:00] 03. My Baby
[03:04] 04. The Essence Of Love
[04:40] 05. Jack and Jill
[04:23] 06. A Wordless Song
[03:27] 07. Love is Colder Than Death
[04:25] 08. I Truly Gave My Love To You
[04:08] 09. Jia Chien's Theme
[10:53] 10. Mambo Taipei
[01:54] 11. Funeral Day
[03:45] 12. End Cred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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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고 굽고 볶고 튀기는 분주하고도 능숙한 손놀림. 그 사이 요리책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하나 둘 접시에 채워지고, 그 요리로 푸짐하게 차려진 식탁에 세 아가씨와 한 노인이 둘러 앉는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세딸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버지의 정성도 세대의 차이는 쉽게 뛰어 넘을 수는 없는 것일까?
남자에게 실연당한 상처로 소심해진 큰딸 가진, 항공사의 중역으로 성공한 둘째 딸 가천, 패스트푸드 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철없는 막내 가령에게 온가족이 모이는 주말 저녁의 만찬은 이제 거추장스러운 가족 행사일 뿐, 더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누군가와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을 뛰어너머 사람과 사람 사이에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한다.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는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을 향한 애정이 담겨있고, 먹는 사람으로서는 준비한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 그리고 함께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끈끈한 감정의 교류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솥밥을 먹는다’는 것은 바로 ‘가족’이 되다는 의미이며 서로의 허물과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그러나...‘사랑’이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배우는 곳이 가족인 것처럼,‘미움’이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배우는 곳도 역시 가족이 아닐까.
전통과 관습 속에서 감정의 공유보다는 의미없는 형식이 되어 버린 주말 만찬은 이제 그 기능을 상실해버린 주 선생의 미각과도 같다. 허나 [음식남녀]를 바라보는 이안 감독의 시선은 그렇게 차갑지 않다. 영화의 마지막까지 사람을 ‘놀래키는’ 주 선생과 세딸들의 황당한 로맨스 속에서 저마다 또다른 사랑의 기운이 움트고, 잃어버린 주 선생의 미각이 회복되는 순간, 가족과 전통의 의미도 다시 되살아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과 사랑의 오만가지 맛을 마치 산해진미처럼 차려놓는 [음식남녀]의 음악은 93년 [결혼 피로연]에서 이미 이안 감독과 호흡을 맞춘 프랑스의 영화음악가 마드르의 스코어4곡과 한때 대만의 가요계를 평정했던 가수들이 부르는 8곡의 삽입곡으로 채워져 있다.
19살 때부터 영화 속에 음악을 불어넣은 동안(董顔)의 영화음악가, 마드르는 처음의 예상과는 180도 다른 운명을 맞아들이는 가천을 위해 잔잔한 피아노 리듬 위에 색스폰과 비파의 음색을 덧댄 ‘가천의 테마’를, 그리고 주 선생과 금영 모녀 사이에 일어나는 엉뚱한 해프닝을 위해 ‘맘보 타이페이’와 같은 독특한 스코어를 들려주고 있는데, 왈츠와 맘보라는 서양적인 리듬 뒤에 은은한 선율로 다가오는 비파와 호금 소리는 영화가 품고 있는 동양과 서양의 정서 그리고 신세대와 구세대의 문화가 충돌이 아닌 서로 크로스 오버 되고 있음을 음악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거기에 주화건이 부르는 이 영화의 주제곡 ‘양아환희양아우(당신은 나를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하고)’와 진승과 유약영이 불러주는 ‘춘교와 지명’과 같은 대만어 노래는 한때 최고의 중국어권 가수들을 배출해 낸 대만 가요의 정취가 묻어있으며, 영화 속에서 가진이 무반주로 부르던 가스펠송 ‘사랑의 진리’나 배우로서 그리고 음반 프로듀서로도 활동 중인 황요명이 비감섞인 목소리로 들려주는 ‘사랑은 죽음보다도 차가운’과 같은 노래들은 영화 속에서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각각 다른 맛을 내는 향신료들이 요리 속에서 한데 어우러지는 것처럼 저마다의 그 은은한 향으로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채우고 있다.
인생의 희노애락이 어우러진 깊은 맛. 그 맛을 볼 수 있다면, 바로 이런 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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