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별: Original Soundtrack (1994/1994)
작곡가: 박진호
발매사: 현대음향
글쓴이: 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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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01. 심리테스트 - 박진호
[04:11] 02. 키스도 못하는 남자 - 최수종, 김혜선, 이상우
[03:55] 03. 가을의 향기 - 이희진
[04:08] 04. 느낌없는 하루 - 이상우
[04:08] 05. 99일후의 소식 - 박진호
[03:02] 06. 유일한 문제 - 이정철
[04:05] 07. 독신주의자 - 박진호
[03:28] 08. 심리테스트(MR Version)
---------------------------------------------------------------------------------한 장의 사운드트랙 앨범을 구입하기 위해 틈틈이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 돌아다니지만 그 중에서 중고음반점은 사운드트랙 수집이라는 꽤나 돈이 들어가는 부르주아적 취미(거기에 영화까지 봐야하는!)에 든든한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오프라인 매장에 번듯하게 진열되어 있다가 폐업과 함께 중고음반으로 처분된 '쌘삥'도 간혹 만날 수 있고, 시기를 놓치면 결코 구하기 쉽지않은 철지난 사운드트랙들이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새로운 인연을 기다리는 광경을 보는 것도 썩 괜찮은 구경거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에서 '진짜' 보물(!)을 건질 때는 건강에 해로울만큼 흥분되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무엇보다 중고음반점의 위력이 피부에 와닿는 순간은 '홍보용'으로 소량 제작된 앨범이나, 때때로 그 정체가 의심스러운 희소한('희귀한'이라는 수식어를 차마 붙이기 어려운 것은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곧 앨범의 가치나 수준이 높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앨범을 마주할 때다.
불과 몇시간 전에 비디오를 두 번이나 돌려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앨범이 사운드트랙인지 망설이게 만드는 [키스도 못하는 남자] 역시 그런 음반 중 하나다.
사실 이 음반이 영화와 관련된 것임을 알려주는 단서는 두 가지 뿐이다.
일반적인 사운드트랙처럼 영화의 포스터를 축소한 앨범 자켓과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동명 주제곡 '키스도 못하는 남자'가 영화에 출연했던 최수종과 김혜선 그리고 이상우의 목소리로 녹음되어 있다는 것. 그러나 그 보다 이 앨범의 정체를 좀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이 앨범이 사운드트랙임을 증명하는 단서보다 어느 가수의 정규 앨범으로 보기 어려운 단서가 오히려 더 많다는 점이다.
우선 앨범의 처음과 마지막(마지막에 실린 'MR버전'은 반주만 수록된 경음악으로 과거 국내 가요 앨범에는 이런 트랙이 한 곡씩 실려있는 경우가 흔했다)을 장식하고 있는 '심리테스트'는 90년대 중반 가요 톱텐을 달구었던 박진호의 노래로, 이 음반에는 그가 부른 두 곡의 노래가 더 수록되어 있다. 이 곡들은 모두 이 사운드트랙(이라고 의심되는) 앨범과 같은 시기에 출반된 그의 1집에도 수록되어 있었던 곡들로, 이 음반이 가수 박진호의 정규 앨범과 구별된 다른 앨범임을 보여준다. 이와 반대로 그의 정규 앨범에는 [키스도 못하는 남자]의 주제가가 생뚱맞게 수록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성공한 커리어 우먼 도도해(!)가 버버리 코트를 휘날리며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갈등하는 순간에 흘렀다면 딱 어울릴 법한 '가을의 향기'가 이희진의 노래로 실려있으며, 이상우와 이정철의 알려지지 않은 보컬곡이 나머지 트랙을 채우고 있다. 더구나 가수뿐만 아니라 작곡가와 작사가도 모두 다른 이 곡들은 91년에서 93년 그리고 94년 사이에 녹음된 곡들로, 발표된 시기마저 같지 않다. 결국 이 앨범은 박진호의 정규 앨범도 아니고, 두고두고 들으라고 엑기스같은 명곡들만 뽑아낸 상업적인 컴필레이션 앨범도 아니라는 얘기다.
이러한 혼란의 혐의는 바로 기획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진호의 앨범과 이상우가 90년대 초반에 발표한 앨범들을 출시했던 현대음향이 바로 이 앨범의 레이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개봉된 94년은 영화를 새로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인식한 대기업들이 영화 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소재가 점차 다양해지고 제작 또한 활발했었다. 문제는 이 당시에 사운드트랙 앨범들이 비록 소량이긴 하지만 상업적인 성격이 두드러진 흥행위주의 영화를 중심으로 제작되었으며,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의 개념은 그 개념 자체가 매우 희박했다는 사실이다. 가수 박정운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던 [사랑하기 좋은 날(94)], 이동준의 스코어보다 장호일과 오봉준의 삽입곡이 강조된 [구미호(94)] 등의 사운드트랙은 바로 이 당시 영화음악에 대한 영화 제작자들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앨범들이다.
단순한 배경음악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했던 스코어, 스코어보다 선호된 의미없는 삽입곡들 그리고 스코어와 경음악의 혼동은 90년대 중반에 제작된, 흥행을 담보로하는 상업영화의 사운드트랙에서 주로 나타났던 공통적인 현상이다. [키스를 못하는 남자]의 (사운드트랙) 앨범은 바로 그와 같은 흐름과 정확하게 포개져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만으로 기획된 사운드트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반면교사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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