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별: Original Soundtrack (2000/2000)
작곡가: 조성우
발매사: M&F (CKC-0090)
글쓴이: 조성우, SL
---------------------------------------------------------------------------------
[03:02] 01. 플란다스의 개 #1(Take 1)
[04:21] 02. 비오는 날 #1(Take 1)
[02:36] 03. 비오는 날 #2(Take 1)
[02:50] 04. 비오는 날 #2(Take 2)
[03:11] 05. Cafe 'Flanders'
[03:27] 06. Director Bong
[02:24] 07. 살견자(殺犬者)
[02:26] 08. Rhythmholic
[01:29] 09. 대추격(Take 1)
[01:36] 10. 대추격(Take 2)
[01:15] 11. 현남의 테마
[04:06] 12. Flanders` Rag(Quartet)
[04:19] 13. Flanders` Rag(Sextet)
[04:17] 14. Flanders` Rag(Piano Solo)
[03:52] 15. 그림자 사내
[03:05] 16. 윤주의 테마
[03:59] 17. 플란다스의 개 #2
[02:45] 18. 플란다스의 개 #1(Take 2)
[06:03] 19. 뽀일라 김씨(Bonus Track)
---------------------------------------------------------------------------------
[플란다스의 개]를 위해 녹음된 재즈음악의 형식들은 렉타임(Ragtime)에서 비밥(Bebop), 프리재즈(Free Jazz)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아파트 추격 장면에서 사용된 프리재즈는 6명의 연주자들이 모여 함께 그림의 속도를 재고 장면의 시작과 끝을 맞추어 집단 즉흥연주를 시도한 것이다.
여섯 번의 테이크중에서, 두번째 테이크가 영화속에 삽입 되었다.
그 외의 다른 재즈음악들은 영화의 분위기에 맞추어 음악감독이 코드의 흐름과 표현 스타일, 템포를 정해 놓고, 연주자들이 자유롭게 즉흥연주를 하는 방식으로 녹음되었다.
결국 영화 [플란다스의 개]의 음악은 80% 이상이 현장에서의 즉흥연주에 의해 만들어졌고, 앨범 녹음에 참여한 연주자 모두가 이 영화음악의 작곡자가 되는 셈이다.
영화 속에는 다섯개의 재즈음악만이 삽입 되었지만, 실제로 영화를 위해 녹음된 재즈음악의 분량은 그 열 배가 넘는다. ‘비오는 날 #2(Take 1, 2)’ 같은 음악이 모두 메인타이틀을 위해 만들어졌으나 영화에는 삽입되지 않았으며, ‘Cafe Flanders’, 'Director Bong’ 역시 그 중 일부분 만을 편집하여 사용했다.
[플란다스의 개]가 비록 음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라 할 수는 없지만, 국내에서 정통 재즈와 영화가 만나는 첫 번째 사례라는 점이 영화 팬들과 재즈 매니아들에게 반가운 일이 되리라 기대한다. 더욱이 이 영화를 위해 녹음된 재즈음악들 모두가 기존의 재즈 스탠더곡들로부터 진행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영화의 분위기에 맞추어 새롭게 만들어진 오리지널 재즈라는 점에서 그 작은 의미가 기억되었으면 한다.
어느새 우리의 가장 대중적인 삶의 공간으로 자리잡은 아파트는 우리의 가장 대중적인(?) 삶의 단면과 참 많이도 닮아보인다. 똑같고 단조로운 그 디자인만큼이나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점에서 말이다.
상납할 뇌물이 없어 변변한 교수 자리 하나 꿰차지 못한 채 삶의 주변부에 눌러앉은 시간 강사 윤주나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유일한 친구의 문구점을 맴도는 현남의 하루하루는 그래서 한층 더 지리멸렬한 일상의 반복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지루한 일상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누군가가 마지막 몸부림을 칠 때, 벽지의 무늬처럼 단조로운 삶 속에는 미처 우리가 깨닫지 못했던 기이한 문양들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본다.
온갖 욕망과 일탈을 꿈꾸며 나름대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런 점에서 [플란다스의 개]의 영화음악은 상당히 흥미롭다. 데칼코마니처럼 일상의 건너편에 대칭으로 찍혀진 재즈의 선율이 정형화된 일상처럼 스탠더드한 재즈가 아니라, 순간의 감흥을 따라 비정형의 모습을 드러내는 즉흥재즈라는 점에서.
봉준호 감독에게 영화음악을 의뢰받은 조성우는 영화에서 느껴지는 그 낯선 상상력의 뿌리가 무엇인지 신기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낯선 상상력의 뿌리... 아마도 그것은 이 영화를 감싸고 있는 정형과 비정형의 어떤 비대칭적인 모양새가 아니었을까. 왜냐하면 감독은 '도회적이지만 따뜻하고, 잔인해보이지만 소프트하며, 현실적이지만 몽환적인 영화'를 그리고 싶어했으며, 실제로 영화는 그런 모습을 가진 이중적인 성격의(그러나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을만큼 특별하진 않은) 인물들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개 짖는 소리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윤주는 아파트 규정을 어기는 사람에 대해서는 냉혹한 눈빛을 보내지만 교수가 되기 위해 감행하는 자신의 일탈은 허락하고, 관리사무소를 지켜야 할 현남은 '용감한 시민상'을 받기 위해 강한 의협심을 발휘한다. 개를 찾지 못하면 죽어 버리겠다는 꼬마는 그 다짐을 잊고 다시 새로운 개를 맞아들이고, 개를 자식처럼 생각하는 할머니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아파트의 공동 규정은 어긴다.
버려진 개를 끓이기 위해 지하실에 남몰래 솥을 거는 경비, 대중적인 삶의 양식에서 일탈한 것으로 간주되는 노숙자로부터 발견하는 의외의 천진함. 욕망과 현실이 비대칭을 이루고 그 사이에서 일탈하는 사람들. 그렇기에 조성우는 틀에 박힌 어떤 음악적 정서도 허락하지 않는 이 영화의 유일한 탈출구로서 바로 재즈음악을 떠올렸다고 고백했으며,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정제된 질서를 거부하고 예측을 불허하는 '즉흥재즈'를 [플란다스의 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감으로 상정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그 결과물은? 매우 성공적이다. 특별한 제약없이 자유롭게 연주되는 프리재즈는 고요한 일상의 이면에서 카오스를 그리며 분주하게 일탈하는 평범한 삶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메인 테마 '플란다스의 개'는 과거 텔레비전을 통해 소개되었던 동명만화의 주제가를 기본 멜로디로 삼아 연주한 곡으로, 여섯 번의 테이크를 시도한 것 중 두 번째 버전이 수록되었으며, 영화 속에는 현남과 뚱녀가 숲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장면에 삽입되어 있는데, 임미정이 경쾌하게 두드리는 피아노 건반과 재즈 베이시스트 전성식의 뭉근한 어쿠스틱 베이스 그리고 94년에 결성된 재즈 콤보 [테이스트 오브 재즈]부터 꾸준히 드럼 연주를 맡은 바 있는 김학인의 솜씨가 어우러져 세련된 재즈의 음률을 한껏 펼쳐낸다.
또한 현남이 부랑자에 좇기던 시퀀스에 등장하는 '대추격'은 격렬한 퍼쿠션의 리듬과 이정식의 색소폰이 그 아슬아슬한 순간에 박진감과 속도감을 더해주며, 쿼텟과 식스텟 그리고 피아노 솔로의 세 가지 버전으로 실려있는 'Flander's Rag'는 순자를 찾아 방황하는 윤주의 발걸음 속에 따스한 체온처럼 스며들어 있던 매혹적인 랙타임이다.
한편 다수의 연주자들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일련의 연주곡들과 함께 이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는 영화음악가 조성우와 김대홍 그리고 김양희의 스코어링을 온전히 맛볼 수 있는 세 곡의 스코어도 포함되어 있다. 지하철 안에서 졸고있는 현남과 뚱녀의 모습이 포근한 정경으로 다가서는 '현남의 테마'와 노란 우비를 입은 응원부대가 꽃가루를 뿌리며 현남의 비장한 각오를 다질 때 흐르는 '그림자 사내' 그리고 현남에게 자신의 범행을 고백하려 애쓰는 '윤주의 테마'는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충만한 재즈 스코어를 살짝 벗어나있다.
Album Produced by 조성우, 배용국
Music Director 조성우
All Jazz Tracks Produced & Arranged by 조성우
Music Supervisor 김대홍
Assistant Music Director 김양희
Executive Producer 송선영
Music Editor 김준석
Score Programmed by 박기헌
Mixed by 박권일
Recorded by 박권일, 김경환, 정기홍
Mastered by 고희정, 김선화
Recorded and Mastered at 서울스튜디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