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그리고 OST-BOX

글: 김관희

이글을 쓰고 있는 시점, 그러니까 2004년 1월의 어느날이 되겠다.
필자는 다가오는 설연휴로 인해 분명 정상적인 시기에 업데이트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되어 아침에 시간을 잠시 내어 글을 쓰고 [후크]의 리뷰를 올리기로 작정했다. 그외에도 배너광고 하나를 만들고, 밀린 영화감상도 해야 하는 등 나름대로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OST-BOX의 하단부분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거기에는 Copyright 1996-2004라고 자랑스럽게 적혀있는데 이글이 계기가 되어 필자는 오랜만에 '과거'를 - 완전히 잊고 지내왔던, 그래서 이제는 기억마저도 아른한 바로 그 과거를 차근차근 되새겨 볼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제 며칠후면 필자도, OST-BOX도 역시 또 한살의 나이를 먹는다.
한국에 인터넷문화가 정착한 역사를 상기시켜 본다면 OST-BOX는 나름대로 꽤 오랜 역사를 갖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그리고 필자가 재미삼아 올렸던 사운드트랙 목록들에 대한 간략한 해설정보가 하나둘 붙고붙어 이렇게 되었구나 - 이런 것들이 자료가 될 수 있고, 어떤이들에게는 유익한 정보가 될수도 있다는 사실에 약간 뻔뻔스럽게 자화자찬하자면 한편으로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필자가 영화음악을 들어온 것는 무관하게 '사운드트랙 문화' '영화음악 문화'가 좀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으로 운영해 온 본 사이트의 역사가 열악한 상황속에서도 이제 10여년이 다 되어가는 것도 나름대로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본 사이트를 통해 수많은 졸필을 작성하면서도 진작 하고 싶었던(어쩌면 미리 해두었어야 하는 글일지도 모른다) 얘기는 못해왔다는 생각을 해본다. 누구하고 약속을 하지도 않았건만 새로운 일주일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글을 써야한다.
'금주의OST'니 '이달의OST'니 당시 제대로 된 체계를 잡기도 전에 '무체계'를 완성한 탓에 필자가 하는 사서 하게 된 고생이다. 어쨌든 오늘은 보통때의 글보다 더 두서없는 글을 해볼까 한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이도 별로 많지 않을것이라 생각되지만 그래서 보통때보다도 더 많은 양해를 미리 구해야 할 것 같다.

첫번째, 아직도 이땅에서 올바른 영화음악 인프라는 멀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해놓고보니 좀 과장한 듯한 생각도 들지만 오리지널스코어 시장의 '약진속의 부진'(?)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필자가 파악해 본 결과 작년(2003년)에 국내에 발매된 한국의 영화중에 사운드트랙 앨범이 발매된 건수는 40여건이 넘었다. 음반의 완성도 이런것은 일단 제껴두고서라도 그 결과만 봤을 때는 정말이지 괄목할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40여건이 넘는다는 양적인 결과에만 주목할 것인가?
단언컨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것이 바로 필자에 앞에서 언급했던 '약진'에 해당한다.
많은 음반이 시중에 쏟아져 나왔고 그 음반들은 질적으로도 성장해가는 한국영화를 음악으로 서포터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오리지널스코어의 인식과 영화속에서의 음악기능에 충분히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만큼 질적으로 우수한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
그 작품들을 일일이 여기서 언급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사실 음악이라는 것을 필자의 졸필에 의지해 평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고, 무엇보다 음악은 들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약진의 뒷면에 바로 '부진'이 존재한다.
분명 필자는 그 약진의 결과물들은 들어봐야 답이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바로 음반을 구입하기위해 레코드샵을 들러보라. 그 40여종의 사운드트랙 음반중 반도 구입하기가 힘들 것이며, 더욱 절망적인 것은 믿을만한데는 '역쉬 인터넷밖에는...'이라는 믿음도 별로 소용이 없다는 참담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1년이 지나면 좀 구하기 힘들 것이고, 2년이 지나면 희귀음반이라는 서브타이틀을 하나 더 달고 비정상적인 가격에 거래되는게 한국 영화의 사운드트랙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운명이다. 몇년지난 인기없었던 사운드트랙 앨범을 '아마존'에서는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역시나 남의 나라 일이다. 시중에 풀린지 몇달후면 완전히 실종되어 버리는 이 상황에서 더이상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두번째도 역시 아이러니한 작금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가 개봉하면 부리나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가 시작되고, 조금이라도 잠재된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기위한 사투가 벌어진다. 적당한 구라가 영화에 홍보효과에 있어서는 긍정적이라는 것을 마치 서로가 다 알고 있다는 듯 게시판의 글들은 날을 잡아 도배되고 피터지는 말싸움이 연일 벌어진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음악이 어땠다. 영화와 잘 맞는 것 같더라... 연일 찬사와 비난이 난무하지만 그 결과들은 개봉후 며칠후면 버젓이 스크리너버전의 디빅으로, MP3 파일로 네트웍을 통해 배포(?)된다.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은체 Copyright를 Copyleft로 바꾸어버리고 디지털미디어로 컨터팅한 소스의 배포를 마치 자신의 임무라도 되는 듯 여기는 그들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초도 1000장을 찍어놓고 시장에 풀어놓은 사운드트랙 음반은 처참한 판매고로 곧바로 회수되는 비극적인 운명앞에 제대로 된 음악을 만들어 보답하리라 - 라고 사명의식을 가질 작곡가는 도대체 몇이나 될 것이며, 그런 음반을 만들어 줄 제작자는 또 몇이나 되겠는가. 몇십억짜리 로또에 당첨된 행운아가 느닷없이 미친척하고 '한국의 영화음악 발전을 위하여...'라고 한 1억이나 턱 내놓으면 모를까. 2000~3000만원으로 알아서 다 해야 하는것이 한국에서 영화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연일 겪는 고충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관련 실무자들의 목을 서서히 죄고 있는 것 같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목을 죄는 것이 체인이나 밧줄도 아닌 그 가느다란 네트웍라인을 타고 흘러가는 패킷의 모임이며, 그것을 수집하고자 혈안이 된 네티즌들의 파워가 한몫하면서 파멸을 이끌어낸다는...

홧김에 실컷 지껄여놓고도 필자 스스로 웃긴다. 그럼 결론이 뭔데?
제발 좀 굽지 말고 사자! 이 말이다. 1년에 한장이라도. 막말로 우리들이 웃으면서 컴퓨터에 깔고 쓰는 Nero Burning Rom은 창작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단한방에 바로 골로 보내버리는 저승사자나 다름없다.
필자는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OST-BOX를 운영해오면서 작년의 리뉴얼을 통해 그토록 원해왔던 DB화(이것도 자화자찬같지만 이 작업을 위해 수십명이 떼거지로 붙어 데이터를 일일이 입력했고 생업에 바쁜 와중에서도 기술디렉터님은 헌신적으로 도와주셨다)와 음악서비스 등 보람있는 성과를 거두었고, 일일이 밝히기는 힘들지만 영화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진정 즐거웠던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역시나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인 것 같다는게 현재의 상황이다.
그것은 회원가입수(솔직히 얘기하겠다. 2003년 OST-BOX의 가족은 3000명이었다)나 가뭄에 콩나듯이 등장하는 새로운 글 때문이 아니라 앞에서 두서없이 필자가 지껄였던 글에 답이 다 나와있다.
이것말고도 더 할 얘기는 쌔고 쌨지만('많다'는 경상도 사투리이다. 이해해 주시길) 상황은 아마 지금보다도 더 열악해 질 것이다. 만족스러운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 창작자의 욕구와는 전혀 무관하게 주위에서는 더 '못 받혀줄 것'이고 우리가 슬슬 목을 죄어가는 바로 이 순간 '작품'을 만들려던 작가적 양심은 실종되고 그저 팔기위한 '상품'으로 전락한 사운드트랙들만이 우리앞에 버젓이 등장할 것이다.
솔직히 좋지는 않은 음질의 WMA 파일이지만 일단 올려놓고 몇곡의 음악듣기를 유도하여 궁극적으로는 음반의 구입이라는 방향 -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보기위해 그야말로 '최후의 보루'(스트리밍 서비스의 불법여부 말이다)를 무기삼아 영화음악의 애정을 기대했던 필자와 운영진들도 이제 슬슬 지쳐가고 있다.
작년 국내 음반장르 점유율에서 영화음악 0.6%... 기가 찰 노릇이다.
우리가 고칠 것을 고치지 않고,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체 컴퓨터앞에서만 뭔가를 해결하려 든다면 이미 게임은 일방적으로 끝난거나 마찬가지이다. '형 아직도 CD를 사요?'라고 묻는 후배앞에서 허허 웃을 수 밖에 없었던 필자의 경우가 이제 다시는 없기를 바랄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것은 진정 한국영화음악의 비극이다.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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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4box@hanmail.net) boxworld
OST-BOX/BOX 컬럼 l 2008/07/2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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