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그리고 OST-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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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관희

영화음악을 좋아한다는 그 단한가지 이유.
그 엄한 이유로 인해 운영을 시작한 OST-BOX도 벌써 9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그동안 OST-BOX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기쁜일이든,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든 한 사이트의 운영자로서 당연히 감수해야 할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저희 운영진들은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며칠전(정확하게 지난 3월 1일)에 어떤분으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어떤 OST가 듣고 싶은데 MP3 파일을 메일로 보내줄수 없느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런류의 질문을 메일이나, 게시판을 통해 워낙 많이 들어온 탓에 만성이 되다보니 이제는 아예 답변을 해드리는 서식이 있을 정도입니다.
저는 그분에게 불가능한 이유를 말씀드렸고 곧바로 답장이 왔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정직한 사람이냐. 보내주기 싫으면 그렇다고 말하지... 그리고 당신은 MP3 안듣냐? 왜 그렇게 까칠하게 나오는거냐?'
물론 이분의 반응이 대단히 강도있고 신경질적인 경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OST-BOX의 운영진들이 느끼는 위기감을 이대로 방관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 그리고 말할 것은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이 메일에서 느낀 괜한 감정이나 스트레스 따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그저 평소에 하고 있던 생각을 말입니다.

첫번째는 MP3 파일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저는 지금 MP3 파일의 기술적인 부분이나 고리타분하게 지금껏 들어왔던 그런 얘기들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정 이것이 음악 창작자를 고사직전의 상태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들은 그 결과물을 음반으로 말합니다.
우리는 그 음반을 신중하게 고를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일정비용을 지출 한 후 선택된 음반에 대해 비평을 가하는 것은 음악창작자들을 자극하고 격려가 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서로를 살찌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달에 음반구입비로 대략 20만원 정도를 지출하는 편입니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통해 먹고사는 입장이 아니다보니 좀 많은 금액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우스갯소리지만 제가 술을 좋아했다면 이 취미생활을 계속 유지할 수 없을거다라는 친구들의 비아냥섞인 소리도 듣곤 합니다. 하지만 OST-BOX의 운영과 무엇보다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음반에 담긴 가치를 생각하면서 구입을 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MP3 파일은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아도 '이건 아니다'라는 느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예전에 리어카에서 1000원, 2000원에 팔던 불법테이프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아마 많은분들이, 그리고 음악종사자들이 아니더라도 불법테이프에서 느꼈던 위기감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으며, 때문에 MP3의 존재는 음악인들의 생존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저도 음반을 구입하면 늘 CD를 들고 다니면서 감상하는 귀찮음에서 벗어나고 싶어 MP3 파일로 만들어 듣곤 합니다. 하지만 혼자서 음악을 듣기위한 용도로, 또는 개인적인 오디오데이터를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MP3의 인코딩과 상습적인 복사와 배포행위는 엄연히 구별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두번째는 한국의 영화음악에 관한 문제입니다.

OST-BOX는 1999년 개편때부터 '갑자기' 한국영화음악을 소개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것은 일시적인 관심의 차원이 아닙니다. 다량의 소스를 소개할 수 있는 여건이 확보되었다는 현실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당시 속속 발표되던 한국의 영화음악이 이제는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수준이 되었다는 나름대로의 확신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한국의 영화음악 매니아들, 관련 종사자들의 절망은 너무 쉽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개봉과 함께 발매된 사운드트랙 앨범은 시장에 나오기가 무섭게 네트워크를 타고 카피되기에 급급하며, 안그래도 인프라가 약한 영화음악 시장에서 연주곡이 위주가 되는 음반은 발매되고 몇달후면 바로 희귀음반이 되고마는 희안한 현실이 바로 1000만 관객돌파로 들떠있는 한국영화의 그 화려함과 함께 오버랩되는 현주소인 것입니다.
한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은 극장에 한 작품이 걸리고 내릴때까지 - 적어도 DVD로 발매되기 전까지는 우리가 상품화의 과정을 거친 후 최초로 접할 수 있는 그 영화만의 소중한 추억이자 자료입니다. 이것을 정상적이지 못한 방법을 통해 손쉽게 즐기고 헌신짝처럼 버리는데 익숙해져 버린다면 앞으로 우리는 절대로 'Original Soundtrack'이라는 가슴설레는 글귀가 박힌 음반을 접하지 못할지 모릅니다. 적어도 한국영화음악에서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악순환이 이어져 열악한 조건에서도 한국의 영화에 맞는 정서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계시는 작곡가분들의 고분분투와 그분들의 인내심이 바닥나는 순간이 온다면 우리는 더이상 멋진 '한국의 영화음악'을 듣지 못할지도 - 이 페이지의 메인화면에 걸린 그림이 현실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문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답안은 바로 애정과 관심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현재 OST-BOX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를 보면 절판된 사운드트랙 앨범에 대한 구입의지와 지나간 한국 영화음악의 역사를 진심으로 알고 싶어하는 적지않은 매니아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순수한 한국영화음악의 팬입장에서 보았을 때 진정 너무나도 반갑고 가슴설레이는 일입니다. 앞으로도 OST-BOX는 한국의 영화음악을, 그 우수성을 알리는 일에 상당한 공을 들일 것입니다.
현재 몇가지 작업이 이미 진행중이며, 설문조사의 결과를 토대로 음반사에 공동구매를 요청하거나 절판된 음반에 대해서도 재발매를 요구하는 등의 다양한 운동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영화음악을 좋아하시는 애호가들의 도움과 호응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간절하게 여러분들의 도움을(그것이 겉으로 드러나거나 크게 눈에 띄이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OST-BOX의 운영진들은 이곳을 찾아주시는 소수의 감사한 분들에게 조심스럽게 의견을 묻고 올바르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좋은 의견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알려주십시요.
두서없는 글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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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4box@hanmail.net) boxworld
OST-BOX/BOX 컬럼 l 2008/07/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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