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관희
2004년이 다 지나간다.
이글을 쓰고 있지만, 기억이 더 선명한 것은 작년 이맘때였던 것 같다.
작년 이때쯤에도 지나가는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글을 쓰면서 혼자 감상에 젖곤 했었고,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기대로 가슴설레었던... 뭐 그런것들 말이다.
올 한해도 별일없이 지났고, OST-BOX도 마찬가지이다. 늘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길 바랬었고 새롭게 업데이트 된 기사들을 제외하면 예상했던대로 그 자리에서 늘 있어줬다.
혹시나하고 장난스럽게 생각해봤던 지구대폭발이나 서버작살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시시각각 2005년은 이렇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냥 한번 2004년에 대한 상념들을 - 그 지나간 시간들을 한번, 생각나는대로 돌이켜 보았다. 본 사이트의 성격에 맞게 당연히 영화음악에 대한 내용이 많을 것이고 별로 재미있는 글은 아닐 것이다.
1) 2004년, 한국의 영화음악
역시나 발전의 한해였다. 아래에 기재를 하겠지만 올해에만 공식/비공식적으로 공개된 한국영화의 사운드트랙은 50여장 가까이 되며, 이것은 양적/질적의 향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좀 비상식적인 논리지만 기본적으로 문화컨텐츠는 - 영화음악에만 적용해도 상관없다 - 무수히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 중에서 고를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들은 서로를 견제하는 자극제가 되기도 하고,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상품화되어 대중들에게 나오는 거의 첫번째 아이템이라는 것을 볼때 대중들의 반응과 평가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영화음악을 이끌어가고 있는 스타급 작곡가들의 건재를 확인하는 것도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었으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한국영화의 위상에 걸맞게 훌륭한 음악의 존재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작품들이 많이 선보였다.
아래에 2004년에 발매된 한국의 영화음악, 그 자랑스러운 역사를 소개한다.
괄호안은 작곡가이다.
- 여선생 VS 여제자 (조영욱, 이현양)
- 발레교습소 (조영욱, 김동기)
- 도마 안중근 (석성원)
- 썸 (조영욱, 이언)
- 내 머리속의 지우개 (김태원)
- S 다이어리 (최완희)
- 주홍글씨 (이재진)
- 귀신이 산다 (손무현)
- 바람의 파이터 (최만식)
- 우리형 (김형석)
- 꽃피는 봄이 오면 (조성우)
- 슈퍼스타 감사용 (박기헌)
- 아라한 장풍대작전 (한재권)
-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정용진)
- 얼굴없는 미녀 (장영규)
- 내 남자의 로맨스 (김득수)
- 달마야 서울가자 (방준석)
- 분신사바 (윤일상, 안정훈, PK, Terada Masahik)
- 신부수업 (슬비안)
- 늑대의 유혹
- 그놈은 멋있었다 (안정훈)
- 거미숲 (윤민화)
- 장화홍련 and 쓰리 (이병우)
- 아는 여자 (박근태)
- 누구나 비밀은 있다 (심현정)
- 돌려차기 (박만희, 성우석, 김지수)
-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최승현)
- 인어공주 (조성우)
- 효자동 이발사 (박기헌)
- 라이어 (이병훈)
- 바람의 전설
- 어린 신부
- 맹부삼천지교 (김준석)
-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서현일, 송민구, 오진화)
- 아홉살 인생 (노영심)
- 사마리아 (박지웅)
- 목포는 항구다 (Bruce Lee Band외)
- 그녀를 믿지 마세요 (노영심, 조영욱)
- 태극기 휘날리며 (이동준)
- 빙우 (조영욱, 최승현, 이현양)
- 실미도 (조영욱, 한재권)
- 그녀를 모르면 간첩 (이재진)
- 내사랑 싸가지 (조병석)
- 말죽거리 잔혹사 (김준석)
- 안녕! 유에프오 (김태성)
2) 문화컨텐츠의 추락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으나... 과연 한국에서 사운드트랙의 발매와 각종 문화컨텐츠는 가치가 있는가? 라는 느닷없는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좀 뭐한 얘기지만 올해 2004년 한해동안에만 필자는 MP3 파일을 요구하는 분들의 메일을 거의 100통이 넘게 받았다. 필자가 여러번 밝혔듯이 사운드트랙을 듣고 싶으나 구할 수가 없어서 - 혹은 한국영화음악 음반의 짧기만 한 싸이클을 놓쳐 본의아니게 구할 수도 없는 절망적 상황... 이런 요구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버젓이 음반점에서 발매되어 전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MP3를 요구하는 경우는 자괴감이 든다.
이것은 매년 판매되는 MP3 플레이어의 판매량이 말해주듯 완전히 일상화된 패턴으로 생각될 지경인데, 시내를 나가보면 평생 안망할 것 같던 음반사가 속속 문을 닫고 있고, 이미 땅바닥에 떨어진 음악 CD의 신세는 매장구석으로 밀려가고 있다. 일부 발빠르게 움직이던 가게들은 해소책으로 DVD를 전시하기도 하였으나 DivX의 강력한 위세와(그날 발매된 DVD 영화타이틀을 P2P 프로그램에서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여용시장의 확충으로 이 역시 바닥을 헤맨다. 필자가 언제쯤 썼던 컬럼에서도 언급했듯이 이제는 매장에서 1만원이라는 돈으로 몇장의 영화 DVD를 살 수 있을 정도가 아닌가.
어떤 이들은 시대적인 흐름이므로 해결책은 없다고, 돌파구는 없다고 했다.
막을 수 없는 기술의 어두운 면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이런 컨텐츠들을 접할때 어느정도의 댓가지불이라는 명제는 틀린 말이 아니며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기술의 발달이 아니라 '그것마저도 지불하지않겠다' '지불할 필요가 뭐가있냐'라는 인식인 것이다.
3) 사운드트랙의 새로운(또는 염려스러운) 발매경향
이러한 이유때문인지 최근 사운드트랙은 이상한 방법으로 등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DVD의 발매시에 사운드트랙을 '덤'으로 끼워파는 것으로 이러한 경우는 올해에만 [아라한 장풍대작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바람의 파이터]등, 꽤 많은 수량에 이른다. 문제는 이 경우 대부분이 DVD의 한정판(limited edition)의 형식으로 등장하고 있어 음반시장에서 단품으로 구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한정판을 놓쳤거나 구입을 하지않은 경우에는 접할 기회자체가 원천적으로 막히고 만다.
많은 영화음악 매니아들은 이 앨범들을 어떠한 식으로 조달(?)했는지 모르겠지만 사운드트랙을 구입하며 영화음악을 즐겨왔던 팬들에게는 몹시 당황스러운 마케팅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하나의 패턴으로 굳어진 것까지는 아니겠지만 분명히 제작사측에서는 이러한 시도를 조심스럽게 하면서 그 결과를 주의깊게 보고 있을 것이다. 만약 상당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이 설 경우 더욱 많은 작품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판매될 것이고 음반시장(음악의 경우에만 국한)에서는 '영화음악'이라는 코너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안그래도 잘 안팔리는게 영화음악인데 여기에 불법카피까지 당연한 듯이 행해지고 있으니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가. 결국 이런 결과는 불법이 흔해빠진 현재의 상황과 직결되며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4) 떠나간 동지들
영화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슬픈 소식이 많았던 한해였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며 영화음악계의 거장으로 군림해왔던 제리골드스미스와 엘머번스타인, 마이클카멘이 사망했고(필자는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이제 그들이 남긴 역사는 -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추억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FM 라디오방송에서 정겨운 목소리로 영화음악을 이야기하고 인생을 이야기하던 정은임 아나운서의 죽음은 또 한번 우리를 슬프게 한다. 사실 필자는 FM 영화음악의 열렬팬은 아니었지만 영화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분명 아나운서 이상의 존재였던터라 슬픔을 넘어선 그 무엇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영화음악을 함께 사랑하고 공감하던 동지를 잃었기 때문이다.
TAG Film Score,
Filmscore,
Original Soundtrack,
OST,
사운드트랙,
영화음악,
영화음악가,
영화음악감독,
오리지널사운드트랙,
필름뮤직,
필름스코어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