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별: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1993/1993)
작곡가: Goran Bregovic
발매사: Bootleg
글쓴이: 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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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3] 01. In The Deathcar - Iggy Pop
[03:33] 02. Dreams
[05:04] 03. Old Home Movie
[05:18] 04. TV Screen - Iggy Pop
[04:49] 05. '7-8 & 8-11'
[04:51] 06. Get The Money
[04:46] 07. Gunpowder
[03:01] 08. Gypsie Reggae
[05:12] 09. Death
[04:13] 10. This Is A Film - Iggy 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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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조나'와 '드림'은 어딘지 모르게 서로 닮은 구석이 있다. 그곳은 현실처럼 다양한 색깔로 채색되어 있는 곳이 아니라 모노톤의 빛깔을 띄고, 도처에는 미지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만 같은 황량한 공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치 전운이 감도는 유고슬라비아의 풍광처럼, 보통의 현실 속에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온갖 '매력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에밀쿠스트리차가 자신의 고향을 떠나 미국의 수많은 지형물 속에서 아리조나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그곳이 그에게 낯익은 모습으로 다가섰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실 쿠스트리차 자신도 [아리조나 드림]을 제작하면서 그런 고백을 한 적이 있다.
이 영화는 서구의 문명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이며, 지구라는 행성에 태어나 35년을 살아오면서 자연스레 자리잡은 자신의 생각을 담은 영화라고. 또한 인간은 '문명'이 아닌 '자연'에 속해 있으며, 인간은 거대한 도시를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단지 그 속을 유영하고 있을 뿐이라고. 그가 창조해낸 영화 속 인물들이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태생적인 보헤미안으로서 하릴없이 떠도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흐느끼는 바람이 캄캄한 밤 속에서 휘파람을 불고
개는 어둠 속에서 으르렁 거리네
무엇인가가 나를 밖으로 이끌어
그저 밖을 떠돌라하네
난 네가 한가하다는 걸 알았지
이제 내가 원하는 무엇이든, 너는 해줄거야
너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낯선 사람들 사이로 나를 데리고 가겠지
죽음의 차 안에서 나는 살아있네...
국내 드라마에 수차례 삽입되어 낯이 익을대로 익은 이 곡을 영화의 초반부에서 듣는다면 누군가는 정작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생각보다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장면에 바로 이 곡이 삽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끝에서 발랄하게 튕겨지는 만돌린 현의 리듬과(사실 이 곡은 코르시카의 민요 'Solzenara'에서 따온 곡이다) 사뭇 다른 분위기로 읊조려지는 이기 팝의 노래는 스무살 청년의 떠돎이 시작하려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들려온다. 눈보라 속 아버지가 구사일생으로 구해온 가자미. 그 부레가 풍선이 되어 에스키모 소년의 손을 떠나 엑슬이 잠들어 있는 뉴욕항으로 날아들 때, 스무살 미완의 삶은 고란 브레고빅이 주술처럼 불러내는 신비로운 스코어에 이끌려 아리조나라는 미지의 공간을 향해 그 힘겨운 여정을 출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리조나에서 조우하는 또다른 꿈꾸는 사람들. 하늘을 날고 싶은 일레인, 거북이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그레이스, 영화배우를 진지하게 복제하는 폴, 눈물 때문에 엑슬의 삼촌과 결혼하려는 밀리...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 황당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엑슬은 사랑에 빠지고, 때로는 분노하며 또 누군가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목도하고 눈물흘린다.
가장 기쁜 순간에도 엑슬에겐 시련의 연속인 것만 같은 아리조나의 삶. 그리고 꿈. 그의 시련 속에서도 여전히 엄숙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그레고빅의 스코어는 신비하다기보다 차라리 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여성의 아름다운 허밍과 선굵은 남성들의 중창이 중세의 교회음악을 연상시키는 'Dreams', 북구의 신비함을 간직한 소뿔 소리와 이기 팝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어우러지는 'TV Screen', 다양하고 독특한 타악기의 리듬과 토속적인 피리 소리가 자아내는 '7-8 & 8-11'의 몽환적인 분위기. 이 모두는 아리조나에서 엑슬이 겪고 있는 그 모든 시련이 일종의 성인식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거기에 세르비아 최고의 트럼펫터로 알려져있는 보반 마르코빅과 마르코 마르코빅이 이끄는 보반 마르코빅 오케스트라의 뿡빵거리는 나팔 소리는 쿠스트리차 영화의 전매특허인 골계미를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인양 맛깔나게 버무려낸다. 특히 영화 중반부터 등장하는 멕시칸 마리아치들(아마도 주인공을 쫓아다니는 유고의 브라스 밴드 대신 영입되었을)이 부르는 후안 에스피노자의 명곡 'Atotonilco'나 콘수엘로 벨라께즈의 'Besame Mucho'등과 같은 민요들은 비록 사운드트랙에 실려있진 않지만 타향에서도 여전한 자아의 취향이 얼마나 고집스러운지, 영화를 보면서 새삼 느끼게 한다.
<사족>
지금 소개하는 앨범 버전은 러시아에서 제작된 부틀렉 앨범으로, 이 음반이 최근 리마스터링 되어 재발매 되기까지 국내에도 많이 유입되었던 버전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라면, 앨범 자켓에 하늘을 나는 가자미의 방향이 오리지널 버전과 반대로 인쇄되어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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