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영화시대를 지나 영화속에서 음향과 음악의 중요성이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으면서 영화는 기술적으로, 혹은 개념적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소리없는 영상을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지금의 현실과는 정말 동떨어진 까마득한 옛날의 이야기지만 한때 스크린앞에 악단이 직접 대기하면서 음악을 들려 준 사례가 있을 정도로(바로 몇년전 우리나라에서도 프리츠랑의 고전 [메트로폴리스]의 오리지널음악을 이런식으로 시연한 적이 있었다) 영상과 음악의 조우는 누구나 바라는 영화인들의 열망이었다.
영화속에서 음악과 음향이 옵션이 아닌 기본사양으로 자리잡게 되고 영화음악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더이상 새로움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면서 우리에게 그것을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고분분투한 수많은 영화음악 작곡가들의 공로는 치하받아 마땅하다.
지금 소개하는 버나드허먼의 경우도 아마 그 공로자 중 하나일 것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코어를 작곡한 막스스타이너가 테마음악의 전형을 일반화시킨 공로를 치하받는 것 처럼 버나드허먼은 영화속의 음악을 작곡가 주관에 의한 1인칭 시점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객관적 시점을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특히 그는 오랜기간동안 영화음악의 현장 한중간에서 작업하면서 영화음악의 성격과 가능성을 무한하게 확장시킨 아버지와 같은 위대한 존재였다.
그러나 그가 작업했던 작품들은 고전에 속하는 것들이 많고 [스타워즈]의 존윌리엄스처럼 대중성을 띈 것도 아니다보니 영화음악 애호가들조차도 공로는 인정하되, 자신의 그릇에 담아두는 경우는 드물기조차 하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홀대받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디스코그래피는 작품의 수도 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더욱 주목할 만 하다.
[시민케인] [현기증]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싸이코] [택시드라이버]... 얼핏 살펴본 몇개의 작품들을 보면 그의 성향을 특정 장르영화에 어울리는 작곡가로 규정짓기 힘들다.
버나드허먼의 작품들은 오손웰즈, 알프레드히치콕, 마틴스콜세지와 같이 영화사의 방향을 바꾸어버린 혁명적인 작가들과의 결과물이며 그런 영화사의 위대한 작가들은 버나드허먼과의 작업에 대해서 서로 경외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90년대에 들어 리메이크 되었던 [싸이코]와 [케이프피어]에서는 작곡가들이 버나드허먼의 오리지널곡을 최대한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편곡작업을 통해 그대로 사용했을 정도이니, 시대를 불문하고 유행처럼 만들어졌던 트리뷰트 앨범도 아닌 이상 이런 경우는 정말 찾아보기 힘든 예일 것이다.
위에서 예를 들었던 버나드허먼의 몇몇 작품들은 유쾌한 분위기에서 감상 가능한 작품들이 아닌, 서스펜스와 심리물들인데 괴팍하고 기괴한 성향의 알프레드히치콕 감독이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버나드허먼과의 작업을 마다 않았다는 것은 음악을 통한 영화속 심리묘사가 그만큼 뛰어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싸이코]나 [현기증]에서 들려주었던 속도감은 기존의 심리물에서 단순히 마이너계열의 음산한 사운드로만 일관해왔던 영화음악 일반적인 성향을 새로운 개념으로 향상시킨 것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 두 작품의 음악을 서스펜스 영화음악의 바이블로 생각한다.
작고하기 몇해전 마틴스콜세지와 작업했던 [택시드라이버]는 톰스콧이 연주하는 색서폰의 멜랑꼬리한 선율로 많은 이들에게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이기도 한데, 별로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God's Lonely Man'이나 '44 Magnum Is A Monster'같은 곡들의 강렬함은 소중한 그의 흔적이다.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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