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별: Music From The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2000/2000)
작곡가: Stephen Warbeck
발매사: Polydor
글쓴이: SL
---------------------------------------------------------------------------------
[04:28] 01. Cosmic Dancer - T-Rex
[04:24] 02. Boys Play Football(Dialogue) - Gary Lewis & Jamie Bell
[04:28] 03. Get It On - T-Rex
[00:00] 04. Mother's Letter(Dialogue) - Julie Walters & Jamie Bell
[03:27] 05. I Believe - Stephen Gately
[02:53] 06. Town Called Malice - The Jam
[00:00] 07. The Sun Will Come Out(Dialogue) - Julie Walters & Jamie Bell
[02:11] 08. I Love To Boogie - T-Rex
[04:14] 09. Burning Up - Eagle Eye Cherry
[01:11] 10. Royal Ballet School(Dialogue) - Julie Walters & Jamie Bell
[03:20] 11. London Calling - The Clash
[04:44] 12. Children Of The Revolution - T-Rex
[00:00] 13. Audition Panel(Dialogue) - Barbara Leigh-Hunt & Jamie Bell
[04:14] 14. Shout To The Top - The Style Council
[03:21] 15. Wall Come Tumbling Down - The Style Council
[02:14] 16. Ride A White Swan - T-Rex
[00:00] 17. Cosmic Dancer(Reprise) - T-Rex
---------------------------------------------------------------------------------소년이 조심스레 LP를 꺼내 투박한 플레이어에 건다. 어리숙한 그 손놀림에 앰프가 잡음을 내자, 소년은 다시 바늘을 들어 두 번째 트랙 위에 살며시 얹어 놓는다.
서정적인 기타 반주에 맞춰 들려오는 어느 남성의 그루비한 목소리. '나는 12살에 춤을 추었죠. 나는 12살에 춤을 추었죠...' 짙은 녹색의 벽지 위에 노란 색 자막이 선명하게 대비되고, 음악에 맞춰 소년은 침대 위를 신나게 뛰어오른다.
그 느릿느릿한 슬로우 모션에 감미로운 호흡으로 다가서는 음악소리. 바로 포크록에서 글램록으로 넘어가는 지점에 T-Rex가 내놓은 역사적인 앨범 [Electric Warrior(71)]에 수록된 'Cosmic Girl'이다. 원래는 윤회와 사후세계를 믿었던 마크 볼란의 상상력이 담긴 노래였지만, 가사 그대로 춤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소년의 이야기에 곁들어지니 그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1984년 그리고 영국. 이 특수한 공간과 시간이 [빌리 엘리어트]의 이야기가 놓여있는 배경이 된다.
마가렛 대처의 강력한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에 반대하여, 연대의식과 강성노조를 앞세워 자신의 권리를 끝까지 지켜내려 했던 영국의 노동자들. 바로 '철의 여인'과 남성 노동자들이 충돌하며 영국 도처에 구조조정과 실업이라는 거센 칼바람을 일으키던 험악한 시대였다. 그러나 그 바람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 대 노동자'라는 사회적인 관계 말고도, 노동자 개개인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또 하나의 관계 속에서 또다른 성질의(차원의) 갈등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석탄 검댕이와 땀으로 얼룩진 탄광 마을을 날렵하게 누비는 발레 소년, [빌리 엘리어트]에 삽입된 음악은 두 가지 점에서 꽤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하나는 그 음악이 태생적으로 저항 정신을 지닌 록음악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또다른 하나는 그 록음악이라는 것이 바로 글램록이라는 점에서.
70년대 전반, 영국(미국이 아닌)을 휩쓸었던 글램록은 초기 로큰롤의 쉬운 리듬과 키치적인 사운드 그리고 절로 엉덩이가 실룩거리게 만드는 댄스 뮤직의 경쾌함으로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을 만한 요소를 지니고 있었지만, 그 음악이 다른 나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영국 안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성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글램로커들의 현란한 화장과 의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싸이키델릭 록에서 수혈받은 음악적 요소는 영국을 들뜨게했던 브릿팝의 꽃을 피우게 했고, 그들의 현란한 의상과 자유분방한 사상은 펑크록으로 이어지며 섹스 피스톨즈와 더 클래쉬와 같은 영국의 펑크 로커들에게 그 힘을 실어주었다. 바로 그 정점에 서있던 밴드 중 하나가 [빌리 엘리어트]의 사운드트랙에 다섯 곡을 선사하고 있는 T-Rex. 77년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었던 마크 볼란이 자동차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기 전까지(물론 그 이후에도) 영국인들로부터 커다란 사랑을 받았던 밴드 중 하나였다.
물론 영화의 배경인 1980년대 중반과 그들이 활동하던 시기는 약간의 시간적인 갭이 있긴 하지만, 그 이후에도 그들의 인기가 사그러진 것은 결코 아니었기에 우리는 빌리의 형이 애지중지 모아놓은 LP컬렉션 사이에서 티렉스의 앨범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영화에 사용된 다섯 곡 모두 하나같이 글램록의 정수로 꼽히는 티렉스의 명곡들인데, 'Cosmic Girl'은 이미 위에서 언급한 대로 글램로커로서 그들의 시작을 알렸던 역사적인 앨범 [Electric Warrior]에 수록된 곡으로, 영국 전역에서 1위를 차지하며 글램록뿐만 아니라 티렉스와 마크 볼란의 이름도 사람들에게 확실히 기억하게 해주었던 앨범이다.
또한 록의 클래식으로 유명한 'Get It On(원래 이 곡은 'Bang a Gong'이라는 곡명이 붙어있었다)' 역시 바로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으며, 부기(Boogie)라는 음악 스타일을 선보임으로서 '볼란 부기(Bolan Boogie)'이라는 애칭이 그를 따라다니게 된다. 그가 숨을 거두던 해에 발표된 'I Love To Boogie'는 어쩌면 팬들이 붙여준 그 애정어린 이름에 대한 마크 볼란의 화답이 아니었을까.
한편 빌리가 화장실 벽을 박차고 뛰어나가 거리에서 춤을 추던 장면에서 흘러나오던 'Town Called Mallice'는 70년대 중반, 펑크록의 움직임이 드세지던 시기에 폴 웰러가 주축이 되어 결성된 더 잼The Jam이 82년에 발표한 곡으로, 더 잼의 해체 이후 폴 웰러는 더 스타일 카운실에서 90년까지 그의 음악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게 된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사실 한가지. 사실 [빌리 엘리어트]에는 더 스타일 카운실의 노래가 사용되어 있진 않지만, 'Shout To The Top'과 'Walls Come Tumbling Down'이라는 두 곡의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84년, 대처 수상이 내놓은 탄광 폐쇄 정책에 대해 탄광 노동자들의 대대적인 파업이 일어나자, 더 스타일 카운실은 [Soul Deep(84)]이라는 싱글을 통해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입장을 드러냈던 것. 그 이후에 스타일 카운실이 내놓은 두 번째 앨범 [Our Favorite Shop(85)]는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사에 담아냄으로서 그들은 록의 정신을 살린 위대한 뮤지션으로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사운드트랙에 실린 두 곡의 노래는 바로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었던 곡들. 영국의 시대적인 배경 위에서 태어난 7-80년대의 록씬과 함께 빌리와 그의 가족이 겪을 수 밖에 없었던 개인적인 갈등들 그리고 여성성과 남성성이 충돌하는 지점에 글램과 펑크록이라는 장르를 교묘하게 얹어놓고 또 그것을 멋지게 풀어내는 그 역량이 놀라울 뿐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