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2003년은 블럭버스터의 해이고 속편의 해이다.
매년말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드는 예정된 즐거움(?)을 안겨주었던 [해리포터]시리즈나 [반지의 제왕]이 주는 설레임을 뺄 수 없을 것이고, 이미 개봉되었거나 예정인 작품 - [엑스맨] [매트릭스]의 후속작이 안겨줄 충격파는 분명 영화의 규모만큼이나 엄청날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 방점을 찍는 개봉예정작은 뭐니뭐니해도 아놀드슈왈제네거 하면 바로 생각나는 바로 그 영화 [터미네이터] 세번째 시리즈일 것이라는데는 아무런 이견이 없다.
1, 2편의 성공적인 항해를 지휘했던 제임스카메론의 부제에도 불구하고 - 원작보다 나은 속편없다는 정설을 간단히 뒤엎고, 속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아킬레스건을 훌륭한 기술력과 상상력으로 거뜬히 소화하여 영화사의 한획으로 남은 전설적인 작품이 10년이 넘는 세월의 공백을 넘고 다시 우리앞에 돌아오게 된 것이다.
보통 연작들은 제작에 참여한 수많은 스탭들에게도 일관성있는 방식을 요구한다. 때문에 특별한 상황이 발생되지 않는 출연진의 캐스팅 못지않게 제작스탭들의 중요성은 당연히 증가하게 마련인데 이 시리즈의 음악감독인 브래드피델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1980년대 초반, [터미네이터]로 그의 이름을 대중적으로 알리게 된 것이 그의 이력의 시작이지만 많은 텔레비전 시리즈물과 영화를 통해 수차례 브래드피델이라는 이름은 노출되어져 왔고 '문화교실'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중고생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가게 했던 시절 [후라이트나이트]라는 공포물([터미네이터]가 개봉되고 바로 다음해에 개봉)에서도 그의 이름을 우연하게 접할 수 있었다. 한가지 유감스러운 사실은 이 두 작품은 국내에서도 흥행적으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던 터라 당시 영화음악 관련 프로그램에서 간간이 음악으로 소개가 되었지만 다소 폐쇄적이었던 음반시장의 구조상의 문제(발매도 수입도 되지 못했다)로 사운드트랙의 앨범은 전혀 알려지지 못했음이다.
하지만 별 의미없이 사용되었던 [터미네이터]의 주제가, 인기밴드가 주제가를 불러 더더욱 가려질 수 밖에 없었던 [후라이트나이트]의 외적인 요소에도 상관없이 브래드피델의 음악은 탁월한 긴장감과 얼음장만큼 냉혹한 전자사운드를 실감할 수 있게 해주어, 고전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졌던 오케스트라에 의한 듣기좋은 스코어뮤직 일색의 음반시장에서 독특한 색깔을 지닌 작곡가로 부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까지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브래드피델의 음악들은 영화쪽에서는 대부분 스릴러물이나 액션, SF물등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작품인 [블루스틸]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리얼맥코이] [블링크] [트루라이즈]의 사운드트랙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작품들에서 브래드피델의 음악들은 영화의 장르에 다소 묻혀버린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블링크]와 같은 작품의 음악은 [터미네이터]와 다른 사운드를 기대하는 그의 팬들에게는 좋은 자료가 된다.
하지만 그의 이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터미네이터]의 음악으로, 존윌리엄스가 [죠스]에서 들려주었던 서서히 다가오는 공포의 엄습, 바로 이것에 비견될만한 유명한 작품이다. 특히 [죠스]의 음악이 저음으로 일관하는 무거운 현악기군의 숨어있던 힘을 발견하게 해주었다면 [터미네이터]의 그것은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듯한 느낌을 주는데 그것은 두가지의 특징 때문이다.
하나는 터미네이터와의 추격적장면등에서 위력을 발휘한 전자바이얼린의 신경질적인 사운드인데, 이미 일렉트로닉화된 고전적악기라는 공식에 맞게 적어도 이 작품에서만큼은 그 목적의 일관성으로 인해 전통적인 바이얼린 소리에 익숙한 감상자들에게는 대단히 특이한 청각적 경험을 안겨준다. 우리가 일반적인 전자바이얼린 주자들의 음악에서 들을 수 있었던 - 마치 특이한 필터링을 가한 디지털이미지처럼 정갈하게 가공된 소리가 아닌, 연주방법이나 쓰임새가 대단히 전위적인 느낌을 유지하기 때문에 이 영화의 특별한 상황과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 보면 되겠다.
두번째는 [터미네이터]의 메인테마에서 수시로 들을 수 있는 샘플링된 사운드클립(철근소리나 공장의 소음따위가 바로 이것이다)인데 이것은 샘플러와 신디사이저의 조합없이는 작업자체가 불가능한 부분으로 이 괴음이 만들어낸 위태로운 리듬 - 그렇다고해서 박자가 엇나가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 위에 분명한 테마멜로디를 얹어놓은 단순한 패턴은 영화와 맞물려 들려질때마다 큰 효과를 발휘했다.
2편인 [터미네이터: 심판의 날]에서는 한층 더 발전된 사운드를 추구했는데, 다소 투박했던 1편의 녹음상태를 대폭 개선하고 다양한 소스를 이용한 20여곡의 스코어들은 발표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 들어도 어색하지않는 완벽한 '터미네이터표' 음악이다.
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영화의 창시자인 카메론도 포기한 체(?) 우리는 3편을 맞이하게 되겠지만 영화제목처럼 '해결사'의 역할을 해왔던 브래드피델의 음악은 [터미네이터]의 3편에서도 여전히 기대된다. 그것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디지털세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 그리고 영화음악 매니아들에게 기술의 발전과 비례해가는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해줄거라는 신뢰와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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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3편은 아쉽게도(?) 음악 감독이 '마르코 벨트라미'였죠.
2008/09/25 13:32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2008/09/26 08:29브래드피델의 리뷰를 작성할 당시 [터미네이터 3]가 개봉하기전에 작성되었던 것이라서... 제가 이후에 수정을 했었어야 하는데, 이전 사이트에 있던 것을 블로그로 옮기면서 미처 확인하질 못했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