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별: Music From The Miramax Motion Picture (1999/1999)
작곡가: Rachel Portman
발매사: Sony Classical
글쓴이: 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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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0] 01. Main Titles
[03:43] 02. Homer's Lessons
[00:42] 03. Young Girl's Burial
[01:27] 04. Homer Asks Wally For A Ride
[04:37] 05. Homer Leaves Orphanage
[00:59] 06. The Ocean
[04:13] 07. The Cider House
[01:48] 08. Wally Goes Off To War
[00:51] 09. Lobster Dinner
[01:35] 10. Burying Fuzzy
[02:21] 11. Homer & Candy OnThe Dock
[01:16] 12. Rose Rose Is Pregnant
[01:50] 13. Abortion
[01:16] 14. Pickers Leave
[01:37] 15. Dr. Larch Dies
[03:42] 16. Homer Returns To The Orphanage
[01:06] 17. Good-Night, You Kings Of New England
[04:36] 18. End Cred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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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짧은 컬럼들을 모아놓은 '무라카미 라디오'를 읽다보면, 영화 [사이더 하우스]에 관한 그의 짤막한 소감이 나온다. '사과가 먹고 싶어졌다...' 모 음료회사의 탄산음료 이름인 줄로만 알았던 사이더가 사실은 사과주스와 사과를 발효시킨 술을 뜻한다니, 그동안 나는 '사이더'라는 것을 잘못 알고 있었어도 한참을 잘못 알고 있었나보다.
그러고보면 세상엔 내 짧은 지식으로 미처 알지 못하고 또 깨닫지 못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태어나 18년 간 라치 박사의 곁을 떠나본 적 없는 호머가 고아원 밖 미지의 세상을 향해 용감하게 발걸음을 떼게 된 것도 그와 비슷한 연유에서 시작된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또 경험하고 싶은 어린 날의 막연한 동경과 치기. 사과주스 만드는 집에서 보내는 1년 남짓한 시간동안 호머에게 일어나는 놀라운 사건들은 하얀 도화지같은 그의 마음을 조금씩 조금씩 채워놓는다. 사랑, 슬픔, 기쁨, 절망 그리고 용기와 같은 인생의 녹록치 않은 단어들로. 그러나 인생의 순간순간을 지배하는 그런 단어들이 [사이더 하우스]에서는 아주 강렬한 이미지나 의미로 다가서는 것 같지는 않다. 어느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고 또 감내할 수밖에 없는 인생의 통과의례인 것처럼 그 곁을 가만히 스쳐지나갈 뿐이다. 더구나 존속살인과 낙태 그리고 불륜과 같은 센세이셔널한 단어들마저도 잔잔하고도 아련한 감촉으로 호머의 일상에 젖어든다.
물론 그것은 인생을 통찰하는 눈빛으로 십 수년의 세월을 이야기하는(영화에서는 그 기간이 15개월로 설정되었지만) 존 어빙의 원작에 라세 할스트롬의 호흡이 포개진 까닭도 있겠지만, 그러한 느낌의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아마도 음악 때문이 아닐까?
느림이나 지루함으로 자칫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사이더 하우스] 특유의 은은함은 바로 레이첼 포트만Rachel Portman의 향긋한 피아노 선율을 그 안에 가득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잘 익은 사과처럼 향긋하고, 사이더처럼 달보드레한 스코어의 섬세한 울림. 만일 음악이 영화 속에서 냄새나 맛을 낼 수 있다면, [사이더 하우스]의 스코어에는그런 맛과 향이 배어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드문 메이저급의 여류 영화음악가 중에서 레이첼 포트만의 존재는 [사이더 하우스]의 스코어에 대한 어느 영화음악 평론가의 표현처럼 '숨겨진 보석(hidden treasure)'과도 같다.
이미 13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던 그녀는 제임스 호너나 대니 앨프먼과 같은 동시대의 영화음악가로서 자신의 음악작업을 시작했지만, 그녀의 재능이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던 건 90년 대 중반이 지나서부터다. [온리 유] [애딕티드 러브]와 같은 로맨틱 코메디와 [몬테리아노의 연인] [조이럭 클럽]등의 드라마틱한 영화에서 보여준 발군의 스코어링 실력이 96년 [엠마]의 영화음악을 통해 아카데미 음악상으로 '결국' 공인받았기 때문이다(그런 까닭에 그녀의 초기 스코어들은 창작 당시보다 이후에 새로이 주목을 받는 감이 있다).
인생의 불완전한 규칙들에 대해 깨달아가는 호머의 내면을 섬세하고 클래시컬한 음율에 살며시 녹여내면서, 동시에 [사이더 하우스]에 실려있는 고통스러운 인생의 무게를 포트만의 스코어는 청량한 피아노 선율로 중량감을 살짝 덜어낸다. 지독하게 매운 음식을 먹고 난 뒤에 마시는 달콤한 사이더처럼 아린 마음을 다독거려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독거림은 영화 내내 지속된다.
'Main Titles'로 대표되는 중심 테마가 스코어 전체에 엷게 묻어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내내 지속되는 은은한 선율은 결코 지겹지 않다. 바로 그 점이 레이첼 포트만의 스코어가 이 영화에서(그리고 영화와 함께) 미덕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녀 스스로 지적하듯 이 영화의 스코어는 처음의 중심적인 테마를 마지막까지 유지하면서도 음악이 영화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도록 배려하는 음악이다. 불완전한 규칙들로 가득찬 세상을 조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향기로운 선율로 넉넉히 끌어 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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