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에서의 영화란 곧 산업을 의미한다.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모든 시스템들은 공장같은 체계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였고 이곳에 종사하는 인력들 또한 마찬가지이며, 영화음악 분야에서도 이 규칙은 어긋나지 않는다.
초기 무성영화를 거쳐 바야흐로 토키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예술적 감성과 재능을 겸비한 작곡가들이 속속 등장했고 우리는 그러한 작가들의 음악이 영화와 어우러지는 것을 봐왔다.
최근의 영화음악 경향은 산업의 범주, 시스템화 되어 있다는 느낌을 더욱 강하게 전해준다.
음악가, 예술가임과 동시에 겸비해야 하는 기본적인 소양으로 그들은 헐리우드라는 산업시스템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고, 급기야 그 산업의 톱니바퀴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보해야 하는 절박함은 사업가의 기질마저 갖추게 했던 것이다.
영화속 테크놀로지의 필요성과 자유로운 표현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을 선점한 조지루카스가 있다면 영화음악계에서 한스짐머와 같은 작곡가는 후배양성이라는 방법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계속 넓혀 나가는(사실상 전혀 새롭지 않은 방법으로) 예가 될 것이다.
지금 소개하는 작곡가 데이빗아놀드는 위와 같은 전형적인 예가 됨과 동시에 자신만의 영역을 독자적으로 만들어 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며, 때문에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가운데 그에게 쏟아진 객관적인 평론이나 찬사도 이런 이유로 인해 홀대할 수 없는 것이다. 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훑어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발견(적어도 현재까지의 작품 리스트만 봤을 때)되는데 그것은 현재까지 데이빗아놀드가 작업한 음악들은 상당부분 액션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더 솔직하게 얘기하면 재난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우리가 그의 음악을 거의 처음으로 접했던 [스타게이트]의 예를 들어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근거없는 상상으로 일관하는 SF이지만 영화자체의 내용은 현재도 이집트에 버젓이 서있는 피라미드의 신비와 연관지어 진행시켜 나간다.
이미 존재감만으로도 신비감을 주는 피라미드의 실체를 SF화 시키면서 실제로 필요한 것은 될 수 있는한 상황을 과장시킬 수 있는 장치다.
데이빗아놀드는 이 장치로 대규모 코러스를 도입했고 이것은 영화속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거나 격앙시키는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또 하나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인디펜던스 데이]도 비슷한 형식을 띄고 있는데, 사실 두 영화의 성격이나 사건의 기승전결을 비교해 볼때 음악의 느낌마저도 비슷하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견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후의 데이빗아놀드의 주력작은 역시 액션영화의 전통적인 계보를 잇는 [007]시리즈라는데 이견이 없을 듯 하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본드 역할의 적임자인 피어스브로스넌에게 어울리는 현대적인 사운드가 필요했고 데이빗아놀드는 훌륭하게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존배리 이후에 빌콘티와 같은 대작곡가의 손이 거치기도 하였고, 뜻밖에 에릭세라까지도 손을 댔던 이 영화의 음악을 데이빗아놀드는 특유의 민첩함 이외에도 자신의 장기인 웅장함을 덧붙여 극적상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 시리즈의 성격을 완전하게 규정시켜놓은 존배리의 카리스마를 완전하게 저버리지는 않았고 변주를 통해 충분히 경의를 표하고 있다.
적절한 상황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본드의 테마'는 선배 작곡가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했겠지만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실험정신과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다.
재능과 실험정신을 겸비한 주목할 만한 작곡가, 바로 그가 데이빗아놀드이다.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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