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수많은 나라들의 국가적인 개성과 취향을 음악으로 판단해야 할 상황이 만약 닥친다면? 이런 당황스러운 물음이 온다면 필자는 단 한마디도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마도 빈약한 지식이 주요 원인이 되겠지만 그네들의 개성이 너무 다양해서 말문이 막힌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그만큼 유럽의 음악들은 고만고만하게 판단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내의 음악매니아들에게 유럽음악을 논할 때 가장 강력한 메리트를 가진 장르는 프로그레시브록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프로그레시브록이라는 장르도 다양한 성격을 가진 뮤지션들로 인해 더욱 다양한 개성을 부여받는데 지금 소개하는 공포영화들에 일가견을 가진 전문(?)밴드인 '고블린'도 그 근본을 따져가보면 하나의 줄기에서 파생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곡 자체의 복잡한 구성과 거미줄처럼 얽히고 섥힌 멜로디라인, 게다가 리듬부분에 있어서도 드럼과 베이스의 현란함은 웬만한 솔로애드립을 능가하는 수준이니 이들의 음악성을 구조적으로 따져본다면 프로그레시브록의 원류와 어느정도 부합하는 부분이 있다고 보겠다.
또한 이들의 음악은 일렉트로닉의 성향을 띄면서 곧잘 전자음악의 강국 독일의 뮤지션들과 비교되곤 하였는데, 한때 탄제린드림이나 크라프트베르크등의 명성과 맞먹는 지명도를 지니기도 했으니 그룹으로서의 고블린은 공포영화의 음악이라는 장르의 협소성에도 불구하고 꽤 성공한 셈이다.
사실 신흥장르의 탄생과 쇠퇴가 거듭되는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음악이라는 찬사를 받던 프로그레시브록마저도 급격한 나락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그룹 고블린이 기본적인 프로그레시브록의 패턴이나 음악적인 특색을 보여주던 초기부터 최근까지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전자음악이라는 첨단의 매체를 활용한 특징성에 기반한다. 실제로 그들의 음악은 데뷔초기시절과 80년대 중후반으로 가는 시기의 대비가 매우 극명한 편이다.
동일 뮤지션들의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기복이 심한 편인데 이것은 그룹의 실질적인 리더인 클라우디오시모네티의 음악적 조율에 힘입은 바 크다 - 시대의 조류를 매우 잘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평가를 매니아들에게 받고 있다.
그룹 고블린의 역사는 곧 이탈리아 호러영화계의 대부 다리오아르젠토의 역사와 일치한다.
음산한 멜로디나 저음으로 일관하는 전형적인 패턴은 이들이 만들어낸 호러에 절대 통하지 않는 것으로, 다른뜻으로 이야기한다면 고블린의 음악이 호러라는 선입견없이도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완벽한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리오아르젠토와 작업한 일련의 작품들, [좀비] [서스페리아] [페노미나] [프로폰도로소]등은 그들의 음악이 영상에 삽입되었을 때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를 입증해주는 모범적인 사례에 속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들이 바뀌어가는 음악성의 변화를 보여주는 자료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프로폰도로소]의 사운드트랙을 들어보면 프리재즈의 냄새를 풍기는듯한 자유분방한 사운드로 팬들을 즐겁게 해주며, [패트릭]이나 [좀비]의 사운드트랙은 공포영화의 전형적인 방식중 하나인 음울한 사운드가 전면에 배치되는 가운데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는데 필자의 생각에는 이 음악들만으로는 고블린의 진가를 파악하기가 어려울 것같다.
고블린의 최고 명작이자 많은 팬들이 선정하는 공포영화속에서 사용된 음악 베스트 10내에 항상 손꼽히는 [서스페리아]의 사운드트랙을 살펴보자.
동명트랙인 '서스페리아'의 도입부를 보면 마치 악마의 음성처럼 서서히 다가오는 괴음이 끝까지 지속되는 가운데 오래된 쥬크박스에서나 흘러나올 법한 고전적인 악기의 편성으로 시작되며 이 이상한 조화는 감상자에게 묘한 쾌감과 더불어 극도의 공포를 동시에 제공한다. 필자의 지인중 하나가 '끝까지 못볼 것 같은 공포영화를 손으로 가리면서도 다 보고야마는 이상 심리'와 유사하다는 표현을 이 곡에 썼었는데 정확한 지적이 아닌가 생각된다.
반면에 1982년에 제작된 [테네브레]와 제니퍼코넬리라는 걸출한 스타를 내세우며 만들어졌던 [페노미나]의 사운드트랙은 복잡한 리듬체계와 악기구성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강한 비트와 확실한 멜로디라인을 바탕으로 패턴을 바꾸며 화려한 신고식을 했다.
80년대부터 현재까지 변화되고 있는 고블린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절대적인 자료이다.
<사족>
필자가 매우 많이 받는 질문중 하나가 이들의 사운드트랙을 어떻게 구하느냐는 것인데 의외로 구입이 어렵지 않다. 웬만한 인터넷 쇼핑몰은 이들의 앨범을 적절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고블린의 음반들은 리마스터링을 거치고 누락곡도 추가한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약간의 마우스품을 판다면 쉽게 구입가능하다.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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