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그리고 OST-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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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별: Music From The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1993/1993)
작곡가: George Fenton
발매사: Epic Records
글쓴이: 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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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01. Weatherman - Delbert McClinton
[01:10] 02. Clouds
[03:11] 03. I Got You Babe - Sonny & Cher
[02:07] 04. Quartet No. 1 in D - The Goundhog
[03:05] 05. Take Me Round Again - Susie Stevens
[02:17] 06. Drunks
[02:23] 07. Pennsylvania Polka - Frankie Yankovic
[01:40] 08. You Like Boats But Not The Ocean
[03:30] 09. Phil Getz The Girl
[01:20] 10. Phil Steals The Money
[04:12] 11. You Don't Know Me - Ottmar Liebert & Luna Negra
[02:50] 12. The Kidnap & The Quarry
[01:39] 13. Sometimes People Just Die
[03:33] 14. 18th Variation From 
[01:48] 15. Medley: Phil's Solo/18th Variation From 
[02:04] 16. The Ice Sculpture
[01:26] 17. A New Day 
[01:52] 18. Almost Like Being In Love
---------------------------------------------------------------------------------정작 중요한 것은 너무나 흔하고 평범하기에 삶에서 그리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풀밭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토끼풀 사이에서 찾아낸 네 잎짜리 클로버가 행운이라면 누구도 눈여겨 보지않는 토끼풀이 바로 행복이듯, 인생의 소소한 것들에는 그러한 소중함이 깃들어 있다.
물처럼 공기처럼 그리고 시간처럼.
평범하기 그지없는 하루라는 시간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그 하루라는 시간 속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한 남자를 통해 깨닫게 되는 [사랑의 블랙홀]은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죽이는' 사람에게 내미는 토끼풀 같은 영화다. 꽤나 중독성이 강한.
영화의 명성(!)에 비해 그리 알려지지 않은 그 사운드트랙은 영국 태생의 영화음악가 조지 펜튼의 대표작은 아니지만, 다양한 음악 장르를 소화해 내는 그의 다재다능함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앨범인데, 그는 이 영화를 위해 컨츄리 음악과 웨스턴, 클래식, 재즈를 비롯해 전통적인 영화 스코어에 이르는 다채로운 음악들을 밀도감있게 채워넣고 있다. 한 사람이 작곡했다고 보기에 매우 폭넓어 보이는 [사랑의 블랙홀]의 스코어는 작곡가로서 조지 펜튼의 이력으로부터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다가 74년 로얄 셰익스피어 컴퍼니와 국립극장 등에서 연극과 발레음악을 맡으면서 매체음악과 접한 그는, 이후 영화계에 진출하여 전설의 시타(Sitar) 연주자인 라비 샹카와 함께 리처드 아텐보로 경이 메가폰을 잡았던 [간디] 음악을 담당, 80년대부터 수많은 영화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그리고 광고음악 등을 작곡해냈다.
특히 영화 스코어링에 있어서 [사랑의 블랙홀]이 개봉된 93년은 펜튼에게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시점으로 꼽을 수 있는데, 이 해를 기준으로 그의 스코어에 비로소 전자음악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영화음악가에 비해 전자음악을 도입한 시점이 늦은 그의 스코어에서는 여전히 클래시컬한 감성이 많이 남아있으며, 실험적인 음악보다는 깊은 여운을 남기는 멜로디 중심의 선율 그리고 다양한 삽입곡과 조화를 이루는 산뜻한 소품같은 스코어들이 강세를 이룬다.
그러면 [사랑의 블랙홀]에 담겨있는 조지 펜튼의 다채로운 음악들을 살펴볼까?
시골의 군악대 혹은 서커스 음악을 연상시키는 'Clouds'는 목관악기와 브라스 밴드의 뿡빵거림이 하늘의 조화로(설명할 수밖에 없는) 황당한 일을 겪게 될 필의 운명을 우스꽝스러운 선율에 실어 예고하고 있으며, 펜실버니아의 작은 마을 펑수토니로 향할 때 흘러나오는 딜버트 맥클린턴의 흥겨운 'Weatherman'은 조지 펜튼과 이 영화의 감독, 해롤드 라미스가 공동으로 만들어낸 기상 리포터 필을 위한 컨츄리. 뿐만아니라 펑수토니의 작은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수지 스티븐스의 'Take Me Round Again' 역시 조지 펜튼의 손길이 묻어있는 삽입곡이다. 그러나 다른 삽입곡들 보다도 조지 펜튼의 음악적 재능에 놀랄 수밖에 없는 곡은 바로 '마못(The Groundhog)'이라는 소제목이 붙어있는 '현악 4중주 제1번(Quartet No. 1 in D)'. 영화에서는 필이 묵는 호텔의 로비에서 흐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지만, 어떤 위대한 고전음악가의 곡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이 클래시컬한 삽입곡에는 우아한 기품이 배어있다. 또한 리타로부터 '당신은 나를 모른다'는 핀잔과 함께 매번 뺨을 얻어맞는 필이 측은하게까지 여겨지던 'You Don't Know Me'는 레이 찰스의 원곡뿐 아니라 색소폰과 관악기의 스코어로 편곡되어 영화에 재치있게 사용되었는데, 사운드트랙에는 어쿠스틱 기타의 아련한 연주로 실려있어 리타를 사로잡지 못해 애를 태우는 필의 씁쓸하고도 안타까운 속내를 짐작하게 한다.
펜튼이 만들어 낸 이 음악들의 공통적인 특성이라면 전통적인 영화 스코어라기보다 삽입곡에 가까운(Song-Orientation) 선율인데, 삽입곡과 스코어를 분리시키기보다 서로의 조화를 이끌어 냄으로서 폭넓은 장르에 걸쳐있는 그의 음악들(스코어와 삽입곡 모두)은 영화 속에서 무리없이 어우러진다. 한편 반복되는 하루의 해프닝을 담아내는 전통적인 스코어에서도 멜로디를 중시하는 그의 음악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술에 취한 필이 자동차 사고를 일으키는 'Drunks'는 컨템포러리 재즈의 업비트와 전자기타의 강렬한 리프가 어우러져 긴박한 순간을 자아내고 있으며, 필이 여자를 유혹할 때 흘러나오는 'Phil Getz The Girl'은 가벼운 보사노바 리듬에 댄 히긴스Dan Higgins의 농염한 색소폰 음색이 녹아든 라운지 스타일의 스코어로 그 에로틱한 순간에 가장 어울리는 선율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사랑의 블랙홀]은 펜튼의 뛰어난 스코어와 다양한 삽입곡으로 가득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음악이 영화의 전면으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영화와 동화되어 두드러지지 않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에 비해 [사랑의 블랙홀]의 사운드트랙이 유명하지 않은 이유일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음악을 사용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음악을 제외한 영화의 부분적인 요소만으로 그 감정이나 분위기를 전달한다는 것이 분명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성공적인 영화음악은 늘 흔하고 평범한 모습으로 영화의 이면에 채워져 있다. 마치 물처럼 공기처럼 그리고 조지 펜튼의 음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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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4box@hanmail.net) boxworld
OST 리뷰 l 2008/08/0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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