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영화음악 작곡가 중 한스짐머 만큼 가장 빠른 시일내에 영화음악계를 장악하다시피한 음악가는 그리 흔치 않을 것입니다. 물론 그가 이렇게 급성장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영화계에서는 꼭 있어야 할 인복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가 최근 스필버그가 이끄는 영화사인 드림웍스의 뮤지컬 디렉터로 뽑힌 이유도 스필버그의 한스에 대한 좋은 인상 때문이었으며, 한스가 영화음악의 길로 들어선 이유도 영국의 유명한 영화음악 작곡가인 스탠리마이어스(영화 [디어헌터] 중 '카바티나'라는 곡을 작곡)를 만난 덕택이었습니다. 또 한스가 미국 영화계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베리 레빈슨 감독의 아내가 한스의 초창기 영화음악인 [갈라진 세계]의 음악을 인상적으로 들었기 때문이었는데요, 그후 레빈슨 부인의 추천으로 한스는 미국 첫 진출작인 [레인맨]의 음악을 작곡하게 되어 그해 바로 아카데미 영화음악상 후보에도 뽑히게 됩니다.
하지만 인복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의 내공이 쌓인 사람에게만 주어질 수 있는 신의 선물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그들(스탠리, 레빈슨, 스필버그)을 매혹시켰던 내공이라는 것은 현대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신디사이저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그의 음악적 신선함에 있을 것입니다.
영화 [레인맨] [데이지 마님을 모시고] [퍼시픽 하이츠]에서 보여주는 그의 신디사이저의 소리는 온화하면서 지극히 차갑다가도 맬랑꼴리한 모호함을 관객들에게 심어줌으로써 극장을 나온 관객들에게도 쉽게 잊어지지 않는 인상을 남깁니다.
그는 이러한 신디사이저의 음향을 영화 [분노의 역류]에서 오케스트레이션을 첨가시키면서 확장시키는 실험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그후 여러분들에게도 익숙한 영화 [크림슨 타이드] [더록] [K2] 등에서 이른바 한스짐머식 액션 영화 사운드를 정착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한스짐머는 신디사이저 음감의 확장에만 신경쓰고 있는 가운데에서의 그의 매너리즘을 인정할 수 없었던지 또 다른 실험을 준비하게 됩니다. 바로 그의 장기인 신디사이저의 음감을 포기하고 그 반대인 오케스트레이션의 비중을 높이는 작업이었는데, 영화 [영혼의 집] [나인먼스] 그리고 최근작인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와 [씬레드라인]에서 그는 현과 관악기 위주로 오케스트라를 편성, 초창기 영화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이 한층 증가된 사운드를 보여주게 된 것입니다.
그는 흑인의 민속음악에도 관심이 있어서 영화 [파워 오브 원] [라이온 킹] [갈라진 세계]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혼이 담긴 아카펠라 사운드를 마음껏 펼쳐 보이기도 했으며 동양의 정서가 느껴지는 음감을 영화 [비욘드 랑군]과 [블랙 레인] 에서 보여줌으로써 그의 음악적 성향이 다중적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요즘 한스짐머가 너무 똑같은 이미지의 사운드를 펼쳐 보인다면서 한스의 매너리즘을 비판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것은 사실 빙산의 일각을 본 것뿐이며 그의 액션 사운드만을 듣지 말고 다른 장르의 그의 음악들도 접해보신다면 이러한 비판은 이치에 맞지 않음을 간파하실 수 있을 겁니다. 최근 한스짐머는 그가 이룩한 액션 사운드를 그의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다른 음악적 시도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는 중이며, 이러한 실험 정신은 다가오는 21세기에도 그의 활동 영역을 더욱 증가시키는 힘이 될 것입니다.
- Writer 주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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