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폐막되었던 깐느 국제 영화제에서 우리는 심사위원장으로 활약하던 반가운 이름을 접할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이면 누구나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한번쯤은 찾아봄직한 옛날 공포영화 비디오들의 틈 사이로 먼지가 자욱하게 낀 [스캐너스]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던 캐나다 출신의 감독 데이빗크로넨버그가 바로 그다.
그는 영화 [플라이]로 흥행 감독들의 자리 한 귀퉁이에 그의 이름을 새겨 넣을 수 있었지만 그 좋은 안락들을 포기하며 다시 일관된 스타일로 인물들의 육체를 파괴시켜가면서 사지절단된 인물들의 육체 사이에서 비추어진 현대인의 내면을 탐구하곤 했다.
우리는 이러한 데이빗크로넨버그의 이미지들을 쫓아가면서 이 감독만큼이나 기괴하면서도 뚝심있는 또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평소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자신의 우상으로 삼았던 음악가인 하워드쇼어라 불리우는 이 특이한 음악가는 데이빗크로넨버그와도 같은 캐나다 출신 음악인으로 어려서부터 남다른 음악적 소질로 색소폰을 연주하였으며 한동안 재즈 음악에 깊이 심취했다고 한다.
또한 라이트하우스라는 락 그룹과 음악 투어를 갖기도 하면서 점점 음악적 세계를 다져 나가기 시작한 그는 마침내 75년 미국의 인기 코메디 쇼인 'Saturday Night Live'에서 음악 감독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프로필은 좀 더 대중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좋은 여견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었을 터... 하지만 대중들 사이에서 대중들의 입맛을 채워주기 보다는 자신의 음악 스타일로 대중을 이끄는 방법론에 더욱 관심이 있었던 쇼어에게는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유혹보다는 크로넨버그와 같은 감독의 이미지 속에서 자신을 더욱 표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마침 그를 주목하고 있던 크로넨버그와의 작업을 시작하면서 쇼어는 대중적이라기 보다는 개성적인 자신만의 영화음악 세계를 추구하기 시작하는데 79년 [The Brood]를 시작으로 크로넨버그의 영상 이미지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영화 [M. Butterfly]에서 그는 기존의 오페라 아리아를 영화음악에 과감하게 수용하는 능력을 보여주었고 91년에는 영화 [네이키드 런치]에서 '미국의 하늘'이라는 별명을 가진 프리 재즈계의 거물 오네트 콜맨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쇼어가 이끄는 교향악단과 오네트 콜맨의 테너 색소폰의 불협화음을 마술사가 주문을 외듯 연출해내기도 했다. (필자는 이 음반을 1시간 정도 듣고 그날의 나머지 시간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영화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 이미지를 연출해내는 능력 덕택으로 크로넨버그 스타일의 영화속에서도 빛을 바라지만 정감넘치는 영화속에서도 따뜻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충족시키기 충분했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빅]에서 그는 어린시절 소년들이 동경하는 어른들의 세계와 사랑의 이야기를 추억의 피아노 선율과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깔끔하게 처리했었고, 맥라이언 주연의 영화 [키스의 전주곡]에서는 재즈 선율의 사랑스러움으로 운명적으로 맺어진 두 연인을 축복해 주기도 했다.
현재 하워드 쇼어는 다른 작곡가들이 주로 LA에 머물며 음악 작업을 하는 것과는 달리 뉴욕에서 자신의 음악세계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영화들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그는 또 어떠한 음향으로 영화음악 마니아들을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
- Writer 주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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