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영화제작 형태(특히 헐리우드)를 보면 그들의 완벽한 상업적 시스템과 이미 오래전부터 정착화 단계에 있는 대중적 인프라에 자주 놀라게 된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원하고 금방 질려하는 - 누군가의 인용을 빌자면 '머리없는 거대한 괴물'과도 같은 대중의 기호를 크게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오랜시간동안 그 구조를 유지해오고 있는 제작시스템과 관련종사자들 또한 놀라움의 대상이다.
한해에도 수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개봉되며 사라지는데 분명 그속에서 끊임없이 소비되었을 영화음악은 과연 어떠할까.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1급 영화음악가 제임스뉴턴하워드는 그 구조속에서 생존하는 법을 충실하게 터득한 말 그대로 이 방면의 베테랑이다.
필자가 알아본 바로는 제임스뉴턴하워드라는 작곡가는 국내에서 잘 알려져 있는 동시에 잘 알려져 있지않는(이게 말이 되는가) 이상한 위치에 존재 해 있다. 그의 경력은 이미 1급 수준인데 말이다. 때문에 그의 지명도는 국내에서 만큼은(국외에서는 조금 덜 하지만) 한스짐머나 제리골드스미스, 존윌리엄스나 엔리오모리꼬네와 동일선상에 있지 못하며 그렇게 승격될 것 같은 분위기도 감지되지 않는다. 아마도 그 이유는 두가지 정도로 축약되는데, 하나는 그의 음악인생이 타 작곡가들에 비해서 짧다는 연륜의 문제이고 두번째는 그의 작품만 들어봤을 때 쉽게(이 표현이 중요하다) 감지되지 않는 느낌의 부재 때문일 것이다.
첫번째로 거론한 연륜의 문제를 살펴보자.
그의 필모그래피 같은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임스뉴턴하워드라는 인물이 작곡가로 이름을 알린 것은 80년대 중반이다. 그러나 작품목록을 자칫 잘못 나열했다가는 큰 우를 범할 수도 있을 정도로 상당한 작품(양과 질 모두에서)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실례로 90년대에 들어 그가 담당하고 있는 작품들은 한해에 적어도 4~5편이며, 많을때는 10여편을 상회하는 수준인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은 그의 작업스타일이 다작위주이라는 단순평가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많은 작업을 소화해 낼 만큼 시스템에 익숙하다는 이야기로 보는 것이 옳겠고, 사실 한창 잘 나가는 작곡가들은 누구나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가. 당연히 이런 과정이나 결과에는 그의 재능이 뒷받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두번째 지적 - 그의 작품에서의 느낌부재라는 말은 사실 적당하지 않다.
외국에서 그의 위상은 굵직굵직한 작업들을 통해서 이미 수차례 입증되어 있으며, 그 역시 특정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심리물에서부터 SF대작, 공포물까지 안해본게 없다.
[다잉영] [마이걸] [폴링다운] [도망자] [식스센스] [워터월드] [버티컬리미트] [다이너소어] [아틀란티스]등 한가닥했던 영화들이 다 그의 음악에 포장되어 있는데 이 정도의 디스코그래피면 1급이라는 말이 나올법 하지 않은가. 때문에 그의 스코어들은 적당히 분위기나 맞추어 주는 정도의 양념역할이 아니라 아예 영화의 주체로 나섰을 정도로 확실한 이미지와 기회를 제공받기도 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시스템을 견재하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공고히 다지고 정리해가는 것이다. 본시 영화음악가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스타일과 시도를 통해 카멜레온처럼 자신을 변화시키고 영화를 변화시키는 가장 적극적인 주체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늘 대가들은 자신의 스타일을 정리하면서 새로움을 발견해왔기 때문이다.
그에게 오로지 남은 것은 이 새로움의 발견과 스타일의 정리이며, 그래서인지 해마다 붙어가는 그의 연륜은 왠지 믿음이 간다. '제임스뉴턴하워드의 음악스타일에는 발전이 없고 경력만 쌓여간다' 또는 '너무 미국적이어서 객관적인 감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비아냥속에서도 그의 음악을 '쿨하다'고 표현하는 팬들의 칭찬에 더 솔깃한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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