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별: Original Soundtrack (2003/2003)
작곡가: The RZA, Various Artist
발매사: A Band Apart/Maverick
글쓴이: 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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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9] 01. Bang Bang(My Baby Shot Me Down) - Nancy Sinatra
[03:01] 02. That Certain Female - Charlie Feathers
[03:23] 03. The Grand Duel(Parte Prima) - Luis Enrique Bacalov
[01:27] 04. Twisted Nerve - Bernard Herrmann
[00:56] 05. Queen Of The Crime Council(Dialogue excerpt from Film)
[02:05] 06. Ode To Oren Ishii - The RZA
[02:46] 07. Run Fay Fun - Isaac Hayes
[02:17] 08. Green Hornet - Al Hirt
[02:28] 09. Battle Without Horner Or Humanity - Hotei Tomoyasu
[10:28] 10.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 Santa Esmeralda
[01:58] 11. Woo Hoo - 5.6.7.8's
[01:37] 12. Crane White Lightning - The RZA + Charles Bernstein
[03:51] 13. The Flower of Carnage - Meiko Kaji
[04:20] 14. The Lonely Shepherd - Zamfir
[00:59] 15. You're My Wicked LIfe - David Carradine
[00:15] 16. Ironside(Excerpt) - Quincy Jones
[01:06] 17. Super 16 - NEU!
[00:20] 18. Yakuza Oren 1 - The RZA
[00:19] 19. Banister Fight - The RZA
[00:02] 20. Flip Sting
[00:03] 21. Sword Swings
[00:08] 22. Axe Thr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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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nge is a Dish Best Served Cold' (복수는 차가운 음식처럼 천천히 내놓는 것이 좋다) - 고대 클린곤 속담
영화의 처음에 등장하는 이 의미심장한 경구는 '전사의 언어'로 알려진 클린곤(Klingon)의 속담이다. 그러나 클린곤은 존재하긴 하지만, 실재하는 나라는 아니다. 그것은 텔레비젼 시리즈로 유명한 [스타 트렉]을 위해 언어학자, 마크 오크랜드가 만들어낸 가상의 언어이며, 그 속담은 바로 [스타 트렉] 2편에서 지구의 절반을 지배하고 있던 칸 누니엔이 커크 선장에게 건내던 대사이기 때문이다.
그저 단순한 속담 한 마디일 뿐이지만, 지나간 영화의 백그라운드를 슬며시 끌어다 놓으며 은근히 폼을 잡는 [킬 빌]은 언뜻 보기에 그다지 '대단한' 영화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디에선가 한번쯤 보았을, 그리고 들었을 익숙한 장면과 대사(이 속담처럼) 그리고 음악이 핏빛의 화면을 어지럽게 채우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간지러웠던 부위를 꼭 짚어내 긁어주는 시원한 손길처럼 이 영화에 담겨있는 낯익은 영상과 음악이 주는 쾌감은 분명 기대 이상이다. 마치 살벌한 [다찌마와 리]를 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90년대 초반 영화계에 홀연히 나타나 세 편의 영화를 속사포처럼 쏟아붓고 컬트적인 그의 추종자들만을 남겨놓은 채 잠적한 쿠엔틴 타란티노. 마치 그가 인용한 클린곤의 속담처럼 6년이라는 길다면 긴 시간동안 기다려 이소룡의 30주기에 맞추어 내놓은 이 차디 찬 복수 활극은, 비디오 대여점의 점원이었던 그의 전적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비디오 대여점의 한쪽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매니아의 손길만을 고대하고 있었을 이탈리아의 갱 영화와 스파게티 웨스턴, 쿵푸 그리고 사무라이 영화라는 세상의 온갖 B급 장르 영화로부터 최대공약수를 뽑아내 그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훌륭하게 버무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진부하기에 새로운 세대에게는 오히려 신선한. 그렇기에 이 영화의 스코어를 맡고 있는 영화음악가들은(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영화에 자신의 스코어를 기꺼이 빌려준 영화음악가들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다. 히치콕의 고전적인 스릴러에서 빛을 발했던 버나드 허먼, 스파게티 웨스턴에서 매운 화약 냄새나는 스코어들로 그 특유의 분위기를 잡아주었던 루이스 바칼로프와 엔니오 모리코네, 이탈리아의 포르노와 스릴러 영화에 그루브한 사운드을 보탰던 빈스 템페라, 60년대와 70년대를 수놓았던 텔레비전 탐정물에 예의 그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불어넣었던 퀸시존스그리고 [사무라이 픽션]으로 이미 우리에게는 낯익은 배우이자 뮤지션인 호테이 토모야스가 야쿠자 영화에서 선보였던 강렬한 기타 스코어까지. 이쯤되면 웬만한 삽입곡으로 꾸며놓은 컴필레이션 사운드트랙은 감히 그 이름도 앞에 내놓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음악의 매력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만삭의 브라이드에게 총을 겨누던 흑백의 인트로에서 딜레이를 한껏 머금은 전자 기타의 사운드 속에 낸시 시나트라가 농염하게 토해놓는 'Bang Bang(빵! 빵!: 그이가 나를 쏴 버렸어요)', 브라이드가 핫토리 한조의 명검을 쓰다듬을 때 흐르던 릴리 슈슈Lily Chou Chou의 허밍곡 'Kaifuku Suru Kizu', 미니 스커트와 높게 틀어올린 헤어스타일로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윤복희씨를 기억하는 세대라면 결코 낯설지 않을 녹엽정의 여성 그룹 5.9.7.8's이 신나게 불어제끼는 트위스트 'Woo Hoo' 그리고 눈처럼 하얀 모래로 꾸며진 일본식 정원에서 코튼마우스와 더 브라이드의 결투 뒤에 흐르던 'The Flower of Carnage'는 사무라이 영화 [Lady Snowblood(修羅雪姬:1973)]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던(그리고 루시 루의 모델이 되었을) 매력적인 여배우, 메이코 카지梶芽衣子가 불러주는 애수어린 엔카. 여성이 주인공인만큼 모두 여성의 보컬이 돋보이는 이들 삽입곡들은 스코어만큼이나 각각의 장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운드로 입혀져 있다.
한편 그 밖의 삽입곡으로 이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찰리 피더스의 로커빌 'That Certain Female'이나 브라이드가 오토바이를 타고 동경 시내를 질주하는 장면에서 흐르는 알 허트의 'The Green Hornet(TV시리즈 [The Green Hornet(66)]의 주제곡)', 일본풍 애니메이션으로 오렌의 과거를 특별히 소개하던 시퀀스에서 사용되었던 아이작 헤이스의 'Run Fay Fun(영화 [Tough Guy(74)]의 테마곡) 그리고 과거 '외로운 양치기'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쳤던 게오르그 잠피르의 팬플룻 연주곡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삽입곡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이라면, 타란티노는 특별히 스코어를 따로 제작하지 않은 이 영화에서 이 곡들의 전주 혹은 간주부만을 영화 속에 삽입함으로서 마치 스코어처럼 사용하고 있는데, 브라이드와 오렌의 결전에 흐르는 격렬한 플라멩고의 리듬 역시 산타 에스메랄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의 전주만을 사용함으로서 10여분에 달하는 이 곡을 온전한 모습으로 사운드트랙에서 만날 때에는 마치 훌륭한 보너스 트랙을 얻은 느낌이다.
<사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운드트랙에는 순수하게 미덕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위에 언급한 몇 곡의 스코어나 삽입곡들이 전부 실려있지는 않으며, 트랙의 수는 22트랙이나 되지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트랙은 11트랙 정도. 나머지는 이 영화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랩퍼 RZA가 오렌에게 바치는 랩(개인적으로는 자주 건너뛰게 되는)이나 3초에서 20여초에 이르는 짤막한 음향효과들 그리고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장면에서 흘러나왔던 영화의 대사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짤막한 음향효과까지 모두 수록한 이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기특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각각의 트랙으로 앨범에 실릴정도로 그것들이 중요한 소리였는지 조금은 의아스럽다.
특히 사운드트랙이 미처 담아내지 못한 곡들을 감안하면 더더욱. 혹시라도 내년에 개봉될 볼륨2의 사운드트랙을 또한번 기대하는 수 밖에. 그것도 허락되지 않는다면 [펄프픽션]처럼 몇 년후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나올 확장판을 내심 기다려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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