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그리고 OST-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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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별: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1976/2005)
작곡가: John Barry
발매사: Film Score Monthly
글쓴이: 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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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3] 01. The Opening
[01:48] 02. Maybe My Luck Has Changed
[02:33] 03. Arrival On The Island
[07:04] 04. Sacrifice - Hail To The King
[02:18] 05. Arthusa
[04:21] 06. Full Moon Domain - Beauty Is a Beast
[04:07] 07. Breakout To Captivity
[02:52] 08. Incomprehensible Captivity
[02:32] 09. Kong Hits The Big Apple
[03:20] 10. Blackout In New York/How About Buying Me A Drink
[02:17] 11. Climb To Skull Island
[01:41] 12. The End Is a Hand 
[04:22] 13. The End
---------------------------------------------------------------------------------텔레비전 프로그램이었던 [공룡수색대]와 [아이젠버그] 그리고 문고판으로 번역된 [괴수대백과사전]을 통해 고지라(고질라가 아닌!)나 킹키도라같은 가상의 괴물들의 이름에 제법 익숙해져 있던 어린시절, 학교로 가는 골목길에 붙어있던 이 영화의 포스터는 매우 탐나는 물건이었다.
지금은 테러로 사라져 버린 무역 센터에 한발씩 디딘 채 전투기를 장난감 다루듯 물리치던 거대한 고릴라의 모습은 엉뚱하게도 카리스마라는 단어를 알게 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이미지였고. 그러나 [킹콩]의 이미지에 매혹된 사람은 나 한사람 뿐만은 아니었나보다.
맥스 스타이너의 스코어와 더불어 영화사에 길이 흔적을 남길 만한 작품으로 꼽힌다는 33년작 [킹콩]을 본 [사이더 하우스]의 호머는 어린 시절 최고의 명작으로 이 영화를 꼽았고, [반지의 제왕]으로 환타지 영화의 새로운 장을 펼친 피터 잭슨 감독은 그의 오랜 소원이었던 [킹콩]의 리메이크 영화를 위해 지금 한창 작업 중에 있으니까. 그러나 사실 영화 [킹콩]의 리메이크는 처음이 아니다. 70년대를 주름잡았던 재난영화의 거장 존 길러맨 감독 역시 이 영화에 매료되어 이미 76년에 오리지널을 리메이크한 영화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2천6백만 달러라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제작비만으로 개봉 전부터 커다란 관심을 모았지만, 정작 개봉된 이후에는 조악한 특수효과에 대한 세간의 혹평과 조롱이 잇따랐던 존 길러맨의 [킹콩]은 사실 오리지널 버전에 비해 이렇다할 차별점도 장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인간에 이끌려 뭍으로 온 거대한 고릴라가 인간의 무자비한 공격에 의해 최후를 맞는 모습은 인간보다 더 역성을 들게 만드는 기묘한 매력이 있다. 비록 무시무시한 괴물로 그려지긴 하지만 괴물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련의 불행한 사건들은 늘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으로부터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70년대에 제작된 블록버스터급 재난영화에서 스코어를 독식했던 존 윌리엄스의 음악에 비해 화려하거나 웅장하진 않지만 빌딩에서 떨어져 죽음을 맞는 킹콩을 애처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존 배리의 스코어는 그런 점에서 잠시 귀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이 영화의 테마곡은 어떠한 음악상도 수상하거나 노미네이트 된 적이 없지만 아카데미 수상식장이나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영화음악 메들리에 곧잘 오르는 레퍼토리 중 하나로 유명한데, 안개에 둘러싸인 섬으로 인도하는 오프닝 스코어는 비록 시기 상으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유전자 복제로 탄생된 [쥬라기 공원]으로 안내하는 존 윌리엄스의 그것과 비견될만 하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세계를 처음으로 마주하는 스코어로 윌리엄스가 우렁차게 터져나오는 금관악기로 스펙타클을 강조했다면, 존 배리는 관현악을 중심으로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서서히 드러낸다. 두 영화 모두 전형적인 몬스터 영화의 흐름과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음악적으로 서로 다른 입장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초고층 빌딩과 초대형 여객선이라는 첨단 테크놀로지를 맹신한 결과 빚어지는 70년대 재난영화 속의 그 어둡고 무거운 음악의 톤이 [킹콩]의 스코어에도 드리워져 있다.
한편 오리지널 [킹콩]의 경이로운 스톱모션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맥스 스타이너의 언더 스코어와는 달리 존 배리는 76년도 리메이크 버전을 위해 전혀 다른 음감을 들려준다. 사실 영화 뿐만이 아니라 영화음악으로도 오리지널 [킹콩]이 남긴 족적은 꽤나 컸는데,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존 배리에게 맥스 스타이너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필시 커다란 부담이 되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영화가 오리지널 버전과 달리 킹콩과 인간 여성 사이의 관계를 마치 인간 사이의 로맨스처럼 설정한 것은 결과적으로 존 배리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바로 존 배리는 '007 시리즈'를 통해 이미 로맨틱한 스코어의 향기를 보여주었던 작곡가가 아니던가. 그에 의해 새롭게 탄생된 [킹콩]의 스코어가 액션과 스펙타클(맥스 스타이너나 존 윌리엄스의 스코어가 강조했던)보다 좀더 어두운 분위기와 로맨틱한 음감을 스코어의 기조로 삼게 된 것은 그런 까닭이었으리라.
길게 울려퍼지는 피아노의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인 'Arthusa'나 미녀와 야수의 로맨틱한 사랑을 연상시키는 'Full Moon Domain - Beauty is a Beast', 섬 주변을 부유하듯 떠도는 플루트 선율이 신비롭게 와닿는 'Arrival On The Island'에는 존 배리의 그런 노력이 엿보인다. 그렇다고해서 전체적인 스코어에 단지 무거운 중량감만이 실려있는 것은 아니다. 타악기의 작렬하는 리듬과 킹콩의 울부짖음으로 공포의 순간을 소리로 재현해내는 'Sacrifice'가 원주민이 인간을 제물로 받치는 시퀀스에 실려있고, 70년대라는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리메이크 영화임을 시사하는 'Kong Hits The Big Apple'에는 당시 유행이었던 흥겨운 디스코 리듬이 스코어 안에 흠뻑 스며들어 있다.

<사족>
지금 소개되고 있는 [킹콩]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부틀렉 버전이다. 영화 개봉 당시 LP로 제작된 이후 오랫동안 음원의 소유권 문제로 CD로 복각되지 못했으나, 2005년 사운드트랙 레이블인 Film Score Monthly를 통해 처음으로 공식적인 사운드트랙 앨범으로 출시되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4box@hanmail.net) boxworld
OST 리뷰 l 2008/08/0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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