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그리고 OST-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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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별: Original Soundtrack (1998/1998)
작곡가: Michael Nyman
발매사: DiscMedi Blau
글쓴이: 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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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6] 01. Saffak Alik - Khaled Zaid
[02:23] 02. Michael Nyman 1
[02:01] 03. Wadana-Wadana - Abdel Rab Adris
[01:56] 04. Michael Nyman 2
[02:31] 05. Ya-Ourra - Khael Zaid
[03:39] 06. Michael Nyman 3 
[02:23] 07. Sa Alouni Annais - Raharani Brothers
[02:54] 08. Michael Nyman 4
[02:00] 09. Ya Rit Fiya Kabbiha - Ragueb Alama
[03:19] 10. Michael Nyman 5 
[02:21] 11. Michael Nyman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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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 위에서 사각거리는 가위 소리. 코끝에 스치는 샴푸와 오데콜롱의 내음. 잘려진 머리카락 때문에 따끔거리는 목덜미. 그리고 머리를 감겨주는 미용사의 손길에서 전해지는 야릇한 쾌감. 그런 감촉들이 하나로 뒤엉켜있는 미용실은 어린 시절,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추억 하나쯤은 남겨 놓을만한 공간이 아닐까.
해변 위를 넘실거리는 아랍풍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던 소년의 꿈은 마흔줄에 들어섰어도 여전히 그 미용실 안에 머물러 있다. 어머니가 짜준 털실 수영복 때문에 성에 대해 일찍 눈뜨게 되었고 장차 커서는 미용사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다는 아이, 앙뜨완. 쉐퍼 부인을 향해 품었던 그의 에로틱한 환상이 마틸드를 만나 마침내 이루어지고 매일같이 샘솟는 뜨거운 사랑을 그녀와 나누며 꿈결같은 나날을 보내던 어느날, 마틸드는 폭우가 쏟아지는 강물에 몸을 던진다. 언제까지나 자신만을 사랑하고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제 떠나려한다는 편지 한 장만을 남겨둔 채.
영화와 사운드트랙 안에서 마이클나이만의 스코어와 뚜렷한 경계를 그리는 일련의 아랍 노래들은 두사람이 함께하는 현실의(그러나 현실과는 유리된) 시간과 공간 위에서 앙뜨완의 앞에만 놓여 있다. 음원이 화면 속에 노출되어 두 사람 모두에게 들리지만, 그 이국적인 멜로디에 반응하며 신나게 춤을 추는 것은 오직 앙뜨완이기 때문이다.
마치 음악이 그의 귀에만 들리는 것처럼 마틸드는 가만히 그를 지켜보거나 손님의 머리를 다듬을 뿐, 그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추지는 못한다. 그녀에게는 과거가 없기에. 두 사람의 관계는 앙뜨완이 과거의 추억에 사로잡혀있듯 마틸드는 그의 현재에 사로잡혀 있고, 마틸드의 현재가 앙뜨완의 과거를 채워주듯 그의 과거가 마틸드의 현재를 채워주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앙뜨완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선율로 채택된 음악은 우리나 마틸드가 익히 아는 낯익은 멜로디가 아닌 이국적이고도 생경한 멜로디였고, 바로 거기에서 완벽한 사랑의 완벽하지 못할 비극은 시작된다.
과거와 현재에 모두 만족하는 앙뜨완에게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마틸드쪽에서는 결코 그녀의 반쪽을 채워주는 완벽한 사랑의 모양새는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일까? 홀로 미용실을 지키고 앉아있던 앙뜨완이 손님을 맞아 틀어놓은 카엘자이드의 'Saffak Alik(당신에게 박수를)'에 맞춰 신나게 춤추는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가 사랑한 사람이 마틸드였는지 아니면 그저 환상 속의 한 여인이었는지 조금은 혼란스러워진다.
허나 그 혼란스러운 느낌의 뒷끝에 자리잡은 나이만의 스코어는 그의 몸짓이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고 홀로 남은 이의 외로움에 그 속내가 닿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제 앙뜨완에게 마틸드는 현재의 여인이 아니라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과거의 일부가 되었으므로.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화에서 주로 음악을 맡던 나이만은 빠뜨리스르꽁트와는 이 영화의 전작인 [살인 혐의]에서 심플한 현악기의 연주로 먼저 호흡을 맞추었는데, 이 영화에서도 주된 스코어의 선율은 메인 테마를 피아노로 연주한 엔딩크레딧의 'Michael Nyman 6'를 제외하고 모두 현악 연주로 채워져 있다.
아랍 노래들이 앙뜨완의 환상과 함께 흐르고 있었다면, 그 음악과 결을 그리는 나이만의 미니멀한 스코어는 두 사람의 사랑이 서로 반응하는 순간과 함께 한다. 재미있는 점이라면, 아랍 노래와는 달리, 두사람의 시각권에서 그 스코어의 음원은 모두 벗어나있지만 그들의 내부에서는 공감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외부와는 단절된 채 두사람만의 사랑이 완성되는 이상적인 공간이자, 차가운 현실과는 유리된 온실같은 공간. 그리고 은은한 현의 스코어 속에 두사람의 향기와 체취 그리고 숨결이 보존되어 있는 곳, 미용실. 그곳을 떠나 요양소에서 만나는 늙은 아고뺑이나 미용실을 나서는 손님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틸드는 '삶은 역겨운 것'이며, 앙뜨완은 '죽음은 향기롭다'고 되뇌인다. 유리된 공간, 유리된 감정 그리고 유리된 상태... 그 안에서 나이만의 스코어는 그 어느 삶보다도 그리고 죽음보다도 은은한 사랑의 향기를 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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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4box@hanmail.net) boxworld
OST 리뷰 l 2008/08/0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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