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마르코벨트라미는 68년생이라는 나이에서도 알수 있듯이 연륜은 짧지만 헐리우드에서 최근들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곡가중 하나이다.
100년이 넘는 미국영화사에서 유성시대로 넘어선 이후 영화음악의 계보를 따져볼때 1세대, 2세대식의 구분은 사실상 곤란하지만 제리골드스미스와 엘머번스타인등의 명작곡가들이 타계한 지금, 새로운 영화음악 세대의 등장은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흔히 한스짐머사단이라고 명명되는 일련의 영화음악 그룹은 물론이고 배울만큼 배우고 확실한 자기색깔을 가진 젊은 작곡가들이 대거 등장하여 변화가 필요한 영상작업, 바로 그 현장에 대거 투입되고 있는데 마르코벨트라미 역시 '떠오르는' 무서운 신진세력이다.
1995년 [Land's End]로 데뷔전을 치른 마르코벨트라미는 디멘션필름의 대표작중 하나인 [스크림] 시리즈의 스코어를 담당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1, 2편의 스코어가 합본으로 출시된 바 있다) 호러무비에서 자칫 소홀하게 취급될 수 있는 음악영역을 자신만의 색깔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성공적인 무대로 승화시켰고 3편의 스코어까지 연이어 담당하게 된다. 이 스코어 앨범은 사운드트랙 레이블의 명가인 Varese Sarabande에서 발매되었는데 짤막짤막한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그의 개성을 파악하는데는 문제가 없으며, 무엇보다 신생작곡가에게 3편까지 모두 맡겨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다. 사실 [스크림]의 사운드트랙은 디멘션필름의 전략적인 상술에 의해 스코어보다는 유명 록밴드들의 참여로 이루어진 컴필레이션 사운드트랙의 존재가 더 알려져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벨르라미의 스코어를 놓치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이후에 그는 1997년 [Mimic] 1998년 [The Faculty] 2000년에는 [Crow: Salvation]등 계속해서 굵직굵직한 스케일의 작품들의 스코어를 담당하면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게 되는데, 영화의 장르적 성격이 다소 획일적이라는 단점은 있으나 신진작곡가에게 계속 작품이 맡겨졌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것은 그의 스코어가 점점 더 영화인들에게 매력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특히 마르코벨트라미 자신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가장 의미있는 해로 기억될 2000년은 앞서 언급한 [Crow: Salvation] 이외에도 [Dracula 2000]과 [The Watcher]가 발표된 해이기도 한데, 놀라운 것은 2000년 한해동안에만 무려 6작품의 스코어를 담당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그에게 쏟아진 작품의뢰는 곧 그의 음악에 대한 신뢰에 기인하는데 - 물론 디멘션필름의 경우에는 계약관계도 한몫했겠지만 - 발표된 작품들마다 일정수준의 완성도를 갖춘 양질의 음악이라는 것은 그의 재능이 순간적인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2001년에도 [Joy Ride]와 [Texas Rangers]등의 작품으로 바쁜 한해를 보낸 그는 2002년 호러팬들의 기대를 한껏 받으며 속편제작이 되었던 [Blade]의 두번째 시리즈에서 전작의 스코어를 담당했던 제임스뉴턴하워드를 밀어내고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된다.
굳이 외국의 컬럼이나 사이트를 검색하지 않더라도 [Blade] 2편의 스코어가 그에게 맡겨졌다는 것은 앞선 몇년동안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영화음악의 대가들이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능숙하게 소화해 낼 수 있지만 컴퓨터그래픽을 비롯, 최첨단 기술의 각축장이 되는 최근 영화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빠른 템포와 하이브리드한 영화자체의 컨셉을 젊은 작곡가의 음악으로 함께 엮어낸다는 것은 일관성과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어느정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작곡가 브래드피델하면 [터미네이터] - 아놀드와 피델의 음악은 거의 절대적이지 않았던가 - 가 등식이었던 규칙도 마르코벨트라미가 [Blade]에 이어 깨버린 또 하나의 사건이다.
영화자체는 졸작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으나 여전히 아놀드가 건재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Terminator 3: Rise Of The Machines]의 스코어, [Hellboy]를 거쳐 가장 최근작인 [I, Robot]의 음악까지도 그의 손을 거쳤다는 사실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블럭버스터의 규모가 천문학적인 마케팅비용과 컴퓨터세대에 걸맞게 정도를 이탈하여 더이상 상식이 상식이 아닌 궤도이탈 상태임을, 그리고 그런 빠른 흐름을 감당하기에는 고전적인 선율에 기댈 수 없다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절박함 같은 것 말이다.
헐리우드의 블럭버스터급 오리지널스코어도 그런 흐름에 맞추어 분명 변하고 있다. 'Music by Marco Beltrami'가 쓰여진 스코어들은 대체적으로 짧은 러닝타임에 불과하지만 영화속에서는 분명히 '확실한 방점'을 찍고 있으며, 분명히 주목할 만한 이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장르에 대한 편식을 비롯, 뭔가가 빠졌다고 아쉬움을 느낀다면 벨트라미의 스코어체계가 10년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무시하고 너무 앞서나간 섣부른 판단을 한 것이다.
그의 스코어는 분명 서서히 바뀌어 갈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주었던 믿음대로 말이다.
<사족>
전세계적으로 팬이 많은 작곡가답게 공식 홈페이지가 있는데, 그가 담당했던 사운드트랙 정보를 비롯 다양한 자료들이 있다. 아래의 링크로 가보시기 바란다.
http://www.marcobeltrami.com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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