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을 논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사항은 '왜 미니멀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당위성이다. 기존의 예술세계와 관념을 배제하는 의미로서의 미니멀리즘이 아닌, 포용이라는 의미에서 미니멀리즘의 미덕은 항상 재발견되곤 했다.
사실 점점 더 복잡해지고 테크놀로지에 무작정 종속되는 예술형태에 반기를 든 극단적인 미니멀리스트들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경향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미니멀리즘의 실험정신을 대중들과의 적극적인 조우, 대중매체들과의 교류를 통해 확장시킨 미니멀리스트들의 작품에서는 다른 경향을 나타낸다.
앞에서 언급되었듯이 이들의 작업들에서는 과감한 실험정신과 대중들을 껴안을 수 있는 구성요소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음악분야에서 미니멀리즘을 실현한 선구적인 작가들은 대표적으로 필립글래스와 마이클니먼으로 양분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미니멀음악이라는 공통분모이외에도 연극과 영화라는 동시대적 관심사를 자신의 음악으로 표현하는 작업에 오랫동안 매진했다.
또한 이들 미니멀리스트들은 자신의 음악들이 주류에 지나치게 종속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지닌 감독들과의 작업에 주력하거나, 비교적 비상업적인 작품들에 자신의 작업을 연계시켰다. 필립글래스가 여러 실험영화나 다큐멘터리에 자신의 작품을 헌정하는 행위나, 최근에 있었던 마틴스콜세지와 같은 대작가들과의 조우들도 모두 이런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타고난 미니멀리스트 마이클니먼의 작업들도 비슷한 양상을 띄고는 있으나 그의 영화음악들을 언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피너그리너웨이라는 감독이 언급되어야 한다.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발견되는 역사적 배경과 전통을 고색창연한 화려함으로 승화시키기 보다는 통렬한 풍자와 은유로 일관해 온 작가정신의 소유자 피터그리너웨이와 마이클니먼이 함께 들려주고, 보여주는 작품들은 늘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특이한 것은 마이클니먼의 음악이 때때로 피터그리너웨이의 일관된 영화적 색채를 능가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인데, 아마도 그것은 작품내에서의 일관성을 중요시하는 감독의 성향(여기에는 영화의 주제나 연출, 행동방식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을 음악으로 표현해 내는 그의 역량이 너무나 절묘했기 때문일 것이다.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정부] [차례로 익사하기] [프로스페의 서재]등의 작품에서 들려준 음악들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피너그리너웨이와의 교감이 얼마나 충실했는지를 반증해주는 사례이다.
작품으로서의 접근에 충실했던 위의 작업들은 이러한 이유로 인해 최소의 단위를 다루는 미니멀리즘을 전문가의 것이 아닌,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친숙한 음악, 또는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는 음악으로 인식되게 만들었다. 대중들에게 실제로 마이클니먼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피아노]에서 들려준 음악도 감독은 다르지만 자신의 작업을 일관성있게 이어갔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그의 팬들에게 소중하고 반가운 작품이다.
앞으로도 그의 작업이 순수현대음악의 형태를 띄던, 영화음악의 형태를 띄던 여전히 작품으로 유효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고 매력적인 것이다.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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