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그리고 OST-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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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배우의 매력이 발견된다는 것은 곧 당사자에게 있어 '결정적인 한방'을 보장해주는 작품을 만났다는 것인데 니콜라스케이지에게는 아마도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물론 알란파커나 코헨형제, 또는 데이빗린치 등 일생에 한번 거쳐가기도 힘든 대가들의 손을 거쳐간 것이 그의 행복한 영화인생이기도 하지만 [버디]나 [아리조나유괴사건] 그리고 [광란의 사랑]속의 모습보다 더 우리를 감동시킨 것은 마이크피기스 감독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가 아닐까?
그는 이 영화에서 정말로 술에 취했거나 알콜중독자가 아닐까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연기한다. 흐느적거리는 걸음걸이와 몽롱한 눈빛에 간헐적이고 즉흥적으로 던지는 대사나 디테일한 표정설정들은 압권인데, 그 모든것이 치밀하게 계산된 연출이든, 아니면 현장에서 신화적으로 만들어진 신들린 에드립이든간에 어느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칭찬받아야 할 인물 - 바로 이 영화의 감독 마이크피기스이다.
알콜중독자와 영혼만은 아름다운 창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 사랑을 다룬 이 영화에서 그는 좌절과 상처받은 영혼들에 대한 애정섞인 시선까지를 내공의 연출력으로 실현하여 까다롭기 그지없는 많은 비평가들에게 드물게 호평을 얻어내지 않았던가. 아마도 그의 연출력이 아니었다면 니콜라스케이지의 열연은 분명 반쪽짜리 역할로 그쳤을 것이다.

여기서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흐느적거리는 그의 열연에 유일하게 같이 동조하는 것 - 음악을 만들어 낸 이가 바로 감독 마이크피기스 그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영화가 전적으로 감독의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있어 음악의 존재란, 아예 음악을 쓰지않을 것이라고 단정내린다면 몰라도(예를 들어, 필자는 라이너베르너 파스빈더의 영화들이 너무 좋다. 음악이 없더라도 말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감독 자신이 조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런 예가 어디 한두번이겠는가. U2와 록음악에 심취한 빔벤더스가 끝까지 음악의 미련을 못버리는 것이나, 스스로는 싸구려틱하다 얘기하지만 영화에서의 기능만큼은 영양가 100%인 쿠엔틴타란티노의 음악에의 집착 - 감독의 음악에의 집착말이다 - 은 우연이 아니다.
전체적인 음악구성은 음악감독에게 맡기되 자신의 영화속에서 흐르는 음악의 존재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기능의 묘미를 영상과 어울리게 조율해주는 최종적인 역할, 이것마저도(참으로 난감하게도) 어쩔수 없는 감독의 것이라는 뜻인데, 마이크피기스는 놀랍게도 자신의 신들린 연출에 걸맞는 음악을(오리지널스코어) 그 자신이 직접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연주까지 직접 해내는 진정 한'작가의 정신'을 실천한다.

세계의 음악역사를 여러번 바꾸었던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영화의 시나리오는 물론이고 트럼펫연주, 작곡, 연출을 혼자서 다 해결하는 이력을 가지고 있다. 재즈에 경도되었던 클린트이스트우드의 음악적인 취향이 장난이 아니듯, B급영화의 아버지 존카펜터가 자신의 영화음악을 모두 작곡하면서 완벽함을 추구했던 것처럼 그는 자신의 영화에 사용되는 악기의 선정에 감정을 불어넣는 일까지를 모두 관장하고 있다. 영상과 음악이 유기적인 결합을 넘어 비로소 완벽의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다. 특히 우리에게 그의 이름을 알린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에서는 결코 경박하지 않은 안정된 음악구성을 바탕으로 재즈에 기반한 오리지널스코어의 성공적 계기를 마련했다. 우리의 니콜라스케이지는 마치 꼭둑각시처럼 마이크피기스의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듯 하고 상처받은 영혼들이 쉬어갈 수 있게 음악으로 보다듬어 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우리에게 알려진 스팅의 노래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는 그로부터 2년후인 1997년에 나스타샤킨스키와 웨슬립스나이스가 주연한 [원나잇 스탠드]에서도 연출과 음악을 맡았는데 작품의 완성도는 그 전작과의 비교를 피해갈 수 없으나 음악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것은 운좋게 재주한번 넘고 뭐든지 가볍게 인정받고 버려지는 연예인의 사이클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영화와 음악의 어울림을 진정으로 고민하는 작가의 모습 - 음악감독과 영화감독이라는 마이크피기스의 두가지 모습이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에게는 영화감독과 작곡가는 애초에 하나의 개념이었다. 정말 부러운 일이 아닌가?
마니크피기스 감독은 이후에도 [섹슈얼이노센스] [미스쥴리] 최근작인 [콜드크릭]의 음악을 담당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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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4box@hanmail.net) boxworld
영화음악가/국외 l 2011/02/2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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