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그리고 OST-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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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8과 2분의1] [달콤한 인생] [카사노바]...
영화의 제목만 들어도 숙연해져야 할 것 같은 이 명작들의 리스트를 보라. 우리들은 과연 누구를 떠올리게 되는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 페레니코펠리니?
그렇다면 셰익스피어를 새롭게 영상해석해 낸 [로미오와 줄리엣] - 디카프리오의 그것이 아니다 - 새로운 미국영화를 창조해 낸 발명된 영화 [대부]까지 들먹이면 누구를 떠올리게 되는가. 청순한 모습으로 지금도 생생한 올리비아핫세, 또는 인상을 잔뜩 쓰고 있던 말론브란도의 이름이?
물론 영화속의 아이콘이 된 주연배우들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은 습관화 된 영화에의 열정과 관심이라면 당연한 것이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공통사항없음으로 파편화 시켜버리기 전에 니노로타라는 작곡가를 생각해보자. 그는 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하나의 정서로 묶어버리는 괴력의 소유자이자 영화음악계에서 그야말로 전설적인 지위와 특권을 누리기에 충분한 재능있는 작곡가였기 때문이다.
니노로타는 1947년에 정식 영화음악 작곡가로 입문하기 전, 이미 8살때부터 작곡을 시작하고 14세에는 뮤지컬을 만들었다는 믿을 수 없는 과거를 가지고 있다. 거의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들먹일때나 인용되곤 했던 그 과거, 그것에 비견될만한 재능을 타고났다는 이야기인데,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들 - 무려 140여편이 넘는 영화음악은 물론이고, 각종 챔버뮤직과 발레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속에서 끊임없는 창작열을 실천했다 - 을 접하는 순간 그것은 결코 과장이 아님이 증명된다.
1947년 루이지잠파 감독의 영화 [평화에 산다]의 음악을 담당하면서 영화음악의 세계에 발을 디딘 니노로타는 헐리우드 작곡가들이 보여주는 시스템화 된 영화음악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감성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온 것으로 팬들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언제나 페레니코펠리니와의 협력작업으로 설명된다.
'젤소미나의 테마'로 유명한 영화 [길]은 그 애잔한 트럼펫의 선율과 주연배우들의 명연기가 어우러지면서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선율로 남았고, 후속작으로 연이어 선보인 [8과 2분의1]역시 그러하다. 이들의 협력작업이 스티븐스필버그와 존윌리엄스, 뤽베송과 에릭세라의 그것처럼, 우리가 많이도 보아왔던 음악성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것이 사실이나 이 두 대가가 빚어낸 명작들에서 음악없이는 영상을, 영상없이는 음악을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떠올려본다면(필자는 지금도 [길]의 스코어같은 경우, 곡을 만드는 재주이상의 감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서로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파트너였음은 분명하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으로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겠는데 프랑코제페넬리 감독이 새롭게 해석해 낸 이 고전은 두 주연배우들의 신선한 연기와 원작의 오리지널리티를 훼손시키지 않은 범위내에서 나름대로 과감한 연출력을 불어넣었고 이에 힘입어 호평을 얻은 작품이다.
특히 이 영화가 기억에 남게 된 것은 니노로타의 정곡을 꿰뚫고 있는 스코어에 힘입은 바 큰데, [로미오와 줄리엣]의 음악들은 대체적으로 극의 흐름을 상징하는 주제부의 뚜렷한 멜로디라인이 제시되고 연극의 장과 같은 개념으로 구성되었다. 이 영화의 특성상 구분이라는 것이 무모해 보이나, 그런 의도된 단절을 하나의 감성으로 유지시킨 것은 전적으로 니노로타의 공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운드트랙은 발매시에 주연 배우들의 대사를 그대로 수록(거의 시에 가까운)하여 몰입도를 꾀하는 등 사운드트랙 앨범만으로도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스페셜판으로 재발매되면서 니노로타의 대표작으로 다시한번 확실히 자리잡은 앨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천재적인 감각에도 불구하고 그의 상복은 없는 편이어서, 객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작곡가의 인생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큰 이력이 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정작 그에게 상을 안겨준 것은 영화 [대부]의 두번째 이야기가 되었다.
니노로타의 [대부]시리즈는 '옛날옛적...'시리즈를 음악으로 완성해 낸 엔리오모리코네의 그것과 종종 비교되기도 하는데, 그것은 미국의 역사를 새로운 방식의 영상문법으로 창조해 낸 이들 작품에서 음악을 담당한 작곡가가 이탈리아 출신이라는 너무 뻔한 공통점보다는 비슷한 역사의 흐름을 음악언어로 반추해 낸 창조자들에 대한 찬사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어쨌던 새로운 미국영화의 지평을 열어준 것으로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부]는 니노로타의 스코어가 개입되면서 한 가족사의 아이러니를 가장 객관적으로, 때로는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음에는 분명하다.
자켓마저 비슷한 디자인으로 발표된 [대부] 1, 2, 3편의 사운드트랙 연작들은 각 작품들간의 개연성이나 등장인물들의 다양함으로 그 궤적을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으나 영화 그 자체 - 바로 그 기본적인 가치만 따져도 영화사의 위대한 산물이며, 코폴라가 창조해낸거나 마찬가지인 새로운 영화의 힘을 소리로 승화시켜 가장 큰 울림으로 남게 한 - 니노로타의 작품중 가장 유명하면서도 유일한 시리즈물의 사운드트랙이 되었다.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존재감이 뚜렷한 바로 영화 [대부]의 시리즈는 우리가 곧잘 잊고 지냈던 영화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그 나즈막한 소리를 울림으로 승화시킨 것은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한 니노로타의 몫이다.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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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4box@hanmail.net) boxworld
영화음악가/국외 l 2008/07/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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