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쥬'
이것은 영화광들에게 매우 익숙한 단어다. 동시에 대가를 향한 막연한 동경과 그 말을 쓰는 자신조차도 존경받을만한 위치에 있을때 더더욱 매력적인 단어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단어를 알프레드히치콕과 브라이언드팔머 감독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위치시킬 수 있다. 그 어느 누구가 감히 히치콕 감독의 그 명성과 탁월한 영화적 시각을 논할 수 있는가? 하지만 이 물음에 간단한 모범답안은 이미 브라이언드팔머 감독의 영화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이 두 감독의 관계가 동경과 존경을 주고 받는 수준을 넘어 브라이언드팔머 감독의 무조건적인 히치콕사랑이 - 바로 그 히치콕이라는 전설적인 대가와 동등한 위치에 조심스럽게 놓는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서는 조심스럽게 '후계자'라는 말을 인용한 안전장치가 존재한다.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되는 사실은 이런 전설의 재현에는 감독의 부족함을 완벽하게 커버할 수 있는 충실한 조력자가 필요하다는 점인데, 브라이언드팔머 감독의 영화에서 피노도나지오라는 작곡가가 꼭 필요한 것은 히치콕의 모방, 존경을 표방하는 위험천만한 감독의 선택을 감히 고유한 것으로 - 오리지널리티의 확보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독특함 때문이다.
피노도나지오를 감히 버너드허먼과 비교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만의 개성적인 음악을 들으면서 감히 우열을 논할 수 있을까?
1973년 [Don't Look Now]로 영화음악가의 세계로 들어선 피노도나지오에게 유독 스릴러/서스펜스물의 작품이 많은 것은 앞서 언급한대로 브라이언드팔머 감독과의 협력작업이 미친 영향이 컸다는 뜻으로도 해석가능하고 긴장감을 철저히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해내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1976년에 발표된 호러물 [캐리]는 공포영화의 역사를 논할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브라이언드팔머 스타일의 발견적 성과보다는 집단대학살로 귀결되는 진정한 공포의 결말 - 바로 그 참혹함과 그것을 섬뜩한 음악으로 만들어낸 피노도나지오라는 작곡가의 첫번째 조우라는 점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CD 재발매를 여러번 거듭하기도 한 이 사운드트랙은 피노도나지오의 음악세계를 논할 때 반드시 빠지지않는 명작으로 그의 음악에 관심이 있는 팬들에게는 필청의 음반이기도 하다.
1981년에 발표된 [필사의 추적](원제 'Blow Out')은 여러모로 본격적인 히치콕 베끼기가 노골화된 작품으로 평가되는데, 훔쳐보기(히치콕의 [이창]을 떠올리면 되겠다)부터 시작해서 전반적인 긴장감의 조성은 히치콕의 그것을 상당부분 가져왔다. 이 작품은 안정된 형식미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고급 스릴러물로 지금도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피노도나지오의 명성에는 상당부분 일조한 바 있다.
참고로 영화 [필사의 추적]은 두가지 형태의 사운드트랙으로 발매되어 있는데 하나는 동명타이틀 음반이고, 또 한장의 음반 - 아예 커버에 '브라이언드팔머/피노도나지오'라고 대문짝만하게 써놓은 앨범(Milan에서 발매)인데 여기에는 [캐리] [홈무비] [필사의 추적] [드레스드투킬]등 드팔머 감독과 작업한 대부분의 음악들이 실려있어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피노도나지오라는 작곡가를 국내 영화음악팬들에게 인식시킨 작품은 늘 [드레스드투킬]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데, 이 영화의 메인테마이기도 한 'The Shower'는 유려한 현악의 선율로 시작해 조금의 군더더기도 없이 탁월한 기승전결식 멜로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고급스러운 곡이다.
특히 영화음악 [드레스드투킬]의 지명도와 유명세(?)는 대단해서 한때 모르는 이들이 없었을 정도인데, 국내 모드라마의 엔딩타이틀이 이 영화음악을 그대로 표절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당 당사자인 두 작곡가의 명성은 극과 극의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피노도나지오는 이 작품 이외에도 헐리우드에서 작업한 여러 영화음악들을 잇달아 발표하였고 최근까지도 꾸준히 한해에 3, 4편씩의 영화음악을 담당하는 등 왕성한 창작욕을 과시하고 있다.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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