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별: Music From The Motion Picture Soundtrack (1991/1991)
작곡가: Hans Zimmer
발매사: Capitol
글쓴이: SL
---------------------------------------------------------------------------------
[03:36] 01. Walking Talking Man
[02:21] 02. A Cold Day in NY
[03:09] 03. Blowfish
[04:48] 04. Ritz
[03:12] 05. Henry Vs Henry
[03:11] 06. Ritz Part II
[03:18] 07. I Don't Like Eggs
[03:31] 08. Gotta Get Me Some Of That
[04:20] 09. Central Park, 6PM
[05:19] 10. Buddy Grooves
---------------------------------------------------------------------------------누군가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과거는 현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설명하는데 모든 것을 포함한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없을수록 좋을 거대한 정보로 이루어졌다고.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송두리채 잃어 버린 헨리. 잘나가는 뉴욕의 변호사였건만 재활 후 그의 앞에 툭 던져진 현재는 낯설고 또 어딘가 불편하다.
기억은 할 수 없지만 언젠가 자신이 행하고 결정했던 일들 때문이다. 과거 서로가 서로에게 남긴 크고 작은 실수들. 그리고 지금, 각자의 몫으로 남은 크고 작은 상처들. 자신의 현재를 설명하기 위해 되돌아보는 과거의 그림자를 과연 어떤 낯빛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헨리 이야기]에서 마이클 니콜스는 모든 것을 단번에 보여주지 않는다. 느린 호흡으로 헨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현재에 조금씩 다가설 뿐이다. 사실 그 때문에 영화는 다소 맥이 빠지는 감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헨리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미덕이기도 하다. 거기에 신디사이저의 풍요롭고 미묘한 음색으로 연주하는 한스 짐머의 스코어는 그 느림의 미덕을 한층 돋보이게 해준다.
눈 내리는 뉴욕의 정경 속에 오프닝 크레딧을 담는 'A Cold Day in NY'은 신디사이저의 몽롱한 건반음 사이로 자동차 경적 소리를 닮은 금관악기의 선율이 간간히 스며들어 있다. 느릿느릿한 호흡으로 다가서는 차갑고 쓸쓸한 대도시의 겨울. 침착하고 이지적인 톤으로 말을 이어가는 헨리와 한 여인의 원망스러운 시선이 교차하는 법정의 착찹한 분위기가 잿빛 스코어의 잔향 뒤에 슬며시 내려앉는다.
딱히 무엇이라 꼬집어 장르를 말하긴 어렵지만 뉴에이지와 퓨전 재즈 사이 어딘가쯤에 발을 딛고 있는 선율. [헨리 이야기]를 위해 한스 짐머가 마련한 음감이다. 헨리에겐 결코 명백해 보이지 않는 모호한 현재가 신디사이저의 나른한 음색에 녹아 머릿속을 맴돈다.
돌이켜 보면 80년대 말 유럽에서 할리우드로 활동 무대를 옮긴 한스 짐머에게 종종 맡겨졌던 작품들은 요즘과 같은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주로 멜로드라마들이었다. 그리고 그 멜로드라마에서 짐머는 하나의 신디사이저로 퍽이나 다양한 영화음악들을 만들어냈다. [레인 맨]의 애틋한 감정,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의 안온한 분위기, 가슴을 뛰게 하는 [그린 카드]의 아프리칸 리듬 그리고 [영거 앤 영거]의 유쾌하면서도 슬픈 느낌. 신디사이저의 인공적인 음색 속에서 찾아낸 인간적인 냄새. 사람의 마음과 공명하는 그의 전자적인 사운드는 때때로 신비로운 느낌마저 불러일으킨다.
[헨리 이야기]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듣다보면 멜로영화에서 빛을 발하는 한스 짐머의 불가사의한 매력이 바로 아름다운 선율에 있음을 느끼게 된다. 기본적인 멜로디를 중심으로 삼아 잔잔하게 펼쳐내는 전자 피아노의 매혹적인 음색과 음률. 거기에 샘플링을 통해 오묘한 소리와 비트를 더하고 부분적으로 어쿠스틱 악기의 고유한 질감을 더해 스코어에 윤기를 낸다. 인생을 달관한 듯 흥얼거리는 바비 맥프린의 스캣이 인상적인 'Walking Talking Man'은 그 좋은 본보기이자 가장 인상적인 테마곡이다. 쉴 틈없이 바쁜 헨리를 위해 마련된 이 테마곡은 자신을 되돌아 보는 'Central Park, 6PM'에서는 그 낯빛을 바꿔 헨리의 슬픔을 위로해 주는 리듬이 된다.
사실 [헨리 이야기]는 음악이 두드러지는 영화가 아니다. 짐머는 특별한 메인테마를 만들기보다 하나의 테마를 변주하는 형식으로 사운드트랙을 꾸며 놓는다. 그러나 그 스코어들이 영화에 관여하는 부분은 적지만 알차다. 배우의 연기나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잘 포착해내기 때문이다.
헨리의 현재를 설명하는 세밀한 감정들을. 그리고 그렇게 귀띔한다. 과거는 잊는 것이 아니라 반성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현재의 자신에게는 솔직하라고. [헨리 이야기]는 그런 것들을 생각할 틈을, 그 이후에 잠시 미소지을 수 있는 여유를 준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