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매니아들에게 라이쿠더라는 인물은 이제 생소하지 않다.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라이쿠더가 음악을 통해 참여한 주목할 만한 작품들은 대부분 매니아들에게 있어서는 시간이 지난 후에도 늘 회자되는 문제작이기 때문이다.
라이쿠더는 전문적으로 영화음악을 만들어내는 작곡가는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음악에서 날카로운 감성이나 웅장한 선율로 화면을 압도해가는 긴박감을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영화음악 이전에 그에게 숨겨진 과거의 이력이나 슬라이드 기타 하나만으로도 영상보다 더 강렬한 카리스마를 빚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 인물, 그가 바로 라이쿠더이다.
영화음악 작곡가로 인식하기 이전에 라이쿠더의 음악여정을 거론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의 작업들에서 스산하게 들려지는 기타의 선율과 그와 반대로 경박하리만큼 흥겨운 블루스 취향의 음악적 토양은 대부분 그의 밴드시절, 또는 그의 솔로활동 시기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인 동시에 곡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조율하는 편곡자로의 역할에도 능숙한 라이쿠더가 영상과 조합을 이루어야 하는 영화음악계에 발을 디딘것은 이러한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그리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좋은 예로 그가 영화를 읽는 눈이 범상치 않음을 대중들에게 최초로 각인시킨 작품 [파리 텍사스]같은 경우, 거장 빔벤더스의 영상미와 함께 라이쿠더가 연출(연출이라는 표현이 적당하다)한 음악으로 인해서 더욱 빛이 나는 작품이다.
이 영화와 같은 로드무비에서 느껴지는 반복성과 단순함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대단한 신중함을 필요로 하는데 라이쿠더는 불필요한 사운드를 조합하여 영상의 단순함을 과대포장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오히려 길을 따라 하염없는 여정을 걷는 주인공의 시점과 동일한 - 단조롭고 나른한 사운드만으로 영상의 부연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런 경향은 전작인 [롱라이더스]와 최근작인 [The End Of Violence] [라스트맨 스탠딩]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 바 있다.
하지만 라이쿠더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사운드트랙으로 [스트리트오브파이어] [크로스로드]와 같은 작품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두 작품은 등장배우들의 스타성으로 인해(당시 최고의 아이돌스타였던 다이안레인, 랠프마치오등이 출연했다) 분명 음악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그 주체인 음악이 다소 소홀하게 인식된 경우이다. 그러나 [스트리트오브파이어]에서 신세대 아티스트들의 곡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또는 [크로스로드]에서 당시 최고의 일렉기타 테크니션이었던 스티브바이의 현란한 핑거링속에서도 그의 음악은 여전히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생명력을 가진다.
우선은 정통 블루스의 정신을 계승하는 확실한 기본에서 비롯되는 음악이며, 두번째로는 영상을 꿰뚫는 혜안이 느껴지는 강렬함을 포함하는 정신을 중요시하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런 음악적 자부심에 힘입어 최근 우리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라는 새로운 음악역사를 접할 수 있었다.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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