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별: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1993/1993)
작곡가: Joe Hisaishi
발매사: Milan Records
글쓴이: 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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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0] 01. Sontine I - Act Of Violence
[06:49] 02. Light And Darken
[04:43] 03. Play On The Sands
[00:26] 04. Rain After That
[02:28] 05. A On The Fullmoon Of Mystery
[03:17] 06. Into A Trance
[06:34] 07. Sonatine II - In The Beginning
[02:51] 08. Magic Mushroom
[05:27] 09. Eye Witness
[01:32] 10. Runaway Trip
[04:46] 11. Mobius Band
[02:53] 12. Die Out Of Memories
[01:58] 13. See You...
[03:47] 14. Sonatine III - Be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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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멜로디와 정교한 기교를 뽐내며 검고 흰 피아노 건반 사이를 미끄러지는 소나타가 성인 취향에 좀 더 가까이 있다면, 체르니 30번을 막 깨우치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연습곡으로 주로 사용하는 소나티네는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맛이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반복하는 연습곡이 결국엔 지겨워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살벌한 조직의 세계 속에서 잔뼈가 굵은 무라카미의 삶 역시 반복된 폭력과 살인에 이제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할만큼 무뎌져있다.
폭력으로 점철된 삶에 대한 권태 혹은 매너리즘. 그 틈새로 공기처럼 스며드는 피아노 선율이 무라카미의 삶만큼이나 단조롭고 무미건조하게 들리는 건, 히사이시 조의 미니멀한 스코어 때문이다. 매너리즘과 미니멀리즘. 어쩌면 그것은 감독과 영화음악가가 [소나티네]를 통해 느끼고 있는 같은 현상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흉폭한 남자3부작'의 마지막이자, '기타노 타케시 스타일'을 모두 집약해 놓은 [소나티네]는 히사이시 조가 그와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영화다. 사실 대사도 없고, 음악도 없는 것이 영화의 가장 순수한 형태라고 믿는 있는 다케시 감독은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의 주인공을 듣거나 말하지 못하는 농아로 설정하면서, 의도적으로 음악이 깊이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는데, 서정적인 피아노 스코어로 그의 마음에 꼭 들어맞는 영화음악을 선사해주었던 히사이시 조는 그 이후로 타케시 감독의 영화에서 스코어를 전담하게 된다. 그러나 다케시 감독이 그를 음악적인 파트너로 계속 인연을 맺게 된 가장 커다란 이유는 필시 히사이시 조의 스코어가 담고있는 서정적이고 심플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히사이시 조의 스코어가 지닌 그러한 미덕은 단순한 음만으로 최대의 내용을 담는 미니멀리즘의 성격과 꽤 가까운데, 실제로 그가 음악에 입문했던 7-80년대의 음악계는 미니멀리즘과 그 뒤를 이은 포스트 미니멀리즘의 흐름이 지배적이었으며 그의 음악적 뿌리 역시 거기에 맞닿아 있다. 그러나 히사이시 조가 구사하는 미니멀리즘은 무한을 향해 뻗어나가는 마이클 나이만의 숨막힐듯한 반복이나 필립 그래스가 그려놓는 기하학적인 리듬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왜냐하면 그의 리듬에는 편안함을 느낄만한 여백과 서정적인 멜로디가 충분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미니멀리스트이면서도 동시에 뉴에이지 작곡가이기도 하다.
물론 그런 전천후의 음악을 스코어 속에 조율해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은 일본영화 아니, 기타노 타케시 영화의 축복이기도 했다.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내놓은 일련의 애니메이션에서 음악이 뉴에이지적 감수성을 필요로 했다면, 기타노 타케시가 원했던 선율은 완전한 뉴에이지가 아닌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오리지널 스코어를 원했기 때문이다. 고정적인 프레임과 그 속내를 전혀 짐작할 수 없는 무라카미의 무표정한 얼굴에도 불구하고 [소나티네]가 상당히 로맨틱한 환타지로 기억에 남는 것처럼 히사이시 조의 스코어 역시 미니멀리즘과 뉴에이지의 경계에 서있는 중의적인(혹은 중성적인) 색채를 띤다. 특히 오키나와의 바닷가에서 보내는 무료한 시간 속에 순수함과 폭력이 한데 뒤엉켜 있듯 뉴에이지와 미니멀리즘이 적절한 균형점을 이루는 히사이시 조의 스코어는 타케시 감독의 영상 속에서도 그 합일점을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폭력의 매너리즘과 음악의 미니멀리즘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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