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일렉트로닉, 혹은 일렉트로닉이라는 말뒤에 붙는 음악이라는 단어까지 같이 호칭할때도 그리 낯설지않은 것으로 인식되지만 어디 가만히 생각해보자.
전자음악이라는 것이 우리를 감싸고 익숙하게 되기까지는 단시간내에 그것이 가능했다는 결론이 있을 뿐 실제로 기계를 이용한 이 전자음악이라는 분야의 역사는 짧다. 그래서인지 이 분야에 대한 학문적인 논의나 실험은 종종 가벼운 것으로 인식되어왔다.
최근의 음악경향을 보게되면 전자음악이라는 것이 가볍게 구사되고, 가볍게 인식되며, 누구나 할 수 있는것처럼 과장되는 터무니없는 분위기에 적잖이 실망한다. 따라서 전자음악의 역사를 만들어왔던 선구자들에게 최근의 형태는 그야말로 그저 소비되는 음악에 다름아닌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다룰려고 하는 이 위대한 밴드앞에서는 소비를 운운하지 말자. 이들은 전자음악계에서 역사 그자체이기 때문이다.
소비지향적인 문화가 있으면 그에 반하는 세력이 있게 마련. 독일이 낳은 위대한 전자음악 밴드 탄제린드림은 그 음악의 깊이에 있어서 확실히 앞서가는 패턴을 보여주었다.
전자음향의 세계에 몰입하게 되면서 실험에 실험을 거치고 누구나 거쳐가는 자기도취 - 그 흥분된 자아의 세계는 과장을 낳고 결국 지나치게 감각적인 음향에 의존하게된다. 이것은 마치 몸만 있고 머리는 없는 공허한 상태가 된다는 이야기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탄제린드림은 자신들의 음악을 통해 그 극한의 세계속으로 침투해가는 중독성을 지니면서도 함부로 논의될 수 없는 깊이있는 사운드를 동시에 구사한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루비콘'이나 '페드라'같은 작품을 들어보길 권한다)
이들의 음악은 초기와 중기를 거쳐가면서도 늘 프로그레시브한 색채를 띄었는데 독일의 국가적인 색채마저도 장점으로 승화시키며 스스로를 압박하는 긴장감을 훌륭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3명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출중한 음악구성과 긴장감으로 인해 이들의 음악은 하나의 패턴이 되었다. 당연히 이들은 자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호평을 받아 많은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렇다면 이들의 음악이 만만치않은 세월의 변화속에서도 늘 진보적인 성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 - 아마도 그들의 작업형태중 상당부분은 영상이 고려된 작업이었다는 것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밴드의 리더인 에드가프로제가 말하는 살바도르달리와의 운명적인 조우, 존재자체로도 이미 전설인 핑크플로이드와 더불어 조명을 가장 잘 사용하는 라이브액션으로도 유명한 이들의 콘서트도 신화를 뒷받침하는데 한몫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코너에서 중요한 사실은 그들의 디스코그래피중 상당수가 사운드트랙이라는 점(현재까지 음반화되어있는 사운드트랙 작업만 30여편에 달한다)인데 영상에 대한 이들의 집착을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자료가 된다.
1975년에 발표된 [Sorcerer]는 이들의 초기사운드가 집약된 훌륭한 사운드트랙으로 첫번째 영화음악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영상의 내러티브를 읽어내는 이들의 재주가 심상치않음을 음악으로 들려준다. 사견이지만 필자는 이 앨범을 들으면서 이들의 정규앨범 못지않게 매우 공들인 흔적을 심심찮게 느낄 수 있었다.
본 사이트에서도 소개된 바 있었던 [Thief]는 단순한 음악적구성을 보이고 있지만 미묘한 변화를 시작하는 이들의 80년대 사운드를 암시한다는 점에서 역시 필청의 대상이며, 이 작품 이후 2~3년내에 발표되는 여러편의 사운드트랙 앨범인 [Risky Business] [Firestarter] [Flashpoint]등이 성공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사실 탄제린드림의 세계적인 지명도를 생각한다면 이들의 영화작업들은 대체적으로 B급을 포함한 언더그라운드 성향이 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여전히 프로그레시브적인 색채에 기반한 이들의 음악이 실험적인 영상이나 형식에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을 뜻한다.
많이 팔리는 밀리언셀러 음반을 양산하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80년대는 그들의 음악(이때부터 프로그레시브 사운드에서 점진적으로 뉴에이지로 전이되기 시작한다. 물론 Private Music 레이블 설립과 무관하지 않다)은 영상과 결합했을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데 [Near Dark]나 [Shy People]처럼 상이한 장르에서도 훌륭하게 적응하는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특히 [블레이드러너]로 SF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리들리스코트 감독의 영화 [Legend]에서도 음악을 맡아(이 영화의 음악은 탄제린드림과 제리골드스미스 두가지 버전이 있다) 이들의 지명도가 영화음악계에서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초기의 음악색채가 사라지고 뉴에이지 취향의 밝은 사운드를 구사하면서부터 탄제린드림은 웬지 매니아들에게 멀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언젠가 다시 한번 보여줄 활약을 기대된다.
- Writer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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